“책을 통해 독자의 일상과 소통하고, 독자에게 이야기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저의 즐거움입니다.”
단편 소설집 「달려라, 아비」(창비, 2005)와 「침이 고인다」(문학과지성사, 2007)의 작가 김애란과의 만남이 12일(목) 오후5시 학관 108호에서 열렸다.

김씨는 이날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 글을 잘 쓰는 방법, 작가가 생각하는 좋은 글 등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재치 있게 펼쳐보였다. 이번 행사는 제1회 ‘국문인의 밤’의 일환으로 국어국문학과 학생회와 국어국문학과 학회 불휘가 주최했다.

김씨는 인천에서 태어나 서산에서 자랐다. 수험생 시절에는 워크맨을 판 돈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진학 시험에 응시했다. 그는 “시골에서 자라 연극을 관람한 경험도 없었고 극작과가 뭔지도 잘 몰랐다”며 “단지 극작과에 가면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젊은 나이에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2002년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할 당시 그는 22살이었다. 25세였던 2005년에는 「달려라 아비」로 38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역대 최연소 수상이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대형서점에 진열되던 순간 “두근거리기도 했지만 과연 어떤 독자가 대형서점의 수많은 책들 중 내 책을 선택할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김씨의 우려와는 달리 「달려라, 아비」는 한 달 만에 판매부수 1만 부를 넘겼다.

그의 작품은 기발한 상상력과 탄력있는 문체로 유명하다. 김씨는 “첫 단편집 「달려라, 아비」가 경쾌, 발랄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농담’이란 세계가 멸망해도 끝끝내 사라지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농담은 대상을 극복하게 하며, 상대에게 수치심을 주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위로해준다”고 말했다.

글이 안 써지는 상황도 긍정적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안된다는 것은 된 적이 있으니까 안된다고 하는 것 아니겠냐”며 “글이 안되는 것은 내가 그만큼 글쓰기에 진지하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강연의 끝에서 “네 컷 만화 ‘와탕카’에 나오는 떡볶이 집 할머니의 요리 비법 이야기를 재밌게 봤다”고 말했다. 떡볶이를 잘 하기로 유명했던 할머니가 죽기 전, 며느리에게 유언으로 남긴 요리 비법은 바로 ‘미원 두 숟갈’이었다. 그는 “좋은 작품을 쓸 때 특별한 방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약간은 시시하고 일상적인 재료들이 좋은 맛을 내고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강연 후에는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소설가 지망생이라는 한 학생이 김씨에게 “글짓는 법에 관한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냐”고 묻자 그는  “세상에는 다양한 글짓기 안내서가 있지만, 내게 글쓰기를 가장 많이 가르쳐 준 글은 바로 나의 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글을 계속 읽고 고치는 과정을 거듭하며, 끊임없이 써보라”고 조언했다.

표정의 기자 pyo-justice@ewhain.net
사진: 안은나 기자 insatiable@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