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다보면 길이 보인다

<편집자주> 본지는 이번 호부터 4회에 걸쳐 본교 출신의 문화계 선배와 재학생의 멘토­멘티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번 호에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창시자인 이혜경 집행위원장(사회복지·75년졸)(이하 이)과 임주은(국문·07)(이하 임)씨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업무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임 : 문화계로 진출하게 된 학창시절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 : 문화, 예술적 환경에서 자란 과거가 오늘날 많은 영향을 줬다. 그러나 내가 예술가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웃음) 대학 시절, 연극반, 사회과학모임 활동을 주로 했다. 그 때는 무척 자유로웠고 나 자신이 성장하는 시간을 주었다.

임 :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으며 벌써 11회를 넘어선 영화제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이 : 처음에는 ‘여성문화예술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여성문화예술운동은 학부 1학년 때부터 내가 계획했던 사회 운동이었다. 나는 1990년에 여성문화예술기획을 만들어 1992년 첫 연극 무대를 세웠다. 처음 연극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각색한 모노드라마였는데, 폭발적인 반응이 일었다. 그렇게 몇 편의 연극 무대를 세운 뒤 여성들의 시각으로 문화를 전파하고 여성들끼리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1997년 영화제를 만들었다. 여성영화제에서는 여러 장르, 감독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관객이 많이 찾지 않으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는데 많은 관심을 받아 계속 진행하게 됐다.

임 :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라는 현재 슬로건을 바꿀 생각이라고 들었다
이 : 여성영화제는 10년의 시간동안 많은 성장을 했고 관객도 많이 늘었다. 영화는  스크린 속과 밖의 소통을 통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전의 문구는 여성이 자신의 상처만 응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save the world’같은 문구는 어떨지 생각중이다(웃음) 여성영화제가 페미니즘을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면서 앞으로 더 대중적으로 다가서길 기대하고 있다.

임 : 앞으로 영화제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이며 영화제를 통해 무엇을 느끼는가
이 : 첫 영화제 때는 IMF 시기라 자본이 부족했는데 많은 여성들이 힘을 모아 영화제 개막을 도왔다. 이것이 우리 영화제의 관객과 제작자의 힘이다. 그러나 아직은 경제적 자립이 가장 시급하다. 내년 영화제에는 아시아영화제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영화제상(NAFF)을 만들어 시상식도 구성할 예정이다. 영화제를 통해 꼭 이루고 싶은 것은 없다. 그 때 그 때 모든 과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영화제를 통해 내가 경험한 것은 우리,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며 여성들이 깨어가는 과정에서 나는 이 영화제에 더 뿌듯함을 느낀다.

이 : 남편과 결혼할 당시에 칼릴 지브란의 시를 읊으며 각자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했다. 내가 남편을 늘 지지해주려고 노력하듯이 남편도 나를 많이 이해해준다.
딸 역시도 마찬가지다. 영화제를 통해 난 딸이 동성애자일 경우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직접 내 생각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딸이 얘기를 듣고 호탕하게 웃었다. 가까운 사람들의 역할은 서로를 지지해주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임 :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당부의 말은 무엇인가
이 : 나는 사람이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화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남과는 다른 방식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선후배간에 서로 이끌어주는 전통이 더 많아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황윤정 기자 gugu0518@ewhain.net
사진: 고민성 기자 minsgo@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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