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대통령, 마릴린 먼로, 영국의 여류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공통점은 모두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는 거예요.”

‘영화, 내 안의 우울을 지우다’ 특강이 5일(목) 오후4시 LG컨벤션 홀에서 진행됐다. 특강 연사는 영화평론가, 임상심리전문가인 심영섭씨가 맡았다.

심씨는 먼저 영화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영화「디 아워스」(2002년)의 한 장면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디 아워스」의 주인공 버지니아 울프는 심한 우울증으로 인한 환청, 기억상실로 고통 받는다. 버지니아 울프는 호주머니에 돌을 가득 담고 템즈강 속으로 서서히 들어간다. 결국 그는 끔찍한 우울증에서 벗어나고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심씨는 “우울증이란 삶의 시계가 아닌, 죽음의 시계가 작동하는 것”이라며 “에너지 저하와 의욕 없음은 슬픈 감정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비합리적인 죄의식, 생물학적 기능저하, 자살사고로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자살은 죽음에 대한 충동”이라며 “이창동 감독의 영화「박하사탕」(1999년)은 이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영화 「박하사탕」 속 주인공 김영호는 기찻길 위,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기차를 앞에 두고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소리친다. 김영호가 기찻길 위로 올라가기 전, 악을 쓰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서 내면의 분노가 느껴진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난폭하거나 반항적으로 행동하는 등 전형적인 자살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그의 자살 신호를 알아채지 못한다. 심씨는 영화 속 김영호의 행동 외 대표적인 자살 신호로 대인관계 단절, 집착이 없어짐, 평온한 상태로 주변을 정리함 등을 꼽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울증을 극복해야 할까? 그는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서가 아닌 행동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은 간단한 구슬치기 게임을 하더라도 심장이 두근대며 흥분상태가 된다. 심씨는 “사람들은 흥분상태의 이유를 찾고 싶어한다”며 “결론적으로 구슬치기가 재미있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가벼운 우울증은 탄수화물 섭취, 적당한 운동, 햇볕 쬐기 등으로 완화될 수 있다. 그는 “우울증이 심해졌을 경우, 항우울제를 처방받거나 인지치료를 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연의 마지막은 영화 「체리향기」의 대사로 채워졌다. “예전에 목매달아 죽기 위해 줄을 매려고 나무에 올라간 적이 있는데 나무에 달린 체리가 눈에 띄어 무심코 먹어보니 너무도 달더군. 그래서 계속 먹다보니 문득 세상이 참 밝다는 게 느껴졌소.” 체리향기는 우리가 기쁨을 느끼는 일상의 소소함을 의미한다. 심씨는 “여러분 인생의 체리향기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으로 강연을 마쳤다.

 유선영(법학·07)씨는 “「체리향기」영화에서 보듯이 모두가 죽음으로 향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스스로 만든 기준에 맞춰 심각하게 살기보다는 재미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주희 기자 hjh230@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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