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1일(수), 강화연(생명·06)씨에게ECC에 새가 떨어져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강씨는 바로 ECC로 달려갔다. ECC 7번 게이트 위에 새 한 마리가 떨어져 있었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높이였다. 강씨는 긴 봉으로 게이트 문 위를 휘휘 저어, 새를 꺼내 들었다. 죽은 새는 딱새였다.

강씨는 10월 초부터 ECC 내에서 윈도우 스트라이크(Window Strike)로 죽거나 다친 새들을 구조하며 조사를 시작했다. 윈도우 스트라이크란 새들이 이동 중 건물 유리벽에 충돌하는 사고를 말한다. 보통 하늘이나 숲이 비치는 통유리 건물에서, 새들이 유리에 비친 하늘이나 숲을 진짜로 착각하고 날아들어 사고가 발생한다.

강씨는 ECC 보안실 관계자와 환경미화원에게 죽거나 다친 새가 보이면 연락해 달라고 부탁했다. 새를 발견할 경우 연락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문도 캠퍼스 곳곳에 붙였다. 그는 10월12일(월)∼13일(화)까지 12마리의 새를 구조하거나 수거했다.

치료할 수 있는 새는 치료하고, 죽은 새는 박제용으로 사용되도록 자연사 박물관으로 보냈다. 강씨는 “신고된 새들을 발견했을 때 치료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말했다. 그는 10월 초, 숲새를 발견했다. 숲새는 부리에 금이 가 있고 탈진한 상태였다. 그는 숲새에게 설탕물을 먹이며 기력이 회복될 때까지 보살피다가 종합과학관 근처 숲에서 날려 보냈다.

본교에는 다양한 새들이 서식한다. 종합과학관, 기숙사 근처 숲에는 까치, 참새, 박새, 오목눈이 등이 관찰된다. 그러나 ECC에서 사고를 당해 발견되는 대부분의 새들은 본교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새들이다. 조사 기간 동안 진홍가슴, 북방개개비, 메추라기, 휘파람새, 딱새, 멧종다리, 굴뚝새 등이 발견됐다. 강씨는 “이 새들은 대부분 월동지에서 번식지로 이동하던 중 사고를 당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고 말했다.

아직 많은 표본이 확보되지 않아 ECC 윈도우 스트라이크의 발생 원인을 진단하기는 어렵다. 강씨는 “지금까지 발견된 새들은 주로 지면이나 덤불 사이로 낮게 날아다니는 새들이었다”며 “지하로 깊이 파여있는 ECC의 구조 때문에 새들이 당황해서 잘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의 새에 대한 관심은 고등학생 시절, 학교 앞산에서 우연히 새 한 마리를 본 후 부터였다. “배가 빨간 작은 새를 봤는데 정말 예뻐서 찾아보고 그 새가 딱새였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 후로 계속 새에 관심을 가졌고, 새랑에서 활동하면서 새의 이름과 습성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죠.”

그는 다친 새들을 계속 조사해 윈도우 스트라이크를 막을 대안을 구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논문까지 찾으며 공부 중이다.

“ECC 바닥에 화분을 벨트 형식으로 조성해 새들의 은신처 겸 이동통로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중이에요.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지는 것이 새들인 것 같아요. 계속 공부해야죠.”
ECC에서 다치거나 죽은 새를 발견하면 강씨에게 전화(010­3318­8339)하면 된다. 

표정의 기자 pyo-justice@ewhain.net
사진: 고민성 기자 minsgo@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