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에게 빛은 생명의 근원이자, 에너지의 원천이다. 광합성을 통한 태양에너지의 저장은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게 만들었고, 곡물의 풍요를 기원했던 고대 농경사회에서는 태양을 신으로 숭배하는 주술적인 행위가 공동체의 중요한 제의였다.

현대과학에 따르면 태양은 수소 원자의 핵융합에 의한 에너지의 방출로 이해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의 밝은 햇살은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고, 석양의 붉은 노을은 인간 삶의 유한함을 떠올리게 한다.

생명체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빛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빛은 은유적으로 진리, 새로움 등을 뜻한다. 이와 대조적인 어두움은 죽음, 거짓의 뜻을 가지기도 한다. 기독교의 요한복음서 제1장에서는 빛과 어두움을 통하여 예수의 성육신을 비유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또한 독일의 문호인 괴테는 임종의 자리에서 “더 많은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나머지 커튼을 열어달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빛은 밝음’이라는 단순한 도식을 뛰어넘어 빛의 기능에 주목하게 된 예로 빛을 이용한 정보의 통신과 저장을 들 수 있다. 빛을 통신에 활용한 것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외적의 침입을 빛의 신호, 즉 낮에는 연기, 밤에는 횃불로 전달한 봉화대가 한 예이다. 말을 타고 전령사가 소식을 전하는 것보다도 훨씬 빠르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각 지역의 높은 산에는 철통같은 경비를 동반한 봉화대가 설치 운영되었고, 나라에서는 봉화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였다. 오늘날의 전산망과 인터넷망의 옛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빛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으로는 정보의 저장을 들 수 있다. 산화은이라는 화학물질은 빛에 노출되면 성질이 변한다. 피사체에서 반사된 빛의 명암을 그대로 산화은 필름에 변화된 성질로 저장하고, 이것을 현상하면 사진이 된다. 초기에는 흑백필름만이 있었으나, 컬러필터를 이용하여 컬러사진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정보의 저장량이 획기적으로 증가하였다. 미국의 코닥회사는 사진 필름의 기술을 확보하여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예이다.

금년 노벨물리학상은 정보통신에 이용되는 광섬유의 성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가오 박사와 사진 영상을 디지털 전기신호로 바꾸는 전하결합소자를 발명한 보일 박사와 스미스 박사에게 수여되었다. 광섬유를 이용하면 기존의 구리선을 이용할 때 보다 수천배 이상의 정보전달이 가능하다. 또한 문자, 음악, 이미지, 비디오 등을 순식간에 지구 건너편으로 전달할 수 있다. 마치 무궁화호에서 KTX로 수송속도가 빨라진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봉화대는 산 위의 초라한 유적으로 남아 있다. 또한 전자결합소자의 등장으로 우주 먼 곳의 별을 유리알처럼 맑게 볼 수 있게 되었고, 깊은 바다 속의 모습을 손바닥처럼 쉽게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예전의 빛 바랜 컬러사진은 골동품이 되어가고 있다.

이번 노벨상은 빛의 기능을 한 단계 드높이고, 인류 문명 발전의 새로운 장을 여는데 빛을 활용한 공로로 선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인간사회를 변혁시킨다.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광통신은 글로벌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내고,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화는 독자가 기자가 되는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을 낳게 되었다. 대용량의 통신이 가능해짐에 따라 문자보다는 이미지가 정보의 전달수단으로 활용되고, 이에 따라 전통적인 교육 방식과 매체 방식 등이 비판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태고적부터 인간은 빛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스의 한 철학자는 빛을 상자 속에 가두기 위해 뚜껑을 연 채 햇빛을 쪼인 다음, 뚜겅을 닫고는 지하실로 달려가서 상자뚜껑을 열어 그 안에 빛이 남아 있는가 살펴보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오늘은 왠지 유리창을 통해 비쳐오는 가을 빛 아래의 단풍이 더 아름다워 보이고, 미래에 끝없이 펼쳐질 빛의 향연에 가슴이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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