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라고 다들 꿈이 정해져있는 건 아닌가봐요?”

최근 지인의 한 마디가 필자에게는 비수처럼 꽂혔던 경험이 있다.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끝일 줄 알았던 막연한 환상이 대학 입학 이후 산산이 부서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제 고학번이 된 필자지만 아직까지 진로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것도 고민인데,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신경써야 한다는 게 더욱 필자의 머리를 아프게 했던 순간이었다.

진로 고민을 제외하고라도 전공 결정, 인간관계, 금전문제와 애인에 대한 고민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은 1분 1초가 ‘고민’으로 가득 메워져 있다. 마치 ‘고민’이라는 이름의 망망대해에 떠있는 한 마리 물고기와 같다는 생각이 전혀 과장 같지가 않다. 

고민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그만큼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한 인터넷 기사에 따르면 취업시즌을 맞아 탈모전문병원에 방문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탈모 요인으로는 진로 고민과 그 때문인 수면 부족이 꼽힌다.

취업 포털 ‘알바천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생 응답자의 60%가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다’는 답변을 했고, 주요 요인으로 ‘취업난’(20%)을 꼽았다. 두 사례는 취업, 진로 등에 대한 고민이 대학생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성인으로서의 덕목을 갖춰야 한다’는 주변의 기대와 ‘대학 졸업 이후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제일’이라는 사회문화적 압박이 20대 초, 중반이라는 나이에 ‘일생일대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꼬리표를 달게 했다. 생일날 받은 아버지의 축하 문자에서 필자의 눈동자가 ‘지금 네 나이가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알지?’라는 한 문장에 고정됐던 것도 저 꼬리표 때문이 아니었을까. 왜 이런 고민에 휩싸여야 하는지 현재의 나이와 위치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그러나 대학생인 우리가 수많은 고민에 둘러싸여 있는 것은 자연의 순리처럼 당연한 이치다. 이주희 교수(사회학과)는 “학생이라는 위치에서 사회로 나가야 하는 변화 속에 있기 때문에 이 시기의 고민은 당연한 것”이라고 조언한다.

지금 우리가 고민하는 것은 사회 진입 직전, 특정 시기에만 할 수 있는 과업이다. 또한 고민거리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해보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는 과정은 이 시기가 아니라면 다시는 겪을 수 없는 경험일 것이다. 대학 시절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특권 아닌 특권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카네기는 그의 저서 「고민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서 ‘고민과 싸우는 방법을 모르는 사업가는 단명한다’는 알렉시스 카넬박사의 언급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비단 사업가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고민의 해결 여부를 떠나 고민과의 싸움은 스스로를 적극적인 마음가짐과 긍정적인 기질을 갖춘 사람으로 변화시켜줄 수 있다.

고민하는 것은 더욱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과정 중의 한 단면이다. 자신의 삶에 열정적이지 못한 사람은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 즉 고민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도, 슬퍼하지도 말자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모습 또한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해도 괜찮지 않을까. 어느 정도의 자기합리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윤 교수(심리학과)는 “대학생 시기의 고민은 자기 정체성 확립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며 넓은 범주의 독서, 여행 등을 고민과 스트레스 극복 방안으로 소개했다.

필자는 대학생으로서 가지는 많은 고민을 훌훌 털어내고자 얼마 전 혼자 밤기차를 타고 정동진에 다녀온 적이 있다. 차창 밖의 칠흑같이 어두운 세상을 바라보며 현재 필자를 괴롭히는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봤다. 정동진으로 가는 6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었다. 그 시간이 소중하다고 생각된 까닭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고민 보따리를 풀어 하나하나 꺼내보며 열심히 고심했던 필자의 모습 자체가 스스로 기특하게 느껴졌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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