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염리동에 위치한 디지털 라디오방송국 제1라디오 녹음실 안, 녹음시작 10분 전의 긴장감이 감돈다. 진행자 크므즈 율리아(사회학 석사 6학기)씨는 ON­AIR 표시등이 켜지자 러시아어로 능숙히 방송을 시작했다.
‘다문화가족을 위한 모국어 방송’의 러시아어 방송 진행자 율리아씨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러시아어가 모국어인 외국인에게 모국의 음악을 들려준다. 이 방송은 한국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을 위해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8개 국가의 음악을 전한다.

“친구에게서 진행자를 뽑는 오디션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도전했어요.” 율리아씨는 표준어 구사 가능 여부, 대본 작성 등을 심사하는 오디션 통과 후, 한 달 간의 시범 방송을 거친 후에야 진행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의 라디오 리포터 경험을 통해 전문 라디오 진행자로서 손색 없는 모습을 보였다. “유학 생활 중 우연히 2007년 봄부터 아르바이트로 KBS 국제라디오 러시아 방송 리포터로 활동하게 됐는데 진행하는 방송에 많은 도움이 돼요.”

방송 진행뿐 아니라 녹음에 필요한 대본 작성과 음악도 모두 그가 준비한다. 프로그램 기획부터 자료 수집, 1회 방송분량인 A4 10장 내외의 대본 작성, 15여 곡의 모국 음악 선곡까지 맡는다. 그는 청취자들에게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러시아 최신가요를 들려주기 위해 직접 음악을 찾고 녹음하는 수고도 아끼지 않는다.
주로 모국의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방송이지만 한국과 러시아의 뉴스, 한국 문화 소개, 한국어 수업 등도 제공한다. 그는 “단순한 진행자가 아니라 스스로 대본까지 써야 해서 더 많은 한국문화를 접하고 이해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율리아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의 한국어과를 졸업했다. 그는 학부 졸업 후 2006년 한국교육진흥원의 정부초청장학생으로 선발돼 본교 일반대학원 사회학 전공 과정에 진학했다. “학부 재학 중 한국에서 유학했는데, 당시 후문의 봉원사길 주변에 살았어요. 그때 추억으로 이대를 다시 찾게 됐죠.”
그는 한국에서 접한 경험으로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율리아씨는 러시아로 돌아가게 된다면 라디오 방송 분야에 종사하고 싶다.율리아씨는 오늘도 따뜻한 음성과 열정으로 채운 라디오 방송으로 타향살이에 지친 외국인들을 보듬는다. 한국의 곳곳에서 고국을 그리워할 이들을 생각하면서 그는 또다시 내일의 방송을 준비한다.

한주희 기자 hjh230@ewhain.net
사진제공:디지털라디오방송국 ‘라디오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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