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운동의 중심, 토론의 장에서 7080 추억의 명소로 변화

학생 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 대학생들은 학교 앞 카페와 민속주점에 모여 민주화를 논하고 민중가요를 불렀다. 그 시절 대학생들의 토론의 장이었던 본교 앞 카페와 학사주점은 대부분 옷가게, 미용실 등으로 바뀌었지만, 카페 ‘시나위’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같은 자리에서 30여 년의 세월을 보낸 시나위를 찾아, 80년대 학생운동과 학교 앞 변화상에 대해 들어봤다.

△1980년대 학생운동의 근거지, ‘시나위’
정문을 나서 신촌 기차역으로 가는 길, 늘어선 옷가게들 사이에 시나위가 있다.  80년대 그대로인 간판에는 흔한 네온 장식도 없어 찾기가 쉽지 않다. 가게에 들어서자 한 구석에 놓인 통기타와 장작을 때는 벽난로, 석유난로가 눈에 띈다. 피아노 위, 80년대 악보집에는 양희은, 김광석 등의 노래가 실려 있다.

시나위 20년 단골인 본교 83학번 이은정씨는 “지금 옷가게, 미용실 자리에 카페, 민속주점 등이 있었다”며 “그때는 카페에 모이기만 하면 민중가요를 부르고, 나랏일을 걱정하며 밤을 새우곤 했다”고 말했다.

1980년대 시나위를 비롯한 본교 근처 카페는 학생운동을 주도하던 학생들의 동아리방을 대신하기도 했다. 토큰이 90원, 학생식당에서 한 끼가 800원 정도였던 시절, 3~400원이면 커피도 마시고 마음 편히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카페는 돈 없는 대학생들의 아지트였다.

1980년대에 학교를 다니며 독서토론 동아리, 학회 등의 활동을 한 81학번 정봉래씨(사회생활·85년졸)는 카페를 모임장소로 활용했다. 정씨는 “학교 정문에는 전투경찰이, 교내에는 사복경찰이 돌아다녀 감시를 피해 카페에서 모이곤 했다”며 “사회학, 정치학,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모여 「한국경제의 허와실」, 「자본주의론」, 「민족경제론」 같은 판매금지도서를 읽었다”고 말했다.

신촌에서 대학을 다녔던 79학번 장의영씨는 “7,80년대 대학교 앞 카페는 민주화 항쟁의 산실 중 하나였다”며 “이대 앞 카페는 이대 학생들이 여성운동을 이끌어 나갈 때 토론의 장이 됐다”고 추억했다.
장씨는 당시의 신촌의 문화를 ‘카페문화’라고 말했다. 그는 “카페는 서로 다른 삶의 가치관을 재확인하고 인정해 줄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다”며 “카페가 자유로운 토론 문화를 형성하는 생산적인 기능을 하지 않았다면 그 시절 학생운동은 급격히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나위를 비롯한 80년대 작은 카페들은 저마다 특색이 있었다. 목재로 인테리어를 한 ‘벼락 맞은 대추나무’, 사회학 세미나가 자주 열리던 ‘객석’, 운동권 학생들이 모이던 ‘꽃단지’, 소개팅과 미팅 장소로 애용되던 ‘심포니’ 등은 특유의 분위기로 유명세를 떨쳤다.

90학번인 전은주(정외·94년졸)씨는 “어느 카페를 가는지 알면 그 사람의 취향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며 “90년대 초반 카페에 모여들던 학생들이 취업을 하고 언론계, 문화계 등으로 진출한 후에도 그 카페를 찾으면서 90년대 후반에는 사회 각계 인사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 들어선 90년대 이후 7080 추억의 명소로
카페문화, 학생운동과 더불어 198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시나위는 7080세대가 찾는 추억의 장소가 됐다.
주인 최영미씨는 “학교 다닐 때부터 찾아오던 이화여대 학생들이나 교수님들이 여전히 자주 찾는다”며 “단골손님들은 대부분 3,40대”라고 말했다. 최씨는 “90년대 초반 학교 앞에 커피전문점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카페문화도 변화를 겪었다”고 말했다. 

90년대 초 학교를 다녔던 연선주(신방·94년졸)씨는 “전통적인 방식인 알코올램프에 커피를 끓여 내려주던 것이 커피전문점의 전부였다”며 “학교 앞에 처음으로 들어선 커피전문점 ‘자댕’은 에스프레소 기계로 커피를 뽑아주면서 현대적인 분위기로 새로운 문화트렌드가 됐다”고 말했다. 

90년대 후반, ‘스타벅스 1호점’이 본교 앞에 들어서고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유행하면서 골목의 작은 카페들은 음식점과 옷가게로 업종을 바꾸었다.

스타벅스가 문을 연 1999년에 학교에 입학한 안인용(독문·03년졸)씨는 “스타벅스가 들어서면서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의 카페들이 많이 등장했다”며 “이후 커피전문점에서 책을 읽거나 세미나를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eunggi@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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