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음악동아’, ‘한국일보’ 등 각종 월간지와 일간지의 음악 평론은 진회숙(종교음악·79년졸)씨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거의 없다.

2001년 출간한 ‘클래식 오딧세이’부터 그는 국악 이야기를 담은 ‘나비야 청산가자(2003)’,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2008)’등 꾸준히 음악과 예술을 말하고 있다. 진씨는 20여년간 방송국 음악 프로그램의 전문구성작가로 청취자와 소통해왔다. 저서 집필과 음악 강의 준비 등 글과 음악으로 하루를 바쁘게 보내는 그를 9월29일(화) 자택에서 만났다.

진씨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어린 시절부터 책을 가까이 했다. 음악은 피아노를 배우면서 자연스레 친해졌다. 그 후 중학교 1학년이 되던 해, ‘안네의 일기’를 읽고 글쓰기에 매력을 느꼈다. “자신의 일기장을 ‘키티’라고 부르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안네의 일기’를 읽고 저도 제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겠다고 다짐했었죠.” 친구가 교지에 게재한 글을 본 후 그는 글쓰기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친구가 쓴 어른스러운 글에 경쟁심을 느껴 그 친구의 문체를 따라 써보기도 했죠.”

음악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다. 초등학교 시절, ‘KBS 누가누가잘하나’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해 그 해 참가자 중 2등을 차지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여동생과 의기투합해 KBS의 가족대항 노래자랑에 출전했다. 1등상은 텔레비전, 2등상은 전축이었다. “전축으로 음악을 듣고 싶어서 출전한 대회였어요. 제발 2등을 하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정말 2등을 했고, 돈이 모이는 대로 음반을 사 들었죠.” 그의 음악 사랑은 여고 시절까지 이어졌고, 그는 자연스레 본교 음악대학에 진학했다.

음악을 열심히 공부하던 학부 3학년 시절, 그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1977년, 운동권에 가담하며 관심 없던 사회학, 경제학 입문서에 빠진 것이다. “그 때부터 마르크스나 자본주의 같은 새로운 세계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 날의 지식들이 지금의 내공이 됐죠.”

대학 졸업 후 중학교 음악 교사로 일하던 그는 음악을 공부했다면 당연히 ‘우리 음악’을 알아야겠다는 심정으로 서울대 음악대학원에서 국악을 전공했다. 그는 대학원 졸업 후, 1988년 평론 ‘한국 음악극의 미래를 위하여’로 월간 ‘객석’의 예술평론상을 수상하며 평론가로 등단했다. 이후 첫 저서를 출간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저는 운동권에 참여하면서 습득한 인문학적 소양으로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지, 삶을 어떻게 개척해야할지 생각하는 행복한 청소년기를 지낸 것 같아요.” 그는 일류 대학과 직업을 삶의 목표로 삼는 학생들을 안타까워하며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클래식은 고급음악이므로 기본적으로 상당한 공부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클래식은 공부하면 할수록 깊이 느끼고, 많이 듣는 게 중요해요. 그것이 나이가 들어서도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자산이 되죠.”

진씨는 10월 초, 또 다른 저서 한 권을 내놓는다. 그에게는 여행을 다니며 다른 일에 얽매이지 않고 글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특히 음악이 아닌 여행 작가로서 꿈을 키울 계획이다.

“알프스에 가서 알프스 교향곡을 들으며 알프스 글을 쓰면 최고겠죠? 지금은 음악에 전문성을 가진 글쟁이지만 앞으로는 죽는 날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글쟁이로 불리고 싶어요.”  

황윤정 기자 gugu0518@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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