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지성인·전문적 인재 배출에 주력

찬연한 1백4년 이화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생각하며 빛나는 전통의 바탕 위에서 보다 새롭게 이화를 발전시켜야 하는 숙연하고도 무거운 짐을 지게 된 저는 두려운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고 이화여자대학교의 이념과 전통 그리고 스승과 선배들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되새기며 이화 제2세기 전반기의 역사를 받들어갈 사명을 다짐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90년대는 일찌기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대변화의 시대로서 국제화·세계화 시대, 지역화 시대, 국경없는 시대 그리고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첨단화·정보화가 전개되는 「총체적 대전환」을 요구하는 21세기의 문턱에 서 있으며, 국내적으로는 이념의 갈등을 종식하고 하나된 민족으로 조국을 통일해야 할 과업이 가로놓여있습니다.

바로 이와 같은 중요한 시점에서 저는 오는 시대의 이화인의 상을 다음과 같은 실천적 이념을 추구하는 것으로 생각해 봅니다.

오는 시대의 이화인의 상 첫째는 실력과 덕성을 겸비한 재승후덕한 여성이며, 둘째는 「완전한 여성」(또는 통합여성)이며, 세째는 국제화시대에 적응하는 「창조적 전문적 여성」이며, 네째는 사회와 민족의 갈등을 치유하는 「민족과 역사의 어머니로서의 여성」을 정립하는 것입니다.

완전여성 내지 통합여성은 (1) 의식과 가치의 면에서 남녀의 구분없는 일치성을 지니며 (2) 능력과 기능의 면에서 남성적 영역, 여성적 영역을 초월하는 대등관계의 기능을 보여주는 존재이며, (3) 남녀간에 동반자적 협동, 보완관계를 지속함으로써 상호간의 인격적 성장을 지원하는 존재이며, (4) 가정과 직장 그리고 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모든 생활양식이 남녀 모두에게 같은 형태로 영위되어 여성도 정치와 역사의 책임자로서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역할을 수행하는 인간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는 여성을 의미합니다.

제3의 기술혁명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퇴보와 낙오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이상의 네가지 이화인의 상을 이화여자대학교의 기본적 교육목표속에서 구현해 나감에 있어 추구해야할 방향과 실천적 과제를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 학문하는 대학, 연구하는 대학의 질적 심화를 보다 강하게 부각시키고자 합니다.

전임총장께서 설정하였던 학문하는 대학, 연구하는 대학의 지표에 기반을 두고 더욱 밀도있는 투자와 추진을 기하려 합니다.

여기에는 우선 여성이 학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학문한다는 철저한 인식의 변화가 전대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21세기의 새로운 시계가 요구하는 창조적 지성인의 양성을 위해 과학교육·창조적 교육·복지교육의 측면을 강화하고 국제화시대에 대비하는 각방면의 전문인력 배출에 힘쓰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유능한 교수요원의 계속적 확보, 연구자료·교육자료·실험기자재·연구시설과 교육시설의 확장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고등 전문인력의 배출을 위해 대학원 교육을 강화하여 보다 높은 수준을 위한 여건마련에 노력하고, 특수전문대학원을 신설하는 문제를 연구할 것입니다.

또한 외국대학과의 교류 특히 중국과 동구권과도 학술교류의 기회를 마련하고, 특별강좌제를 추진하려 합니다.

여성의 인간화·「통합여성」구현 둘째, 여성의 인간화, 완전여성의 구현을 위해 여성문제의 본질을 집요하게 탐구하고 여성인격, 능력의 자유로운 발현을 위한 사회구조개혁의 지도력을 배출하는데 더욱 힘쓸 것입니다.

이화여대는 외람됩니다만 한국의 대표적 여성고등교육기관으로서 변화하는 사회의 요청에 응답하는 여성상과 그 실현을 위한 방향의 제시와 조건 마련에 힘써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화여대는 이미 그 창립 자체에서 그러한 의지가 표출되었으며 또한 각 시대마다 이화의 교육과 동창들의 활동을 통해 꾸준히 그러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이 시대 새로운 여성상을, 저는 앞서 「완전여성」내지 「통합여성」이라고 규정했습니다만 이러한 여성은 전통적 가정에서의 남편관계, 자녀양육과 가사노동 등 모든 면에서 역할과 관계의 전면적 재편이 불가피해질 것입니다.

또한 여성의 취업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연적인 것이며, 취업은 단순 보조적 업무에 국한하지 아니하고 전문직종, 관리직종, 기술직 등의 참여가 일반화될 것으로 예견됩니다.

따라서 여성교육도 고도의 전문성, 확고한 직업윤리관, 남녀 대등한 협력관계의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아직도 성차별의 장벽이 높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감안할 때 여성학의 이론체계, 여성취업구조의 개선을 위해 진취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세째로, 기독교대학으로서의 이화대학은 기독교신앙을 교육의 기본이념 가운데 하나로 계속 전승시켜 나가는 매우 소중한 사명을 가집니다.

특히 이 사명은 미래사회가 엄청난 과학기술혁명의 시대로 예견됨에 따라 더욱 그 중요성을 더할 것입니다.

「인간을 위한 인간중심의 과학시대」를 위한 노력으로서 인문교육, 정신교육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질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기독교신앙이 대학에서 담당해야 할 역할이 의미있게 부각됩니다.

참다운 기독교교육은 젊은 학생들이 인생과 세계에 대한 회의, 불안, 좌절을 어떻게 극복하고 주체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가를 깨닫게 하고, 심오한 사랑의 능력을 갖춘 인간으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또한 우리의 기독교교육이념은 이화정신 가운데 중요한 하나인 섬김의 정신을 이 시대상황에 적합하도록 내면화하는 것입니다.

겨레를 섬기는 자리에 서야하는 이화인은 약자의 정당한 몫을 확보시키고 소외된 형재의 의지를 살려내고 왜곡돼고 파행된 민족사를 바로잡아 이 땅에 하나님의 공의를 이루고 온갖 사회 병폐와 부정적 요소에 청정제가 되어 깨끗하고 건강하고 문화적인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데 정성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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