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인 진통제 아닌 근본적인 치료제 필요하다

<편집자주>
정부는 올해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 ‘잡 셰어링(job sharing)’, ‘청년 인턴제’ 등 등록금, 취업 정책을 현실화했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는 대학졸업 후 취업으로 일정 소득이 발생하면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제도다. 중산층 이하 모든 가정의 대학생들이 내년 1학기부터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잡 셰어링’ 정책은 대졸 초임자의 임금 삭감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제도다. ‘청년 인턴제’는 청년 실업을 줄이기 위해 기업과 공공기관에 인턴 자리를 만드는 제도로, 내년에 중소기업 인턴 2만5천명, 공공행정기관 인턴 7천명의 자리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정부의 등록금과 취업 정책에 대해 대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본교 학생 4명을 초청해 직접 들어봤다. 좌담회는 9월30일(수) 이대학보사 주간실에서 열렸다.

<사진은 왼쪽부터 가나다 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제도’
대졸자 초봉 임금 깎지 말고
‘청년 인턴제’
정부 정책에 대해

 


 



 

사회: ‘취업 후 상환 학자금 제도’가 현실화됐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세란(언론·05): ‘취업 후 상환 학자금 제도’가 시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진보단체가 그간 요구해왔던 주요 정책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용을 세세히 따져보면 한계점이 있다. 첫째, 여전히 대학 등록금이 높다. 둘째, 취업 후 상환 학자금 제도로 인해 575억원의 근로 장학금 예산이 삭감되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게 지원하는 장학금과 금리지원이 중단됐다. 셋째, 등록금 인상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악용될 수 있다. 넷째, 등록금 인상을 규제하지 않는다면 이후에 재정 지출이 늘어나 재정 운용에 한계가 생길 것이다. 프레시안에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제도가 미약한 진통제가 될 수는 있어도 치료제는 될 수 없다’고 했는데 그 문장에 공감한다.

서리나(정외·07): 이론상으로는 반가운 정책이었다. 그런데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의 재원 조달을 어디서 할 것인지 걱정스럽다. 정부와 은행 지출이 크게 늘어나 학자금 대출을 받는 기준이 더 엄격해질까 염려스럽다. 또한 대부분의 학자금 대출자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면 무임승차자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친구들 중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자금 대출을 받는 친구도 있지만 등록금을 지불할 여건이 되는데도 단순히 부모님에게 손 벌리기 싫어서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는 친구들도 있다.

정나위(사회·07):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에 대한 한 포털 사이트 기사에 ‘취업 후 정부에게 10년 넘게 돈 갚으라는 말이구만’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 댓글에 매우 공감했다. 이 댓글은 정부 정책이 본질적인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대학 교육은 사회에서 임금을 받고 살아가기 위한 필수과정이나 마찬가지이므로 등록금 문제를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 등록금 자체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해야 한다.

사회: 여러분들은 본질적인 등록금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윤지영(특교·09): 등록금을 무리하게 낮추기보다는 장학제도를 폭넓게 시행했으면 한다. 대학등록금 자율화는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이뤄졌다. 자연스런 흐름을 제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김: 한국의 등록금 개인 부담률은 1.9%로 OECD국가 평균인 0.4%의 4배에 이른다. 창피한 일이다. 합리적인 해결책은 ‘등록금 상한제’다. 이를 위해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 1년에 3조원이 있으면 등록금 상한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한다. 4대강 사업 1년 예산이 3조 8천억원이다. 4대강 사업 대신 등록금 상한제를 실시할 수 있지 않겠나.

정: 무상 교육이 본질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무상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교육을 받는 주체인 학생이 자신의 권리를 외친다면 이뤄질 수 있다.

서: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무상교육은 불가능할 것 같다. 무상교육은 저소득층만을 위한 복지 정책이어야 한다. 등록금을 3, 4분할해 납부하는 등록금 분할 납부제가 고려할만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사회: ‘잡 셰어링’ 정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대졸자의 초임을 삭감해도 된다고 생각하나.

정: 정부가 일자리 창출 정책의 일환으로 이 제도를 시행한 데에는 이유가 있으리라 본다. 신입사원은 노조도 없고 위치상 반박이 어려울 것을 예상한 것이다.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한다면 반발이 클 것이다.
서: 위키피디아를 보면 ‘잡 셰어링’ 정책은 1929년 경제 대공황 때부터 시행됐다. 당시 ‘잡 셰어링’ 정책은 일인당 근로 시간을 줄이고 3교대를 만들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단순히 대졸자의 초봉 임금만 깎으려고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공정한 이익을 위해서는 공무원이나 기업 임원의 임금부터 삭감하는 게 옳다.

김: 임금 삭감 자체가 소득을 감소시키고 일자리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제도다. 특히 신입사원의 임금을 깎겠다는 것은 없는 사람들끼리의 나누기다. 1월29일(목) 프랑스에서 250만명 정도의 노동자와 학생들이  일자리 확대 및 사회적 안정망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했다.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는 이 파업으로 인해 임원들의 임금을 나눠서 노동자의 임금을 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은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노동시간 단축을 기본 골격으로 하는 ‘오브리법’의 시행으로 수십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이뤘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주 40시간 노동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노인, 보육 등 복지 서비스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사회: ‘청년인턴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윤: ‘청년인턴제’는 비효율적이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일을 한다는 명분은 좋지만 실질적인 업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사무 보조를 한다. 내 주위를 봐도 청년인턴은 용돈 벌이 수준이었다. 정부가 예산만 낭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 최근에 발표된 통계를 보면 대졸 취업률이 36.9%로 사상 최악이라고 한다. 30대 기업의 상반기 실적 자료에서도 신규채용이 36.2% 줄었다고 한다. 내 친구들을 봐도 쉽게 취업이 되지 않아 인턴을 전전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청년 인턴제’는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핵심을 보면 급한 불 끄기에 급급하다. 6개월의 인턴 기간이 끝나면 다시 실업자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실질적인 일자리는 보장되지 않고 있다.

서: 노동부가 9월24일(목) 발표한 자료를 보면 중소기업 ‘청년인턴제’의 경우 인턴종료자 중 정규직 전환율이 82.3%라고 한다. 중소기업 청년인턴제에 참여한 사람은 21.7%가 고졸 이하, 78.3%가 전문대졸 이상으로 전문대졸 이상 미취업자 참여가 높았다. 이 사례와 같이 ‘청년인턴제’가 4년제 대학 졸업자가 아닌 사회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으로는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사회: 정부의 등록금 정책과 취업 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나.

서:‘청년인턴제’ 등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정부가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장기적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의 실리만 쫓는 정책만 만들어낸다면 10년, 20년 후에도 똑같은 고민이 다시 나올 것이다. 또, 신뢰감 문제도 중요하다. 그동안 서민들에게 불신을 가져다 준 정부와 기업이 신뢰감 있는 제도를 확실히 보장한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윤: 정부는 서민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제도가 아닌 인식이 변화돼야 한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능력이 있다면 취업 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정: 현 정부는 ‘서민 프렌들리’ 정책을 말하지만 등록금과 취업 정책을 보더라도 그게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본질적인 등록금 문제, 취업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정권에 대해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등록금, 취업 정책 등 정부의 정책에 불만이 있어도 좀처럼 표출하지 않는다. 대학생의 활발한 사회참여를 위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김: 요즘 대학생들의 정치 무관심은 정치 자체보다는 기성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다. 때문에 대학생이 당장 행동하지 않는다고 다그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보다는 작은 행동이라도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 정치적 무관심으로 단언할 수 없는 문제다. 대부분의 대학생은 정책이나 제도에 불합리함을 느끼지만 행동할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 학생들이 정부 정책 등에 대해 다양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의 장부터 마련해야 한다.

윤: 사회 이슈들을 논하는 자리가 많아져야 한다. 모임이나 사회과학 토론 동아리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서: 특정 이슈에 대해 행동하면 진보, 행동하지 않으면 보수라고 불리곤 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이분법은 정치 양극화와 다를 바가 없다. 학생들이 서로 표현과 행동의 다양성을 인정해줬으면 한다. 움직이지 않는다고 보수는 아니다. 행동하지 않아도 온라인 등에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표현할 수 있다.

행동한다고 해서 무조건 구세대 운동권도 아니다. 운동 방향에 대해서 다같이 모색한다면 훨씬 다양한 운동방법이 나올 수 있다.

 강아영 기자 syungayoung@ewhain.net
사진: 안은나 기자 insatiable@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