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있어 소설은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예요.”

26세 젊은 나이에 문인이 된 김지숙(국문·08년졸)씨는 제10회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당선에 대해 “인연이 닿은 것 같다”며 조심스레 운을 뗐다. 김씨는 당선작에서 현대인의 메마른 삶을 그렸다. 그는 “소개팅 등의 일회적 만남을 통해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현대인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선작  「스미스」는 김씨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불편했던 술자리를 나와 배회하다가 소설 속 주인공의 모습을 떠올렸어요. 길을 잃어버리는 행위가 현대사회에서 객체화된 인간의 모습과 닮은꼴이라는 연상이 작품의 모티프가 됐죠.”

소설은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를 카페에 남겨둔 채 잠시 나왔다가 명동에서 길을 잃는 여주인공의 시각으로 시작한다. 동일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7곳이나 되는 명동에서 남자를 찾던 주인공은 이제까지 짧은 만남을 가져왔던 남자들을 생각해본다. 결국 주인공은 5번째 커피 체인점에서 소개팅을 하던 남자를 찾지만 타인과 같은 패션에, 같은 커피를 마시는 그를 보고 홀로 카페를 나선다.

1년 가까이 마음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작년 초부터 올해에 걸쳐 써내려간 이 작품은 소개팅으로 만난 남성들과 여주인공과의 관계를 통해 서로를 소비재로 인식하는 단편적 인간상을 보여준다.

제목인 ‘스미스’는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영화에서 스미스라는 인물이 수십 명으로 분화되는 모습이 작품 모티프인 ‘분화되고 일회적인 현대인의 만남’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어요.”

김씨는 작품의 주된 무대인 명동의 커피 전문점들을 찾아다니다 주인공처럼 길을 잃기도 했다. “작품에 사실성을 부여하려고 실제로 찾아보니 같은 커피 전문점이 명동에만 7군데 있더라고요. 한여름에 다 찾아다니느라 고생했죠.” 소설 속 커피 전문점은 상품의 획일성이 인간관계의 획일성과 연관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그가 발품을 팔아 알아낸 카페 외관, 주변 건물, 카페 안 소품의 모습 등은 소설 속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김씨는 글을 쓸 때마다 결말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작가가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면 객관적일 수 없는데도 주인공의 삶에 몰입해서 결말을 좋게 끝내고 싶었죠.” 그는 결말을 쓰는 것이 성장통을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설 한 편을 완성할 때마다 작품 속 세계에 대한 가치관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느껴요.”

이번 수상을 통해 김씨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꿈꿔온 소설가로 등단했지만, 그 꿈을 이어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문학특기자로 본교에 입학한 그는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며 이대학보사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취업난에 시달리면서 오랜 꿈이었던 소설가와 기자라는 직업 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했다. “글을 쓰고 싶은데 취업을 위해 소설 창작 욕구를 억눌렀던 것 같아요.”

이후 취업을 준비하던 중 즉흥적으로 유럽여행을 떠나게 됐다. 여행 마지막 날, 프랑스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놓친 것이 김씨의 인생에서 전환점이 됐다. 파리에 머무는 동안 그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었고, 그때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을 굳혔다. 현재 김씨는 YWCA의 출판홍보팀 간사로 활동하며 꾸준히 작품을 쓰고 있다.

“비행기를 놓치고 나니 모든 고민에 대해 초연해지더라고요. 비행기 한 번 놓쳐보는 경험, 꽤 괜찮아요.”
김씨의 꿈에는 작가로서의 활동,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것과 더불어 세계여행도 크게 자리잡고 있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삶의 의미를 발견할 김씨에게서 소설의 마지막, 카페 문을 박차고 걸어나가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보인다.         

이한나 기자 hjnh87@ewhain.net
사진: 고민성 기자 minsgo@ewhain.net

캡션: 제 10회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당선자 김지숙(국문·08년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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