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어느 한 분야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범인을 기가 막히게 잘 잡는 형사나 기중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기사가 그런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베테랑 형사’, ‘베테랑 기사’라고 부른다. 이 단어는 불어니까 불어식으로 발음하자면 ‘베떼랑’이라고 해야 한다.

그렇다면 베떼랑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온 말일까? 베떼랑(veteran)은 16세기에 라틴어 베테라누스(veteranus)에서 나온 말이고, 이 베테라누스(veteranus)는 베투스(vetus), 베테리스(veteris)에서 파생한 형용사로, 그 의미는 ‘나이가 든’이다. 그러니까 베떼랑은 원래 나이와 관계있는 말이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삶의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고, 삶의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은 그만큼 ‘노련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 말은 고대 로마시대에서는 ‘다년간 복무한 직업군인’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로이에르 베테라네(loyer veterane)라고 하면 ‘나이 많은 군인에게 지급한 봉급’이라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전직군인’을 가리키다가 1740년부터는 ‘어느 한 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게 되었다. 그리고 1885년부터는 체육계에서 나이가 좀 들었다고 보는 연령인 35세 이후에도 운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하였다.

참고로, 베떼랑의 반의어는 ‘블르(bleu)’인데, 이 ‘블르’는 대개 ‘파란색의’라는 형용사로 쓰이지만 명사로 쓰이면 ‘신병(新兵)’이라는 뜻도 된다. ‘신병’을 ‘블르’라고 하게 된 것은 옛날 신병들은 파란색 제복을 입고 부대에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신병이나 초보자를 가리켜 ‘새파란 놈’ 또는 ‘새파란 것’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것은 물론 우연이지만 재미있는 일치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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