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있다. 겉모습이 훌륭해야 이용할 욕구가 생기고 따라서 소비하기 좋다는 의미를 담은 말로 볼 수 있겠다. 우리는 말 그대로 보기 좋은 떡을 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공급이 넘치는 이 시대에 상품들은 겉모습, 스타일, 광고들로 치장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같은 상품일지라도 곱게 포장된 것이 좋아 보이고, 같은 책이라도 표지가 세련된 것이 잘 팔린다. 본질은 그다지 중요치 않다. 재미있으면 그만이고 마음에 들면 그만이다.

정치돌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 단어는 정치인과 아이돌을 합친 단어로, 인터넷을 통해 몇몇 정치인들이 아이돌 가수와 같은 인기를 얻으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정치돌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작년 촛불 집회가 활발히 열리면서부터, 젊은 누리꾼들이 정치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그들의 특징은 누리꾼들의 취향에 맞는 외모나 성격을 가졌다는 것이다. 외모가 잘 생기거나, 또는 성격이 시원하고 재미있거나. 이렇게 정치돌은 캐릭터적 특성을 부여하기 쉬워야 하고 이미지를 재생산 해 낼 여지가 충분해야한다.

토론 방송 진행자인 손석희 아나운서, 마찬가지로 토론 방송에 출연했던 준수한 외모의 송호창 변호사, 통쾌한 ‘말발’로 유명한 진중권 등이 그 시초일 것 같다. 그 이후로 유시민 전 장관이나 이해찬 전 총리, 강기갑 의원 등 특징 있는 정치인들에게 캐릭터성을 부여하고 친근감 있는 콘텐츠, 애칭 등을 만들어내면서 정치인을 아이돌화 시키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부엉이라는 새 별명으로 불리는 이해찬 전 총리도 젊은 여성들이 정치돌처럼 지지하기 시작하면서 친근한 이미지로 재조명 받게 되었다. 예전에는 정치인들 스스로 꾸며내려던 친근한 이미지들이 이제 젊은 누리꾼들을 통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인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관심도 시대의 트렌드다. 보기에 좋고, 참여 하기 쉬운 새로운 정치에 대한 시각이 열린 것이다. 이는 젊은 층의 다양한 방식의 정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정치적 무관심을 완화해 줄 좋은 돌파구처럼 보인다. 실제로 젊은 누리꾼들은 지금까지 없었던 다양한 방식의 의견 표출로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창의적이고 참신한 바자회, 플래시 몹, 릴레이 1인 시위 등의 현상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이러한 현상들을 바람직하게만 볼 수는 없다. 이러한 행위의 주체들은 주로 인터넷에 있는 누리꾼들이고, 인터넷 활동의 특성상 정치의식 없이 그저 참신함으로 포장된 행위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젊은 누리꾼들은 정치적인 상황이나 사실보다는 더 재미있는 것, 흥미로운 것에 관심을 가진다. 또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기도 어렵다. 인터넷을 통해 정치인들에 대한 정보를 대량으로 쉽게 얻고, 활동 하면서 스스로 정치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실질적인 행동은 하지 않게 될 가능성도 높다.

아무리 재밌고 가벼운 것을 추구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정치에까지 그런 태도를 가져야 할까? 정치는 겉으로 보이는 것 이외에도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사회적 행위이다. 보기에 좋은 정치인이 속으로도 좋을 필연성은 없다. 정치에 대해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다.

정치돌은 외양 지상주의와 가벼운 흥미 추구의 트렌드가 만나서 생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다. 보기 좋은 것이 좋고, 어렵지 않은 일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여기에 끌려가기만 한다면 우리는 사회 현상의 장식품이 되고 말 것이다. 새로운 방식의 정치참여를 하되 거기에 너무 치우치지는 않아야 한다. 보기 좋은 떡, 먹기 좋은 떡과 몸에 좋은 떡을 구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