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무대로 변화 모색하는 국제 개발 협정, 과학교육 시스템, 세계사

본지는 지난호에 이어 3개의 WCU연구 사업을 소개한다.

△세계 빈곤 퇴치가 궁극적 목표…김은미  교수 연구팀

WCU 육성사업에 선정된 김은미 교수(국제학 전공)연구팀은 ‘국제 개발 협력’에 대해 연구한다. 국제 개발 협력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나라들이 협력해 개발도상국의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2010년부터 한국이 OECD의 DAC(개발원조위원회,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에 참여하게 돼 이 연구는 앞으로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김 교수의 ‘국제개발협력의 효율성에 대한 국제 사례 비교 연구’는 한국을 포함, 여러 나라의 원조 사례연구를 통해 효과적인 국제 개발 협력을 구체적인 정책과 접목시킨다.

한국의 경제 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을 효과적으로 원조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론이다. 특히 한국이 전쟁 안보 위협 속에서도 발전을 이룬 점은 현재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개발도상국에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그는 “이 연구에서 한국의 사례를 이용해 처음으로 개발, 안보 분야를 결합했는데 시작 단계임에도 세계 유명 연구소로부터 워크샵 제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례를 개발 협력에 적극적으로 응용하려 하면서도 ‘한 나라의 개발 방식을 다른 나라에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선진국들이 원조를 하는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의 문화, 사회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아 실정에 맞지 않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과거 원조 방식은 선진국이 주체가 돼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주도했지만 현재 개발도상국이 주체가 돼 발전을 모색하게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개발도상국 또한 책임 의식을 갖고 주체적으로 행동해야 국가 실정에 맞는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개발협력을 알리기 위해 내년, 국제 개발 협력에 관한 학부 강의를 개설할 계획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돕는 봉사에 참여하는 등 실질적인 활동도 계획 중이다. 김 교수의 연구는 미래에 중요해질 분야의 기반을 닦는 데 의의가 있다. “젊은이들이 개발협력분야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길을 열고 싶습니다. 한국은 세계 무대에서 빈곤 퇴치를 위해 앞장설 수 있을 것입니다.”

△전세계 적용 가능한 과학 교육 시스템을 만든다…최경희 교수 연구팀

“전 인류가 과학소양을 갖고, 과학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과학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과학소양에 대한 정의는 각 나라, 시대, 학자마다 다르다. WCU 연구 사업에  ‘글로벌 시대 과학소양 함양을 위한 교육 시스템 구축’이란 연구 과제로 선정된 최경희 교수(과학교육과)는 전 세계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과학소양에 주목했다. “기존의 연구가 각 나라에 한정돼 진행됐다면, 이번 연구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모든 인류를 대상으로 하는 측정지표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 교수는 앞으로 5년간 순차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과학소양을 재정의하고, 그에 맞는 측정 지표를 마련하는 것이 첫째 계획이다.
그 후 연구 결과를 토대로 중학생과 고등학생, 대학생과 일반인, 과학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교육현장에 적용해보고, 석학들과 함께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등 각국에 맞는 과학소양 측정지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 결과를 각국의 교육부나 교육기관 등 현장에 보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크라이체 교수는 매달 약 1∼2주일간 본교에 머무르며, 교육과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크라이체 교수가 최 교수와 함께 맡고 있는 ‘과학소양교육론’수업을 수강하는 장지영(물리교육과 석·박사 통합 과정)씨는 “국내 연구밖에 접할 수 없었는데 크라이체 교수님의 수업을 통해 외국의 물리교육 연구 흐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크라이체 교수는 한 학기씩 본교에 머물 예정이다.

현재 최 교수는 연구를 위해 주말에도 연구실을 나온다. 그는 “외국 교수들과 함께 작업하는 국제 연구인만큼 결과에 따라 본교 과학교육과와 우리나라 과학교육학의 위상이 걸려 책임감이 크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개발될 과학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모든 사람들이 신종플루나 부안 핵 폐기물 문제 등에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말할 수 있는 과학지식을 가지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통해 문제해결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유럽 중심 세계사를 글로벌 네트워크의 관점으로…조지형 교수 연구팀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에 전무했던 역사학 분야의 전문 학자를 육성하고, 국내 각 분야의 글로벌 리더들에게 역사의식을 함양시킬 것입니다.”

24일(목) 오전10시 본관 연구처장실에서 조지형 교수(사학과)를 만나 그의 WCU연구 사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의 연구 주제는 ‘새로운 세계사와 지구사:글로벌 네트워크의 역학 연구’다. 연구는 지금까지 서유럽 중심의 일관된 관점에서 해석돼 온 세계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조 교수의 연구 목적은 세계 석학과 함께 전 지구적 관점에서 새로운 세계사를 연구하는 것이다.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데이비드 크리스천 석학 교수는 ‘거대사(Big History)’의 개념과 방법론의 창시자다. 거대사란 단순히 역사 연구 범위의 시·공간적 확대 뿐만 아니라 빅뱅부터 지구상의 생물이 출현하는 과정의 역사학이다. 크리스천 교수는 이번 사업의 일환으로 본교에서 여름계절학기 ‘새로운 세계사, 지구사 그리고 거대사’ 수업도 진행했다. 시간의 차원에서 크리스천 교수의 ‘거대사’는 역사학 분야에서 가장 폭넓은 연구 과제다.

지금까지의 세계사는 유럽 등 몇몇 나라에 국한된 ‘지역사’였다. 또 지구에서 일부분을 차지하는 소수 민족이 의미 있다고 여긴 역사에 불과했다. 조 교수는 “이 연구는 세계적인 배경에서 한국사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12월에 2판이 발행되는 세계사 백과사전에 본교 백옥경 교수(사학과)가 ‘세계사 속의 한국’이라는 주제로 정리한 한국사 부분이 등재된다. 지금까지 세계사에 한국사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세계적 시각으로 한국사를 보기 위해서는 석학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 연구는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학자를 만나며 진행된다. 2012년에는 조 교수가 조직위원장을 맡아 본교에서 아시아­세계사 학회의 국제학술대회도 개최한다. 그는 “이번 연구는 유사 연구 주제를 가진 사람들끼리 비교, 교류하는 협업의 성격을 지녔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연구에서 이미 알고 있었던 틀을 깨고 다른 시각에서 봐야하는 점이 가장 어렵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만나 의식을 바꾸고 관점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대학 시절이 아니면 융합적인 학문을 배우기 어려우니 두려워말고 배움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전하경 기자 jhk0712@ewhain.net
 정이슬 기자 iseul1114@ewhain.net
 황윤정 기자 gugu0518@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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