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특전단’하면 사람들은 무엇을 제일 먼저 떠올릴까? 아마 ‘베레모’일 것 같다. 둥근 납작한 모자를 쓴 구릿빛 얼굴을 한 늠름한 공수특전단의 모습 말이다.

그런데 공수특전단이 쓰는 차양이 없고 둥글납작한 모자 이름은 사실 ‘베레모’가 아니라 ‘베레’다.
‘베레모’는 불어 베레(beret)에 한자 ‘창 모(帽)’를 붙여 만든 말이다. ‘서울역 앞’ 대신에 ‘서울역전(驛前) 앞’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단어의 중복 사용을 두고 혹자는 “어차피 외국어인데 뭐 그리 큰 문제가 되느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베레모’가 한 단어로 알고 있는 이상 이는 쉽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어원상으로 보면, 이 단어는 후기 라틴어 비루스(birrus, 아마 골족이 쓴 것 같은 큰 두건 형태의 덮개)의 작은말 비룸(birrum)이 고대 가쓰꼬뉴어에서 베레뜨(berret)가 되고 다시 19세기 초에 불어 베레(beret)가 되었다.
원래는 이탈리아에서 둥근 철 테두리를 끈 등으로 줄여 쓴 모자가 그 시초라고 한다.

오늘날 베레는 (프랑스와 에스파냐의 국경에 위치한) 바쓰끄(Basque) 지방의 농민들이 쓰는 바쓰끄 베레를 일반화한 것으로, 요즈음은 그 색도 다양해져 스포츠용으로도 많이 쓰고 있다.

참고로, 바쓰끄족은 신체적으로는 서유럽의 다른 민족과 비슷하나 그들이 사용하는 바쓰끄어는 인도유럽어에 속하지 않는 유일한 언어다. 독특한 풍습과 종교를 가지고 있어 전통적으로 독립의지가 매우 강하다.
1950년대 이후부터는 ‘바쓰끄 조국과 자유’를 중심으로 활발한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다.

장한업 교수(불어불문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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