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해야지 결심해도 하기 힘든 것들 중 하나가 운동이다. 더군다나 학기 중에는 과제와 시험의 압박과 저녁 약속 같은 달콤한 유혹 때문에 결국 운동이 저만큼 밀려나기 일쑤다. 하지만 ECC에 번듯한 헬스장이 생겨 이번 학기엔 성실히 운동하리라 굳게 마음을 먹고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여섯 시 반에 문을 여니까, 그 때 와서 운동하고 씻고 아침 공기를 만끽하며 상쾌하게 수업을 들으러 가야지. 예기치 못한 설렘까지 느끼며 기다렸던 9월  1일, 늦잠에 길들여져 있던 몸을 겨우 일으켰다. 현재 시각 6시 20분. 첫날부터 지각인가. 적당히 타협을 봐서 7시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 될 줄이야. 러닝머신 20개 중 절반 정도는 이미 점령된 상태였다. 그것까진 좋았다.  1시간 정도의 운동을 마치고 씻으려고 라커룸에 들어간 순간 눈을 의심했다. 땀에 젖은 열 명도 넘는 사람들이 샤워실 앞에 대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시간은 이미 8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별 수 없이 그 행렬에 합류했지만 적잖이 당혹스러웠다.

함께 줄 서 있던 사람들 사이에선 나지막한 불평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러다 늦겠어. 안 씻을 수도 없고.” 몇 십 명은 수용할 수 있을 헬스장에 샤워실은 8개였다. 심지어 하나는 고장이었다. 그 후로도 줄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결국 앞으로도 상황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고스란히 환불을 받아  헬스장을 떠났다.

여성 이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샤워실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많은 불편이 야기될 것이다. 결코 뒤지지 않는 시설과 만만치는 않은 가격을 내걸고 있는 ECC 헬스장이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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