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영화동아리 누에는 1985년 창단돼, 창작영화 제작을 위해 매년 방학을 헌납해왔다. 17일(목) 열린 여름 영화제를 위해 열정을 불태운 누에를 15일(수) 그들의 동아리실에서 만났다.
누에는 17일(목) 오후5시30분 학생문화관 소극장에서 ‘꿈’을 주제로 여름 정기 창작영화제를 열었다. 이번 영화제에는 학생들이 여름방학동안 제작한 2편의 워크샵 작품과 2편의 단편 「몽중인」과 「5W1H」이 상영됐다.
「몽중인」은 누에 이주원 회장의 작품이다. 주인공 ‘준영’의 옆집에는 ‘여리’라는 여자가 산다. 준영은 아파트 복도에서 우연히 여리를 마주친 이후 그녀를 자신의 꿈에서 보게 되고, 꿈속의 일이 다음날 현실화 된다는 내용이다. 준영은 여리의 불행을 미리 예감하지만 여리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어렵게 여리에게 말을 붙여 봐도 돌아오는 건 여리의 차가운 시선뿐이다. 준영과 여리는 ‘나’와 ‘너’의 벽을 넘지 못한 채, 꾸밈없이 담담한 영상과 절제된 음악 속에 비극적 결말로 흘러간다.
서지원(교공·08)씨가 연출한 「5W1H」는 냉정한 현실의 벽 앞에서 꿈을 잃고 방황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다. 그가 차고 다니는 고장난 시계처럼, 그의 삶은 갈 곳을 잃은 채 정체돼 있다. “살아있는데 살아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목숨은 있는데 나는 죽었다.” 주인공 친구 ‘우진’의 대사에는 사회초년생이 느끼는 패배감이 짙게 묻어 나온다. 그러던 어느날, 진우는 수족관 속 금붕어를 보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영화의 끝부분에서 진우는 옥상으로 달려가 고장난 시계를 던져버린다. 옥상 벽에는 어항을 뛰쳐나와 대양을 향해 헤엄치는 금붕어가 묘사돼 있다. 진우와 우진의 내면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너도 그렇구나’하는 공감과 함께, ‘그래, 우리 잘해보자’하는 용기가 솟는다. 세심한 연출과 편집에서 누에가 쏟은 열정이 엿보인다.
그러나 첫 상영에 찾아온 관객은 6명 뿐이다. 그 6명도 누에를 거쳐 간 선배와 출연 배우였다. 학생들의 관심도 적을뿐더러 영화 전공자들도 아닌 학부생들이 작품을 만들다보니 기술적,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시나리오를 완성해도 장소를 섭외하지 못해 계획이 변경되기도 한다.
이주원 회장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산더미 같아도 영화로 옮길 수 있는 내용은 너무 적다”며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장소를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 이동거리는 멀지 않은지 따져본다”고 말했다.
실외에서 촬영할 때는 사람들이 촬영 장소를 자꾸 지나가 촬영 시간이 하릴없이 지연되기도 했다. 이렇듯 행인들을 통제하지 못해 NG만 20~30번을 낸 일도 많다. 청소 아주머니가 촬영할 장소를 청소하기 시작해 20분씩 기다리는 건 예사고, 행인들이 촬영 중 카메라를 향해 불쑥 얼굴을 들이밀기도 했다. 영화에 대한 욕심에 비례해 예산도 필요하다. 부족한 촬영비는 학교의 동아리 지원금과 부원들이 모은 돈으로 충당했다.
열악한 상황 속에도 이들은 포기를 모른다. 이주원 회장은 “아직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아무리 나빠도 절대 영화를 포기할 수는 없죠. 욕심을 줄여가면서 계속 찍을 거예요.”
표정의 기자 pyo-justice@ewhai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