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에서 우주 평화까지…세계 수준의 연구(WCU)는 이화에서 계속된다

<편집자주>
본지는 3회에 걸쳐 본교 9개 연구팀의 WCU사업 선정 연구 과제를 소개한다. WCU(세계수준의연구중심대학육성)사업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실용 지식 창출의 역량을 기르기 위해 과제를 선정, 해외학자 인건비와 연구비를 지원한다. 이 사업은 전공 개설, 개별학자 초빙, 세계적 석학 초빙 지원 과제 등 세 유형의 연구팀을 선정, 지원한다. 본교는 2008년 박경서 석좌교수(이화학술원), 한소엽 교수(화학·나노과학과), 조지형 교수(사학과)연구팀 등 5개 연구팀의 선정을 시작으로 현재 9개 팀이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넘어, 세계 평화를 모색한다…박경서 석좌교수 연구팀

9일(화) 오전11시, 대학원관 2층에 자리한 박경서 석좌교수의 연구실에 들어서자 박 교수가 온화한 미소의 ‘평화스런’ 인사를 건넸다. WCU사업에 선정된 박 교수의 평화학연구팀은 ‘적극적 평화로 가는 길-직접적, 구조적, 문화적 평화와 한국의 역할’에 관해 연구한다.

그는 “지금 한국의 평화학은 많이 발전하지 못한 상태”라며 “우리 연구소가 평화학을 이끄는 거점센터로써의 역할을 해내려고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에는 대학원생 3명, 국제학부생 1명, 박사학위 소지자 1명이 참여하고 있다. 박 교수 연구팀은 한국연구재단에서 5년간 10억 이상을 지원받는다.

박 교수는 3년 전, 학술진흥재단에서 3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평화학센터’를 설립했다. 당시 평화학센터는 ‘헬싱키 프로젝트’를 수행해 현재의 평화학연구소로 발전했다.
헬싱키 프로젝트는 헬싱키 협정의 체결 배경, 냉전기의 동독과 서독관계를 한반도 문제와 비교해 평화적인 특징을 도출해 낸 과정이다. 박 교수는 “헬싱키 프로젝트가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동북아 안보협력체제에 시사점, 방향을 제시한다”며 “이 연구를 모태로 WCU사업 연구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화학연구소팀의 WCU사업 목적은 매년 2명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초빙해 공동연구를 시행하고 한국 평화학 연구의 토대를 확충하는 것이다.
또 한반도 평화체제의 수립과 세계 평화에 기여할 정책 개발을 큰 목표로 삼고 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본교가 세계적 수준의 평화연구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형성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의 일환으로 본교에는 지금까지 200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가 방문했다.
유누스 총재는 방문 당시 공개특강 외에 학생들과 ‘평화의 길로 가는 방향’에 관해 토론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번 11월에는 2002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과테말라의 맨추 여사가 방문해 여사가 생각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의 적극적 평화 연구는 인간, 사회, 자연, 국가, 세계의 5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사회 구성원 각자가 건강한 시민의 역할을 해내고, 이웃을 생각하며 모두의 안전한 사회를 추구하면 인간의 안보는 개인에서 시작해 전 세계의 건강과 평화로 이어진다.

또 자연재해, 핵과 전쟁이 없는 평화사회는 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를 가져온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는 평화가 ‘평화운동’ 중심 사안이었으나 앞으로는 체계적인 평화학이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화학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에 특히 주목하며 “물리적 폭력과 구조적, 문화적 폭력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반도의 남북간 평화정착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본교 평화학연구소는 이미 남미, 아시아, 유럽, 북미에 존재하는 평화학센터와 긴밀한 프로그램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박 교수는 평화학이 ‘평화학과’로 재탄생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는 “지금 평화학과의 기초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이라며 “WCU연구가 평화학의 큰 역할을 한다면 본교가 설립하게 될 파주 캠퍼스와 더불어 평화학과가 ‘평화’라는 화두를 세계적으로 정착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우주 기원의 비밀을 파헤치다…안창림 교수 연구팀

“우주의 기원을 밝히는 것이 이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우주의 탄생 기원은 과학계의 큰 화두다. 전 세계의 학자들이 우주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미완성이다.

WCU 연구 사업에 선정된 본교 초기우주과학기술연구소도 우주의 근원을 찾고 있다. 초기우주과학기술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안창림 교수(물리학과)를 만나 연구 내용에 대해 들었다.

초기우주과학기술연구소는 본교 물리학과 교수 4명과 스무트 석좌 교수를 포함한 버클리대 교수 3명, 박사 후 연구원 4명, 석사, 박사 과정 대학원생들로 구성돼있다. 효율적인 연구를 위해 본교 물리학과 전임교수 3명, 박사 후 연구원 4명을 충원할 예정이다. 이 연구소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5년간 90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이번 달 중순에는 국제교육관 6,7층에 연구소가 완공된다.

초기우주과학기술연구소의 연구 주제는 ‘극한 기술을 이용한 우주 창조 원리 규명’이다. 현재 우주 창조 원리의 지배적인 학설은 ‘빅뱅 이론(Big bang theory)’이다. 빅뱅 이론의 근거인 우주 배경 복사는 우주의 대폭발이 있었던 140억년 전에 생겨난 빛이다. 이 복사는 우주가 탄생했을 초기부터 존재했기 때문에 우주의 기원을 추적할 수 있는 실마리다.

우주 배경 복사는 빅뱅시점에서 약 30만년 후 수소 원자가 만들어지면서 방출된 전자파로 현재 우주 전역에서 마이크로파의 형태로 관측된다.

이 연구단에 참여하고 있는 스무트 석좌교수는 1992년에 인공위성 ‘COBE’를 쏘아 우주 배경 복사가 방향에 따라 미세한 온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해 2006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스무트 교수의 발견은 우주 창조 원리인 빅뱅 이론을 뒷받침했다. “우주 배경 복사를 더 정밀하게 관측하면 140억년 전의 우주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연구단은 우주 기원을 파헤치기 위해 실험과 이론을 융합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영하 270도,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도 견디는 정밀 기계를 만들 계획이다.

안 교수는 “우주 배경 복사를 관측하는 위성을 쏘아올린 스무트 교수의 협력으로 정밀한 측정기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우주국이 5월에 발사한 ‘플랑크 위성’은 우주 배경 복사를 관측하는 초정밀 측정장치로서 스무트 교수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학계는 플랑크 위성의 정밀한 우주 배경 복사 측정을 통해 빅뱅 이론 등 현대우주론의 미해결 과제들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

초기우주과학기술연구소는 극한 우주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 ‘클린 룸(Clean room)’을 제작하고 복잡한 계산 문제 해결을 위해 ‘컴퓨터 클러스팅’을 설치할 예정이다.

안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인류가 어떤 우주관, 세계관을 가져야하는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적인 노벨 수상자와 학생들이 교류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라고 말했다.

△학문간 융합 통해 신약 개발을 꿈꾸다…정낙신 교수 연구팀

“기초과학인 생물과 화학 그리고 응용과학인 약학 분야를 융합한 바이오융합과학과가 본교에 최초로 신설돼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학문간 융합 연구는 과학계에서 일반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다. 본교 대학원도 2006년, 생명과학, 약학과를 융합해 생명·약학부, 2008년 나노과학과, 화학과를 융합해 나노·화학부를 신설했으며, 올해에는 더 나아가 생명과학, 약학, 화학의 세 분야를 융합한 바이오융합과학과가 대학원에 신설됐다. 바이오융합과학과 연구팀의 이런 발상은 WCU 사업 선정의 토대가 됐다.

“화학이 특정 산화 효소에 관련된 단백질을 발견하고, 생명과학이 그 단백질의 기전을 규명한다면 약학은 신약을 개발합니다. 이 세 학문의 통합을 위해 바이오융합과학과를 신설했지요.”

바이오융합과학과는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최초의 학과다. 정 교수가 WCU 사업으로 시도하려는 연구 주제는 ‘바이오 레독스(Redox, 산화 환원 반응) 시스템 융합 연구’다.

이 연구 중 화학분야는 산소 활성화 화학 반응의 메커니즘을 통해 생체 모방 시스템을 만들고 이로부터 산소 화학반응의 기전을 규명한다. 생명과학분야는 질병과 관련된 인자를 밝힌다. 약학분야는 이로부터 혁신적인 신약후보 물질을 도출하는데, 모든 일련의 과정이 이번 연구의 최종 목표다.

이 연구를 통해 신약후보 물질이 도출되면 고부가가치 산업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가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등 국가경제에 신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신약 개발로 발생될 부가가치는 자동차 몇천만대 수출로 얻는 이익과 같습니다.”
또 활성 산소 억제 약물이 개발되면 인류의 보건도 향상시킬 수 있다. 현재 연구팀에서 개발한 물질이 신약 도출 단계에 도달해있다.

정 교수는 “본교가 처음 시도한 바이오융합과학과가 세계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활성산소 연구는 매우 활성화돼 있으므로 빠르게 연구 성과를 내는 것이 관건이지요. 세 학문을 융합해 연구를 진행하면 발전 속도가 더 빨라질 거예요.”

정 교수 연구팀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향후 5년간 175억원을 지원받는다. 바이오융합과학과 대학원생의 등록금도 모두 지원한다.
“독립적으로 존재해온 학과들의 통합이 쉽지 않지만, 통합 학문의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전하경 기자 jhk0712@ewhain.net
황윤정 기자 gugu0518@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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