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다양해지고 있는 반면, 총여학생회가 없거나 여성 단체의 영향력이 작은 대학은 여성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의평가에 언어 성폭력 관련 항목 추가부터 무료 유방암 검진 행사까지

대학 내 여성 단체들은 다양한 활동으로 여학생들의 권리 및 편의를 주장하고 있다.

연세대 총여학생회(총여)는 종강 전 실시하는 강의평가에 언어성폭력 관련 항목을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총여의 주장이 반영돼 2005년부터 강의평가에 ‘강의는 남녀평등한 관점에서 이루어졌는가?’라는 질문이 추가됐다. 연세대 송윤지(수학·06)씨는 “강의평가에 이런 항목이 추가돼 학생들이 학내에서 언어성차별적인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총여는 학내 언어성폭력을 막기 위해 ‘성균관 난감다발 시상식(이하 성난다)’을 계획하고 있다. 이 행사는 강의 중 교수로부터 언어성차별을 당한 경험을 모아 그 중 학생들이 가장 불쾌하다고 느낀 사례를 선정하는 것이다. 성균관대 총여 임원 센(활동명)씨는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언어성폭력에 대해 인지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차별을 근절하려는 움직임과 동시에 여학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활동도 펼쳐지고 있다.

경희대 총여는 면생리대, 여성청결제 체험단을 모집해 제품 사용 후기를 공모, 당첨된 학생에게 상품을 증정했다. 또 무료 유방암 검진 및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할인 행사 등을 통해 학생들이 여성 건강에 관심을 갖도록 장려하고 있다. 여학생의 안전을 위해 가로등 점등시간을 연장하고 가로등을 추가로 설치하기도 했다. 경희대 ㄱ(언정·08)씨는 “여성제품이나 건강검진 등을 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여성 건강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한다”며 “더불어 늦은 시간에도 덜 불안하게 학교 안을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본교 여성위원회(이화여위) 역시 다채로운 행사를 선보였다. 이화여위는 5월 대동제 기간에 여성영화제를 개최해 ‘여성들의 자아찾기’라는 주제로 3개의 영화「디 아워스」, 「고양이를 부탁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상영했다.

이화여위는 이번 학기 ‘여성의 몸’을 주제로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28일(월)∼10월2일(금) 토론회 주제는 여성의 외모, 다이어트, 제모, 하이힐 등 여성에게 강요되는 아름다움이다. 총학생회 선거기간인 11월에는 ‘생리공결제’를 각 선본의 선거 공약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생리, 피임’을 주제로 토론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총여 없는 대학 있어, 폐지 논란 되기도

그러나 대학 내 여성의 목소리를 내줘야하는 총여가 존재하지 않는 대학도 있다. 존재하더라도 폐지돼야 한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서울대와 서강대에는 총여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서울대에는 자치단위인 관악여성주의자모임(관악여모) 등의 여성 단체가 총여의 빈자리를 대신한다. 서강대는 총여학생회가 없는 대신 여학생협의회가 있지만 1996년부터 선거가 이뤄지지 않아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중앙대 총여는 올해 선본이 나오지 않아 비상대책위원회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대 관악여모 활동가 열라(활동명)씨는 “대학 내 여성 단체는 인원 부족, 여성 문제에 대한 무관심, 뻔한 결과가 될 거라는 생각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장필화 교수(여성학과)는 “여성 참여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기에 사회 전체를 위해 필요하다”며 “학생 운동도 여성 및 다른 소수자의 입장까지 다 대변하는 보편적인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바람(활동명)씨는 “대학 내 여성주의자들이 자신들 외에 여성 문제에 관심 갖는 학생을 찾기 힘들어야 한다”며 “교내 여성주의 저널 매체를 교외에도 배포하거나, 타대와 함께 행사를 개최해 참여자들 간 연대의식을 굳건히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한나 기자 hjnh87@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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