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의 신촌은 음악인들의 주요 활동 무대였다. 신촌블루스, 들국화, 김현식 등이 기타를 둘러메고 신촌을 누볐다. 그러나 신촌 거리에 유흥업소가 하나둘씩 늘어가면서 설 곳을 잃은 음악인들은 홍대 거리로 발길을 돌렸다. 유흥가가 돼버린 신촌 에 다시 음악이 흐르길 꿈꾸는 사람들이 ‘신촌 음악문화의 발전을 꿈꾸는 사람들’(이하 신음발사)이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신음발사는 3명의 대학생이 ‘신촌에도 음악을 제대로 즐길 곳을 만들어 보자’는 발칙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신음발사 창단 일원인 이종현(연세대 신문방송·05)씨는 “자주 가던 술집에서 대관료를 지원 받아 밴드들을 모아 공연을 연 것이 시작이었다”며 “그런 공연을 계속 이어나가자는 생각에서 신음발사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첫 공연을 주최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club.cyworld.com/musice) 회원 수가 꾸준히 증가해 현재 홈페이지 회원 수만 1천6백여명이다.

△기획공연부터 음악감상 모임까지

신음발사의 주요 프로젝트는 ‘무지개를 닮은 뮤직(Music):에’(이하 뮤직에)와 ‘신촌 음악 감상 도시락 모임’(이하 신음감도)이다. 뮤직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매달 색다른 주제로 선보이는 기획공연이다. 작년 12월 첫 공연을 시작으로 6회까지 진행됐다. 공연에 참석하는 관객은 한 회 평균 3,40명 정도다. 소규모 공연이다 보니 관객과 무대 위 연주자와의 소통을 지향한다.

뮤직에 운영진인 김지은(인과·09)씨는 “매 공연마다 공연 주제를 잡아 관객과의 대화시간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2회 공연에 참가한 아티스트 ‘비스윗’(강주희)씨는 “공연 중에 관객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라 뮤직에 공연이 특히 즐거웠다”고 기억했다. 그는 “직장에 다니면서 음악을 하다 보니 정기적인 클럽 공연은 힘들다”며 “신음발사의 뮤직에를 통해 무대에 설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뮤직에가 기획 공연프로그램이라면 신음감도는 음악 감상 모임이다. 신음감도는 신촌에 위치한 맛집에 모여 호스트(음악을 선곡해 다른 참여자에게 소개하고 들려주는 사람)와 7명의 일반 참여자가 음악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이 모임은 홈페이지에 모집 공지 글을 올리면 하루가 채 안 돼 모집이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좋다. 고등학생부터 40대 직장인까지 참여자도 다양하다.

신음감도 운영진인 김한별(국민대 영문·08)씨는 “음악 감상 및 토론부터 고민 상담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신음감도의 첫 모임부터 참여한 이지연씨는 “매주 다른 음악과 사람들을 만나는 신선함이 있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최종 목표는 ‘신음발사 사라지는 것’

신음발사는 9월부터 악보제작업체인 ‘악보공장’에서 한 달에 10만원 정도의 후원을 받고 있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이 크다. 공연을 한 번을 할 때마다 6,70만원 정도 드는 대관료가 가장 부담이다. 사정상 대관료 전액을 지불할 수 없었던 신음발사 운영진들은 발품과 인맥으로 대관료를 10분의 1정도로 줄일 수 있었다. 뮤직에 운영진 김지은씨는 “사장님을 찾아가 설득하기도 하고 공연 취지를 설명하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 신음발사 운영진은 8명이지만 대부분 대학생이다 보니 학업과 운영진 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신음감도 운영진 김고은(연세대 교육·05)씨는 “운영진들은 서로의 업무까지 도와가며 일하다 보니 혼자서 공연 기획 및 장소 섭외, 아티스트 섭외와 홍보까지 할 줄 아는 멀티플레이어가 된다”고 말했다.

신음발사의 최종 목표는 아이러니하게도 신음발사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종현 씨는 “신촌에 자유로운 공연 문화가 정착돼 신음발사 없이도 많은 이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eunggi@ewhain.net
 사진 제공: 신음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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