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생각하는 1980년대 영국은 어떤 모습인가?

영화 「디스이즈잉글랜드(This is England)」는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의 모습, ‘포클랜드 전쟁(1982)’ 등 영국의 1980년대 ‘핫 이슈’들을 스치듯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 중심에 포클랜드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은 12살 소년 숀이 있다. 영화는 숀의 여름방학 속에 민족주의와 인종차별, 경제난에 찌든 현실을 담아내 ‘이것이 1980년대 영국’이라고 거칠게 정의한다.

외톨이인 숀은 학교 친구들에게 전쟁 중 사망한 아버지 때문에 놀림 받는다. 친구가 없는 숀은 낡은 나룻배 위에서 젤리를 먹거나 공터에서 혼자 새총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그는 동네 형 ‘우디’를 만나면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스킨헤드 족’의 우두머리인 우디는 어린 숀을 무리에 끼워준다. 숀은 접어올린 스키니진과 빨간색 ‘닥터마틴’부츠, 셔츠를 입고 막내 스킨헤드로 거듭난다.

맥주를 마시며 파티를 벌이고 자신의 키보다 두 배는 큰 여자친구와 키스를 한다. 셰인 메도우스(Shane Meadows)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인 디스이즈잉글랜드는 12세 때 폭력적인 스킨헤드였던 감독의 경험을 담은 작품이기도하다. 실업과 가난, 상심이 가득한 마을에서 자란 숀은 셰인 메도우스 자신이다.

숀과 우디의 무리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우디의 친구 ‘콤보’가 등장하면서 변화를 맞는다. 당시 영국은 인도와 파키스탄계 노동자들의 유입으로 백인 노동자들의 실업자 수가 350만명에 이르렀다. 인종차별주의자인 콤보는 다른 인종이 영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잉글랜드 민족주의’를 내세운다. 콤보의 주장은 지향점이 다른 우디의 무리를 분열시켰고 숀은 우디를 떠나 콤보를 따라나선다.

잉글랜드 민족주의는 영국인들의 자국에 대한 애국심에서 출발한다. 대다수의 영국 국민은 자신들이 세계에서 ‘예외적으로 성공한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세계 최초로 의회민주주의를 발달시킨 영국은 산업혁명을 일으키며 세계 무역 규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콤보가 내세운 잉글랜드 민족주의는 극단적인 배타주의를 낳았다. 파키스탄계 주인이 운영하는 잡화점에 무단으로 침입해 물건을 훔치고 심지어 자메이카 출신의 스킨헤드인 ‘밀키’에게 정신을 잃을 정도의 폭력을 행사한다.

영화의 마지막, 극단적인 인종차별주의에 회의를 느낀 숀은 콤보를 떠난다. 그는 콤보가 선물한 대영제국 헨리 5세의 빨간 십자가 깃발을 바다에 던져버린다. 빨간 십자가 깃발은 영국의 4개 지방(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아일랜드)중 잉글랜드의 국기를 의미한다. 숀은 천천히 가라앉는 깃발을 뒤로하고 렌즈를 뚜렷하게 응시한다. 무엇이 진짜 영국인가. 영화는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성장하고 있는 숀을 통해 1980년대 영국의 모순적인 현실을 진솔하고 담담하게 담아냈다.

디스이즈잉글랜드는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 뉴포트 국제영화제 감독상, 히혼 국제 필름 페스티발 관객상, 영국 인디펜던트 필름 어워드 베스트 필름상 등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영화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김아영 기자 momonay@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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