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슬 기자의 랩로테이션(Lab rotation) 체험기

종과C동 4-17호 안. 생쥐의 외피, 내피를 벗겨내자 장기의 모습이 드러났다. 조교언니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쌀 한 톨의 1/3정도 되는 작은 난소를 찾아냈다. 그는 양손에 쥔 핀셋으로 난소를 둘러싼 막을 조심스레 제거하고 생쥐에서 난소를 분리했다.

“잘못 다루면 난소가 터질 수 있으니 아기 다루듯 조심스럽게 다뤄야 해!” 나의 랩로테이션(Lab rotation) 첫 날은 조교의 시범으로 시작됐다. 이대기 지도교수(생명과학과 전공)에게  깨알같은 영어논문과 실험노트를 받아들고 두 달여간의 랩로테이션 생활을 시작했다.

랩로테이션은 생명과학과가 매년 2회 학부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프로그램으로, 생명과학 전공생 졸업요건 중 하나다. 랩로테이션에 참여하는 학부생은 지도교수와 실험주제를 정하고 대학원생과 실험을 진행한다. 랩로테이션의 끝에는 수행한 실험 결과를 발표한다.

내가 맡은 실험 주제는 ‘Ereg 유전자를 없앤(Knock out) 쥐의 난소에서 ERK(세포외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일종)의 발현 패턴 보기’였다. 이를 위해 나는 첫 주부터 생쥐의 난소를 채취하고, 쥐의 귀에서 추출한 DNA를 중합효소연쇄반응(PCR)을 이용해 쥐의 유전자형을 확인했다. 전공 실험 수업을 통해 부분적으로만 알고 있던 실험도구도 세세히 배워 나갔다.

셋째 주부터 본격적인 실험을 했다. 영하20℃에서 2×2cm 정사각형 틀 속 액체에 쥐의 난소를 넣은 뒤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고체로 굳혔다. 그 다음 영하20℃로 유지되는 공간에 난소가 든 고체를 넣고, 칼로 7mm의 일정한 크기로 잘랐다. 그러나 얇은 7mm 조각은 칼에 의해 잘리자마자 두루마리 휴지가 감기듯 말려버려서 늘 한손에는 붓, 다른 한 손에는 핀셋을 들고 조각을 평평하게 펴야 했다. 그 다음 따뜻한 유리 슬라이드를 조직 위로 갖다대면 약2cm 거리에서 조각이 슬라이드에 저절로 붙는다. 이는 온도 차로 인해 조직이 유리 슬라이드에 붙기 때문이다.

조각을 자르는 과정은 내가 진행했던 실험 과정 중 가장 손이 많이 갔는데, 자르다가 조직이 뜯기고, 붓으로 펴다가 찢어지기도 했다.  또 영하20℃ 이상의 온도가 되면 조각이 녹아 버려 절대 손으로 만져서는 안되고 다루는 도구도 차갑게 유지해야 했다. 이후 면역형광검사(Immunofluorescence, IF)를 이용해, 유리 슬라이드에 붙어있는 난소의 ERK 발현을 조사했다. 면역형광검사는 내가 알고자 하는 ERK의 발현에 관계된 단백질의 항체를 이용해 ERK의 발현을 알아보는 실험 방법이다. 이 검사는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첫날에는 슬라이드에 항체를 붙이고, 이튿날 형광이 붙어있는 두 번째 항체를 붙였다. 그 다음 형광현미경을 통해서 실험 결과를 확인하고 사진을 찍었다.

실험 과정이 항상 순탄하지는 않았다. 항체를 만드는 회사에서 제시하는 프로토콜(실험에 관련된 과정, 정보를 제시해 놓은 자료)이 매번 정확히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늘 조건을 융통성있게 바꿔 실험을 진행해야 했다. 첫 번째 면역형광검사의 결과는 난소의 단면이 아예 보이지 않아 대학원생의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결과를 확인하는 현미경의 상황도 좋지 않아 결과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기도 했고, 실험 도중 항체가 부족해 2주간 실험을 멈추기도 했다. 

랩로테이션이 끝날 때까지는 이 모든 과정의 반복이었다. 이를 통해 새로 알게된 점이 많은데 특히 전공 수업에서 부분적으로만 할 수 있었던 실험들을 스스로 진행하고 결과를 도출해본 경험이 가장 좋았다. 발표 끝에 교수님이 “간단해 보이는 실험이 참 쉬운게 아니지?”라고 하셨듯이, 실험 프로젝트 하나를 완벽히 진행하기에 두 달의 시간이 짧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

실험실은 여러 사람들의 협력으로 운영되지만 실험과정은 자신만의 싸움이었다. 과학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계속하는 과학도의 삶을 체험할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다.

정이슬 기자 iseul1114@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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