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참관부터 소극장 총괄하는 하우스 매니저까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154개 공공기관 인턴들의 주된 업무 중 기관·부서 지원, 사무보조 등 단순 업무가 8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단순 사무에 그치는 인턴 경험에서 벗어나 한여름 날씨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현장에 반납한 이화인들이 있다.   

△터키에서 인사부 실무 경험

김민정(영문·06)씨의 여름방학 하루 일과는 오전9시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알리안츠 보험회사’에서 시작됐다. 출근해 자리에 앉자마자 이력서 한 뭉치를 가져와 살펴본다. 하루 2, 3백 건의 이력서를 나이, 성별, 경력, 학벌 등의 기준에 따라 분류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영문 이력서 분류 작업도 어려웠지만, 자기소개서를 보고 글이 과장되지는 않았는지를 판단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김씨는 직접 면접자리에 참석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참관하면서 면접에서 갖춰야 할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당신의 고객에게 어떻게 신뢰를 심어주겠느냐?’는 질문을 통해 지원자들의 인생관을 통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어요. 60세가 넘은 할머니는 면접에서 살아온 인생을 말하며 이만큼 세상의 많은 것을 알기에 사람을 대하는 데 자신 있다고 주장했었죠.”

김씨는 이력서 분류 작업, 면접 참관뿐만 아니라 각종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한 부서에서 채용을 원하면 해당 부서 관계자들과 인사부 직원들이 모여 채용 여부에 관한 회의를 진행한다. 채용이 결정되고 나서, 신입사원 채용 모집 광고를 김씨가 직접 만들기도 했다. 

김씨는 단기 인턴이었지만 회사와 부서의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직원들이 애제자를 가르치듯 인턴인 저에게 인사부와 관련된 모든 것을 알려주려고 했어요. 제가 회사 사람들에게 부담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터키에서의 인턴 경험을 통해 김씨는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그는 “평소 관심 있던 인사 부서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정확히 알 수 있었다”며 “대학원 졸업 후 인사부에 취직하고 싶다”고 답했다.

△주방 공간 디자인 통해 미래도 설계

홍선혜(산디·06)씨는 6월부터 ‘넵스(Nefs) 주니어 디자이너 포럼’ 참가자로 선발돼 3개월째 주방을 디자인하고 있다. 부엌가구를 제조, 판매하는 업체 ‘넵스’가 주최하는 이 포럼은 5명의 대학생이 5번의 중간점검을 거쳐 가장 우수한 1인이 선발되는 행사다.

제품 디자인만 주로 하던 홍씨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전공이 산업디자인이어서 주로 상품 디자인만 하다가 주방이라는 공간을 디자인하려니 처음엔 막막했어요.” 그러나 ‘넓게 바라보는 것이 디자인 공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공 교수의 조언에 힘을 얻었다.

‘감성 디자인’이라는 포럼 주제에 맞춰 홍씨의 주방 디자인 콘셉트는 ‘전통과 자연’이다. 그는 천의 형태에서 오는 유연한 느낌을 주방 디자인에 접목시켜 주방가구의 딱딱함을 보완했다.

홍씨는 “보통 디자인 업체 인턴으로 들어가면 윗사람들이 만든 디자인을 도우는 데 그친다”며 “이 포럼은 현직 디자이너들의 도움을 받아 나만의 디자인을 해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상품 디자인 관련 진로만 생각했던 홍씨는 “이번 활동이 진로 선택의 폭을 넓힐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소극장 총괄하는 하우스 매니저

김고운(불문·06)씨는 8월 내내 홍대 소극장 ‘씨어터 제로’ 입구에서 공연 티켓을 판매했다. 그의 직책은 ‘제12회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의 하우스 매니저다. 김씨는 3대1의 경쟁률을 뚫고 홍대 소극장의 관리자격인 하우스매니저를 맡게 됐다. 그는 “영화 같은 문화 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많다”며 “엔터테이먼트 회사의 인턴은 실질적인 업무를 경험할 수 없어 페스티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의 주된 업무는 전반적인 극장 관리 및 통제다. 공연 전에는 공연팀과 극장팀 간의 의견 조율부터 무대 배치, 티켓 판매 등을 담당한다. 공연이 끝나면 나가는 관객을 통제하고 무대세트를 철거한다. 소극장 구석구석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자원봉사 활동이다보니 지원인력이 거의 없어 체력적으로 힘들죠. 스태프들은 일주일에 하루는 쉴 수 있지만, 저는 매니저라 3주 동안 한두 번밖에 못 쉬었어요.”

김씨는 특히 관객들이 공연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거나 공연 중에 나드는 관객 통제가 힘들었다. 그러나 김씨의 노력 덕분인지 축제가 막바지로 갈수록 초반에는 20명 남짓이었던 관객이 점점 늘어 100명이 넘는 인파가 소극장을 가득 채우기도 했다. 그는 “노력해 준비한 공연을 관객들이 즐기고, 관람 후 공연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극장을 나서는 모습을 볼 때 뿌듯했다”고 웃어 보였다. “공연을 올리면서 실질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해 직접 나서 대안을 마련하고 해결해가면서 미래의 직업을 미리 체험할 수 있었죠.”

△1인 5역으로 뉴스 완성한 방송국 인턴

“매일 카메라와 삼각대를 양 손에 들고 낑낑대며 현장을 뛰어다녔죠.”
국민정(방송영상·05)씨는 7월 4주 동안 C&M(씨앤앰) 케이블 TV 방송국에서 인턴으로 활동했다.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인턴 생활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멘토로 지정된 선배를 졸졸 쫓아다니며 동행취재를 했죠.”

국씨는 선배 기자가 취재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보고 배웠다. 취재원을 섭외, 취재하는 방법 등을 생생하게 배울 수 있었다. 이후 국씨는 인턴 기간에 뉴스 제작에 투입됐다. 기사의 소재 선정부터 취재원 섭외, 촬영, 편집까지 그의 힘으로 2분30초짜리 뉴스 한 편을 완성했다. “1인 5역을 맡았어요. 오른손으로는 기사를 쓰고 왼손으로는 편집기를 돌려 영상을 편집하고, 촬영과 목소리 녹음까지 모두 제 손을 거쳤죠.”

그가 이렇게 머리를 짜내고 발로 뛰며 만든 뉴스는 지난 7월 둘째주 경기뉴스에서 방영됐다. “뉴스의 마지막, 카메라 앞에서 단 두 문장 말하는 부분만 10번 정도 촬영했어요. 그렇게 만든 뉴스가 방송됐을 때 그 뿌듯함은 말로 표현 못 할 정도였죠.”

국씨는 타 방송국에서 인턴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자부했다. 그는 “원하는 직종을 실제로 경험해 보고 현장에서 작은 부분까지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며 “지상파 인턴, 영상 동아리 활동, 공모전 준비 등의 경험들보다 이번 인턴 활동이 더욱 실무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한나 기자 hjnh87@ewhain.net
사진 제공: 국민정, 홍선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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