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떴다 비행기
떴다 떴다 비행기
  • 김진호 교수(경영학 전공)
  • 승인 200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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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교수(경영학 전공)
비행기의 이륙만큼 경이로운 것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내 몸 하나 폴짝 뛰기도 벅찬데, 수백 명의 사람들과 더불어 엄청난 무게의 짐들까지 싣고서 뜨는 비행기가 어찌 아니 신기할 것인가? 이륙과정에서 비행기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이륙하여 구름 위까지 오르게 되면, 그 이후에는 지상의 날씨변화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 비교적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초기의 경제발전은 비행기의 이륙과정과 비슷하다. 가난한 나라를 부자로 이끌어내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움직이는 물건은 가속이 붙어 있어 계속 진행시키기 쉽지만, 정지된 물건은 그 자리에 머무르려는 속성이 강하여 움직이기 어려운 것과 같다.

대한민국은 지난 50년 간 이처럼 어려운 초기 경제발전을 이룩해낸 자랑스러운 나라이다. 미군 지프를 따라다니며 ‘Give me a gum'을 외치던 소년들이 아직도 그때의 생생한 기억을 가지고 노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미군들이 먹다 버린 햄과 쏘시지를 고추장 풀어 넣고 팔팔 끊여 먹던 것이 오늘날 ’부대찌개‘가 되었다. 다른 나라에서 원조로 보내준 밀가루와 분유가루를 배급받아 굶주림을 면한 것이 불과 50년 전이다.

그랬던 대한민국이 지금은 전 세계 10위를 넘보는 경제 강국을 지향하고 있다. 자동차, 전자, 반도체, 철강, 조선, 석유화학, 통신 등의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G20에 속하여 세계의 리더로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지금 이 땅에 사는 우리는 쉽게 인정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향후 역사가들은 대한민국이 지난 50년간 이루어낸 이와 같은 엄청난 발전을 ‘기적’이라고 칭함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던 대한민국이 더 나은 삶을 향한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춘듯하다. 선진국과 이머징마켓 사이에 샌드위치가 되어 대한민국이 과연 성장동력을 상실했는가, 성장과 분배를 둘러싼 사회갈등이 얼마나 심하면, 악플러들은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걸러지지 않은 증오의 감정을 퍼뜨리는가, 굶어죽는 사람은 없어졌는데 노인과 청소년의 자살률은 왜 이렇게 높으며, 출생률은 어찌 하염없이 하락하여 미래 국가성장을 암울하게 하는가? 급기야는 1997년에 이어 이번에 또 다시 닥친 금융위기 앞에서, 그동안 대한민국이 쌓은 경제체력은 어찌 풍전등화(風前燈火) 마냥 약해만 보이는가?

필자는 이 모든 것들을 우리의 더 큰 성장을 위한 성장통으로 생각한다. 환절기가 되어 바깥환경이 변하면 신체에서 취약했던 부분들이 먼저 아픔을 느낀다. 이를 찾아 고쳐나가면 우리 몸은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  이번 경제위기를 통해서 우리는 취약점들을 계속 고쳐가면서, 세계를 놀라게 할 만큼 빠른 속도로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이 최선은 아닐지 모르지만, 우리는 역사적으로 이보다 훨씬 어려웠던 상황들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온 민족이다.

우리는 지금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구름 밑의 비행기에 비유된다. 따라서 천둥, 번개 칠 때마다 두려움과 혼돈이 우리를 엄습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제2의 도약을 통해 구름 위로 올라서야 한다. 그 위에는 파랗고 평화로운 하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를 위한 필요조건은 교육의 개선과 근검절약 정신의 회복이다. 이들은 우리가 지난 50년간 이룬 기적의 바탕이기도 하다. 자원빈국에서 경쟁력을 가질 것은 사람밖에 없는데, 오늘날 교육은 약물치료가 아니라 대규모 수술이 필요할 지경에 달했다. 또한 조금만 더 참으면 구름 위에 올라서서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데, 일찍 허리띠를 풀고 샴페인을 터뜨리면서 우리의 성장은 지연되고 있다.

교육의 개선과 근검절약 정신의 회복,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선다면, 이번 경제위기는 이제껏 이미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낸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을 향한 마지막 고비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우리 후손들은 ‘떳다 떳다 비행기’를 즐겁게 노래할 것이다.

김진호 교수(경영학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