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본교 교수와 학생들은 6월9일(화) 동시에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본지는 그들에게 시국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6월9일(화) 학문관 앞 광장에서 본교 교수와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진행하고 있다.

시국선언 교수를 만나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마재신 교수(국제학과)

마재신 교수(국제학과)
마 교수는 시국 선언이 진행되던 기간 연구년으로 영국에 체류중이었다. 그는 본교의 다른 교수에게서 이메일로 받은 시국선언 초안문을 읽고 깊이 공감했다. “현 정권이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동안 발전되어 온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생각해 시국선언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마 교수는 특히 과거 십년에 비해 언론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언론기관은 의심스러운 사안에 대해 보도로 비판할 권리를 가지는데 광우병의 위험성에 대해 보도한 MBC PD수첩은 탄압받았다”고 말했다. 또 “언론의 자유가 억압되는 현실이 우려된다”며 “미디어법 통과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상충되는 의견은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정부의 태도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상황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며 “쌍용차 사태와 용산 참사에서 보듯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소외된 계층을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한국 정부와 국민의 소통 문제를 언급했다. 마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압승한 일에 도취돼, 정책을 조심스럽게 추진하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 정권의 성격에 대해 국민들의 많은 수가 공감하지 못했다”며 “정부와 국민간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뚜렷한 목적이 없다”…원용진 교수(생명과학과)

원용진 교수(생명과학과)
원 교수는 한국생태학회 이사직을 맡고 있다. 작년에는 학회 내에서 대운하 반대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올해에는 정부에 4대강 사업에 대한 탄원서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탄원서는 4대강 사업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가장 문제인 현 정부의 정책은 4대강 사업입니다. 생태계에 관해 충분한 조사를 해야 하는데 정부는 너무 급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가 의문을 품는 것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태도다. 원 교수는 “작년 대운하사업의 목적은 운하를 파서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이 사업이 4대강 사업으로 바뀌면서 목적까지 수질 개선으로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의 명확한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강을 일관성 없이 건드리는 것은 강 훼손으로 귀결되는 것이 분명해보인다”고 토로했다.

원 교수는 강바닥을 파내는 공사를 진행하면 환경 오염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강 공사를 무리하게 진행하면 오염물질이 쌓이고 수심과 강바닥 구조가 변할 수 있다”며 “자연스럽게 조성된 강바닥 구조가 변하면 원래 살던 생물들이 살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원 교수는 “우리나라 강은 수심이 얕고 모래가 쌓여 있어 수심이 변하거나 강이 뻘로 변하면 수천년간 적응해온 어류를 비롯한 수서 생물들이 멸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민 교수     (사회생활학과)
△“소통의 공간인 광장이 막혔다”…이영민 교수(사회생활학과)

이 교수는 정부와 국민과의 소통에 문제점을 느끼고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그는 현 정부 아래서 광장의 공공성도 훼손됐음을 느꼈다.

이 교수는 “지리학을 공부하기 때문에 광장에 관심이 많다”며 “광장은 소통의 공간인데 그 공간을 마음껏 사용하지 못하는 것에 정부와의 소통 단절을 느꼈다”고 말했다.  

△“현 정권은 잘 쌓아올렸던 복지정책을 과거로 되돌리고 있다”…이진 교수(경제학과)

이진 교수(경제학과)
 이 교수는 현 정권이 민주주의의 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판단에 시국선언에 서명했다. 그는 “미디어법, 남북 문제에 대한 현 정부의 입장에 특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가장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현 정부의 정책은 사회 복지 정책이다. 그는 “현 정권을 창출시킨 주 세력이 사회의 상류층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정책들을 시행하는 것 같다”며 “사회복지 예산은 사실상 점점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 정권에서 잘 쌓아올렸던 사회복지 정책들이 과거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이런 잘못된 방향이 현 정권 내에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 교수는 “정권 교체가 되지 않는 한 정책의 기조는 변함없을 것”이라며 “시국선언을 할 때도 과거처럼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보수화된 현 정권이 우려된다”…양인상 교수(물리학과)

양인상 교수(물리학과)
양 교수는 현 정권이 지나치게 보수화되는 점을 우려해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그는 “타대 교수들이 앞서 시국선언을 할 때부터 그 취지에 동감하고 있었기에 선뜻 서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을 강력히 비판하지는 않는다. 그는 “좌우로 나눈다면 과거는 좌파정권이었고 지금은 우파정권으로 볼 수 있다”며 “정권의 성격이 진자운동처럼 좌우로 움직이며 평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만 지금은 너무 오른쪽으로 돌아갔기에 우려를 표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국선언 학생을 만나다

 △“대학생들의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꾸는데 큰 힘이 될 것”…정윤지(법학·07)

정윤지(법학·07)씨가 6월9일(화) 학문관 앞 광장에서 최성만 교수(독어독문학과 전공)와 '민주 주의' 플랜카드를 들고 서 있다.

“교수님들이 시국선언을 하지 않는다면 학생이라도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타대 교수들이 봇물 터지듯 시국선언을 시작할 당시 본교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진행될 기미가 없었다. 이에 정윤지(법학·07)씨는 학생이라도 시국선언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시국선언을 하지 않는 본교 교수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려고 했어요. 이와 함께 4일 동안 진행됐던 학생시국선언 결과보고를 하려고 했죠.” 하지만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문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교수시국선언이 준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급히 교수측과 연락해 6월9일(화) 교수 시국선언과 학생 시국선언을 동시에 진행했다.

‘해방이화 반독재 투쟁위원회’ 위원장인 정씨는 “민주주의가 또다시 80년대로 퇴보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함께 투쟁위원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6월10일(수) 학생학내시국대회 진행 및 민주주의수호를 위한 범국민대회 참가, 신영철대법관사태를 비판하는 대법원 앞 1인시위, 이화민주동문회 주최 ‘시국토론회’ 참가, 평택쌍용차파업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실천단’ 활동,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서울지역대학생 실천단 RED CARD’ 활동 등 많은 운동을 했다.

정씨는 “이 모든 활동은 국민들의 주권과 민주주의를 스스로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와 국민간의 소통이 어려운 때일수록 대학생들의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꾸는데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활동이 쉽지는 않지만 지금 같은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 침묵한다면 후에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후회할 것 같다”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등록금 정책은 고통만 연기하는 것이다”…성지현(정외·05)씨

성지현(정외·05씨).
성씨는 6월 초 학내에 ‘교수님들의 시국선언을 환영하고 지지합니다- 대학생들도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나섭시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당시 시국선언은 서울대와 중앙대에 이어 연세대와 성균관대, 서강대, 경희대, 부산대, 경북대, 영남대, 동아대 등 전국으로 퍼지고 있었다. 그는 “대자보를 붙였을 때는 아직 본교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는 후배를 통해 ‘이화여대 반독재투쟁위원회’가 주도해서 6월9일(화)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참석하게 됐다. 성씨는 “학생 시국선언에 대해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더 많은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홍보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현 정부의 정책 중 그가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은 등록금 정책이다. 그는 “얼마 전 발표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는 그동안 대학생들이 끊임없이 요구해왔던 ‘등록금 후불제’와 비슷한 형태지만, 대학생들이 요구해왔던 ‘후불제’와 달리 등록금 전체 액수를 규제하는 내용이 없어 등록금이 앞으로 계속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 학자금 대출제의 문제점은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게 지원해 오던 장학금을 폐지해 버린 것”이라며 “소득분위 7분위에게까지 차등을 둬 지급해 왔던 학자금 대출 금리 지원도 중단됐다”고 말했다.

그는 “등록금 부담의 고통이 졸업 후로 연기됐을 뿐, 가난한 학생들이 부담해야 하는 등록금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라고 주장했다. 성씨는 MB심판, 민주회복을 위한 대학생 연대인 ‘행동연대’의 기획팀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 시민들을 대상으로 ‘대학생 공안탄압 대응 기금 마련 모금’을 하기도 했으며 MB 정부에 비판적인 각계의 연사들을 초청해 ‘시국강연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현 정부의 민주주의 점수는 0점”…김현경(도예·08)씨

김현경(도예·08)씨.
김씨는 현 정부의 민생 정책을 비판하고자 시국 선언에 참여했다. 그는 6월9일(화) 학생문화관 앞에서 진행된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직접 마이크를 들고 연설하기도 했다. 김씨는 각계각층에서 일어났던 시국선언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는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걸 수 있던 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법에 대해 가장 우려했다. 김 씨는 “대리투표 등 불법적인 통과도 문제지만 법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다”며 “미디어법이 실행돼 족벌신문들이 언론을 장악하면 언론의 자유가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으려 한다는 점도 문제 삼는다. 김씨는 “서민들을 생각한다면 대통령이 직접 대학생, 시민이 있는 거리에 나가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방이화 반독재투쟁위원회’에서 활동한다. 쌍용차 파업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하며 그들의 고통을 함께 느꼈고, 그와 관련된 여러 선전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씨는 “파업 현장 노동자들은 의약품도 없고 단수, 단전, 단식이 되는 등 열악한 상황이었다”며 “그 모습을 보며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인지 진정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생각하는 한국의 민주주의 점수는 0점이다. 그는 “촛불집회 등으로 국민의 뜻을 알리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정부는 물대포와 같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대응했다”며 “현 정부는 대국민사과를 두 번이나 했지만 그 이후로도 정책 기조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yungayoung@ewhain.net
사진제공 : 오마이뉴스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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