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화가 888명의 학사, 800명의 석사, 72명의 박사들에게 영광의 학위를 수여하는 뜻 깊은 날입니다. 무더위를 감내함으로써 아름다운 결실을 얻을 수 있듯이, 여러분은 이 시간을 위해 지난 수년간 학문 연마와 인격 도야에 최선의 열정과 노력을 쏟았을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을 대표해서, 여름의 풍요처럼 크고 보람된 이화 교육의 결실인 우리 젊은 지성들의 졸업과 새로운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랑과 관심으로 뒷바라지해 오신 학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의 학문적 성취와 인격적 성숙을 위해 헌신과 열정으로 지도해오신 교수님들께도 마음 깊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여러분은 이화 안에서 새로운 세상에 도전할 준비를 갖추었고, 여러분의 꿈을 성취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 능력을 얻었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이제부터 무한한 가능성을 펼치며 보다 더 커다란 성취를 해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혹시 세상이 여러분에게 도전한다 해도, 여러분은 이화의 정신과 능력으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세상을 여러분의 가슴에 품을 수 있다는 담대한 믿음과 소망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이화는 역사적인 선택을 통하여 발전해 왔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23년 전 스크랜튼 선생님은 하나님의 소명 안에서 낯선 조선 땅을 선택하였으며, 그곳에서 여성 교육을 위한 원대한 뜻을 품었습니다. 스크랜튼 선생님은 역경과 좌절을 경험하면서도 희망과 진보를 꿈꾸며 이화의 세기를 준비하였습니다.

그 뒤를 이은 수많은 이화의 선배들 역시 시대를 앞서 가며 사회 각 분야에서 최초의 여성이 되는 길을 닦아놓았습니다. 오늘날 이화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지속적으로 대한민국 발전의 거대한 원동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숭고한 선택과 결단의 결과입니다.

사랑하는 이화의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이화가 만들어낸 미래 사회의 리더입니다. 이화인들은 어느 시대, 어떤 사회에서도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았고 언제나 진취적이었으며 항상 용기 있고 주체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어떤 대학생들은 흔히 지금이 매우 심각한 경제 불황이며 취업이 어려운 시대라고 한탄합니다. 그러나 이화의 선배는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시대에도 강한 도전정신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추구하고 꿈을 쫓아왔습니다.

세상에 고통이 없는 성장, 위기가 없는 성숙은 없습니다. 이화의 위대한 스승들과 선배들은 더 혹독한 일제식민지하 역사의 암흑기와 전쟁의 소용돌이, 절대적 빈곤의 암울한 터널을 지나면서도 단호히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고 시련을 성장으로 고양시켜 왔습니다. 이화의 역사는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기회는 꿈꾸는 자에게 반드시 주어진다.”

라고 말입니다.

사랑하는 이화의 졸업생 여러분,

4년 전 이화의 자랑스러운 선택이었던 여러분은 오늘날 이화의 자랑스러운 결실이 되어 사회에 나갑니다. 부디 이화에서 배운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힘, 따뜻하고 진실한 여성의 리더십을 더 넓은 세상에서 발휘하여 인류의 평화를 이루는데 앞장서기 바랍니다.

아울러 섬김과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겸손하고 성실한 사람이 되어 주십시오. 여러분은 자기에게 주어진 어떤 혜택도 혼자 향유하는 데 그치지 말고,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이웃과 함께 나누고 사랑과 섬김으로써 기쁨을 누릴 줄 아는 이화인이 되어 주십시오. 그럼으로써 포용과 화합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널리 실천하기 바랍니다. 

또한 어디에 있든지 길게 앞을 내다보는 예지력을 가지고, 미래를 개척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변화하는 세계에 대한 분별력을 갖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높은 이상 속에서 진취적으로 개척해 나가 주십시오. 여러분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발휘하는 여성의 리더십은 이화의 역사가 되고 세계 여성 지성 공동체의 역사가 될 것입니다.

부디 이화인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어 주십시오. 이화 공동체는 3세기에 걸쳐 배움을 함께 나누고 서로가 서로의 발전을 도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세상에 나가서도 이화의 정신을 공유하시고 비록 떨어져 살아도 마음은 같이 살아가는 한 가족이 되어 주시기를 당부합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여러분들은 여러 갈래의 길을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가는 길을 선택할 때마다 뒤늦게 후회하지 않도록 현명한 지혜로 균형잡힌 판단을 해야 합니다. 비록 가는 길은 달라도 이화 가족이라는 한 마음으로 모교 이화가 함께 후원하고 동행하고 있다는 든든함을 잊지 말고, 선한 일들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또 이루어진다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가는 그 길 위에는 언제나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이화의 희망입니다. 여러분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영원한 이화의 훈기로 당당히 세상에 나가 이화의 등불을 환하게 비추어 주십시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드리며, 여러분의 앞날에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이 배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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