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영어, 그리고 로스쿨의 국제화
대통령과 영어, 그리고 로스쿨의 국제화
  • 최원목 교수
  • 승인 2009.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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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교수
“로스쿨, 
국제경쟁력 갖춘
인재 배출하려면
법률문제
영어로 해결할 수 있게
교육해야 ”

우리 대통령이 바뀌면 첫 번째로 하는 일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다. 방미 중인 대통령이 영어로 농담 몇  마디 한 것이 현지에서 통했다는 것이 크게 보도되기도 한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저명 학술지에 영어 논문을 기고한 것도 아니고, 품위 있는 즉흥 연설을 영어로 줄줄 소화한 것도 아니다. 세계 10대 무역대국의 국정책임자가 미리 암기했을 법한 영어 ‘조크(joke)’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것이 대서특필 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동안 대통령 후보자의 검증을 위해 언론매체에서 토론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저명한 언론인들이 질문자로 나서고 유력 대통령 후보자가 답변한다. 대부분의 질문은 국내정책에 한정되고 국제이슈에 대한 질문은 남북문제와 관련한 것들이 전부이다. 물론 영어로 토론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국내 경제는 이미 기업들이 좌우하고 있어, 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사실 대외분야에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외교관을 뽑는 국가고시가 시행되어 오고 있다. 외교학, 국제법 등의 기본과목과는 별도로 영어라는 어학과목이 필수과목으로 채택되어 있다. 영어시험에서는 주로 영어문장의 해석과 작문 능력을 시험한다. 국제공통어로 외교실무에 종사하는 것이 평생 운명인 직업 외교관을 선발하는 시험에서 기본 외교지식은 한국어로 시험치게 하고, 별도로 영어과목을 마련하여 어학능력을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웃지 못 할 일은, 영어능통자 채용시험이 별도로 있어, 그 응시자들에게는 동일한 내용의 출제문제들을 그대로 영어로 답안을 작성하게 한다는 것이다. 영어강사가 아니라 직업외교관을 선발하는 것이니 만큼, 기본지식과목들을 그대로 외국어로 시험 치게 함이 마땅하다. 물론 외국어 구사능력 자체가 아니라 국제분야 기본지식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능력을 평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요즈음 대학가에서는 로스쿨제도 도입에 따라 영어강의 열풍이 불고 있다. 대학들은 교육부에 의해 의무적으로 할당된 영어강의 수를 채우기 위해, 외국인 교수를 채용하느라 정신이 없다. 국내 기준의 제한된 봉급으로 채용하다 보니 전문지식이 부족한 외국인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영어는 훌륭하나 내용 없는 강의를 듣게 될 것이 뻔하다.  

외국 유명 로스쿨은 항상 세계 각국에서 유학온 학생들로 붐빈다. 이들 중 가장 수업시간에 말없는 그룹이 한국에서 유학온 법조인과 법대졸업생들이다. 언제까지 법조계와 공공부문은 영어의 생활화와 직업화의 문제를 등한시하고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우리 민간 기업들은 직업영어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지 않은가? 공무원 채용 및 인사관리 전반에 걸쳐 획기적인 개혁이 단행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단순한 생활영어가 아니라 각 분야 전문영어를 사용하여 실무를 처리해나가는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주안점이 주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영어는 잘하는데 일은 못하는 공무원을 확대 재생산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국내 로스쿨의 국제화도 마찬가지이다. 영어로 강의할 수 있는 모든 과목을 대상으로 어학과 실력이 겸비된 교수가 강의할 수 있는 실질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점점 국제화되고 있는 법률시장에서 국제경쟁력 있는 전문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세계 공통어를 사용해서 법률문제를 전문적으로 해결하도록 교육해야 마땅하다. 수많은 외국 자료와 판례들을 해석하여 업무에 적용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로펌, 기업 및 정부 변호사들의 일과가 된 지 이미 오래이다. 이제 외국 로펌과의 제휴가 본격화하는 시대를 맞아 로스쿨에서부터 이러한 준비를 갖추게 해야 마땅하다.

국내 로스쿨의 국제화가 급속히 이루어져야, 국내에서 가장 똑똑한 법조인들이 국제시장에서 “말없고 손 없는” 사람들로 무시당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로스쿨이 국제화되어야 외국인 학생들로 붐비는 우리 로스쿨의 미래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그래야 과도한 투자로 인해 만성 적자상태에 있는 로스쿨의 재정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