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성 사진부 차장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이과로 나뉘어
대학 진학

통섭형 인재 되기 위해 노력해야”

영국 물리학자 출신 작가 스노의 진단에 따르면, 현대 서구 사회의 지식층은 두 개의 극단적인 집단으로 나뉜다. 두 집단은 문학적 지식인과 과학자 집단이다. 그는 1959년 강연에서 이런 양극화 현상을 가리켜 ‘두 문화(Two Cultures)’라 지적했다. 그는 ‘두 문화’ 현상이 현대세계가 직면한 사회문제 해결에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주장하며 이런 ‘두 문화’ 문제가 일어난 원인이 철저하게 세분화, 전문화된 교육제도에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의 교육현실과 연관 지어 이 문제를 생각해 보면 매우 큰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이미 인문계 고교 과정에서 문과·이과 선택을 강요당하고, 이러한 과정은 대학 진학이나 대학 교과과정까지 철저히 연계돼 진행된다. 이를 통해 내면에서 이미 우리 자신을 구분 지어 버리게 되고 장차 살아갈 인생의 모든 영역을 철저히 구분해 살아가게 된다.

얼마 전 김준한 포스코 경영연구소 소장은 한 강연에서 통섭형 인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과학 분야와 인문 사회분야를 모두 섭렵하는 통섭형 인재가 21세기 인재상이라고 강조했다. 또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통섭형 인재가 되기 위해 다양한 학문으로 영역을 넓히라‘고 조언했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 또한 한 강연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위해 과학과 인문을 통합한 문리 통섭형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섭이란 이미 유행하고 있던 학제 간 연구를 포괄하는 용어로 최근 지식사회에서 널리 통용되는 말이다. “지식의 통합”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고자 하는 통합 학문 이론을 말한다. 이는 성리학과 불교에서 이미 사용되어온 용어로 통(統)은 ‘큰 줄기’를 뜻하고, 섭(攝)은 ‘잡다’를 뜻하여 둘을 합치면 ‘큰 줄기를 잡다’는 의미다.

현대사회에 발생하는 각종 문제는 더 이상 예전처럼 단순하지 않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홀로 풀어낼 수 없는 문제들이 많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각자 전공의 시각에 갇힌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사회에서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현대사회의 문제들의 성격이 이렇다보니 기업이나 또 다른 분야들에서 통섭형 인재를 필요로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통섭은 범학문적 연구를 지향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전문성에 치중한 현대사회에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힘입어 일부 대학들도 통섭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27개 대학이 전공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자유전공학부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학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통섭형 인재로 거듭나는 길은 멀어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7차 교과과정 개편부터 공식적으로 문·이과가 이미 폐지됐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수십 년간 시행해 온 문·이과 교육은 이 사회에 깊이 자리 잡혀 있다. 아직도 이 사회는 고등학교까지의 학생들에게 편향적인 지식 획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교육 환경에서 자라게 되면 틀에 박힌 ‘문과형’, ‘이과형’ 인간으로 완벽히 분리되어 대학으로 배출된다. 이렇게 키워지다 보니 대학에 진학해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학문적 소통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비단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이의 학문적 소통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모든 학문 간의 소통을 다 포괄한다.

앞으로는 한 우물만 파는 인재들은 더 이상 주목받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통섭형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각자의 분야에서 공부한 ‘쪼개진 지식’은 자신을 ‘전공’이라는 틀 안에 가두어 왔다. 쪼개진 지식을 퍼즐 조각에 비유하자면 이제 우리는 퍼즐 한 조각 한 조각에 지나치게 집중하기보다는 퍼즐 조각들로 전체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한다. 사회가 원하는 능력의 소유자, 즉 통섭형 인재가 되는 길은 결국 자신을 ‘문과·이과’의 틀이나 ‘전공’이라는 틀에 맞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식의 기로’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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