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업 교수의 어원인문학 교실

사실 ‘몽마르트르’ 하면 그곳에 가 본 사람들은 많은 것을 떠 올리게 되고, ‘무랑루즈’도 그 중 하나다. 정확한 불어 발음은 ‘물렝 후주’다. 사실 ‘몽마르트르’ 하면 그곳에 가 본 사람들은 많은 것을 떠 올리게 되고, ‘무랑루즈’도 그 중 하나다. 정확한 불어 발음은 ‘물렝 후주’다.

이 단어는 물렝(moulin, 풍차)이라는 명사와 후주(rouge, 붉은)라는 형용사로 이루어진 합성어다. 어원적으로 보면, 라틴어 몰리눔(맷돌·회전 숫돌)이 고대불어 몰링인(molin)이 되었고 다시 오늘날의 불어 물렝(moulin)이 되었다.

그렇다면 몽마르트르 언덕에 있는 풍차는 왜 ‘붉은 풍차’가 되었을까? 그것은 이 풍차의 기능과 관련이 있다. 100년 전만 해도 풍력에 많이 의존하였는데,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포도를 으깨는 데에도 풍차의 힘을 빌었다. 포도를 으깨다보면 돌아가는 풍차에 포도액이 묻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풍차는 서서히 붉은 색을 띠게 된다. 빠리는 오목형의 분지지대라 시내중심은 평평하지만 가장자리는 낮은 구릉으로 이루어져 있어 풍차를 설치하기 좋았다. 19세기 말 이곳에는 가난한 화가들이 많이 모여 살았는데, 이들은 그림을 팔아 번 돈으로 가까운 선술집에 들러 한잔했고, 시인이나 문인들이 거기에 합세하여 예술과 문학을 논하면서 점차 예술인 향락촌이 되어갔다.

물렝후주가 몽마흐트르(Montmartre)의 끌리쉬(Clichy) 거리에 문을 연 것은 1889년이다. 1903년 개축하여 뮤직홀이 되었으나 1915년에 모두 불타 1918년에 재건되었다. 1924년 댄스홀이 인근에 세워졌다. 이 댄스홀이 더욱 유명해진 것은 귀족출신의 프랑스 화가 로트렉끄 덕분이다. 그는 귀족사회의 위선을 혐오하여, 이곳 몽마흐트르에 살면서 무희, 창녀를 주제로 풍속화와 초상화를 그렸다.

장한업 교수(불어불문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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