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클레지오 석좌교수.

작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장-마리 구스타브 르 클레지오 석좌교수가 ‘세계 대전에서 세계화로: 문학의 질문들’을 주제로 13일(수) 오후2시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에서 강연했다. 이화학술원에서 주최한 이번 강연은 올해 이대 강단에 서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릴레이 강연인 ‘이화노벨렉처(Ewha Academy Nobel Lectures)’의 일환이다.

르 클레지오 석좌교수는 2007년 9월부터 1년 간 본교 통역번역대학원 및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에서 강의했다. 이번 강연은 2008년 9월 노벨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본교 학생들을 다시 만나는 자리다.

르 클레지오 석좌교수는 “나는 전쟁을 겪는 운과 불행을 동시에 누렸다”고 운을 뗐다. 1940년 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난 그는 세계 2차 대전을 겪었다. 전쟁은 그에게 많은 기억들을 남겼다. “외할머니 댁 근처 항구지역에 폭탄이 떨어졌습니다. 폭발로 인해 집이 흔들렸고 저는 욕실 바닥에 넘어졌지요. 제가 넘어진 욕실 바닥의 느낌, 놀라서 소리를 지른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시 폭격으로 집안의 유리가 다 깨졌고, 항구는 폐허가 됐다.

전쟁의 끝 무렵인 1945년, 그는 니스 외곽의 작은 마을에 숨어살았다. 그 시절은 그에게 행복한 추억으로 남겨졌다. 그러나 이웃 마을에서 독일군이 유태인가족을 체포해 집단수용소로 보내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르 클레지오 석좌교수는 “행복과 비극이 동시에 진행되는 시절을 보냈다는 사실이 강박으로 남아 있다”고 고백했다. 르 클레지오 석좌교수는 전쟁의 경험이 그의 내면에 박혀 그를 문학으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8살이 된 그는 군의관인 영국인 아버지를 따라 나이지리아에 머물렀다. 아프리카는 풍요로워 보였지만, 서구 문명에 의해 착취당하고 있었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그가 전쟁이 초래한 학살, 언어 말살, 국가, 인종, 문화 간 단절을 이해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다른 문화간 교류의 필요성을 느꼈다.

르 클레지오 석좌교수는 오늘 날 문학이 갖는 의미도 시사했다. 그는 “평화를 일궈내기 위한 인류의 계획은 힘이 아니라 앎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글을 읽고 쓸 수 있을 때 우리는 자유를 얻을 수 있고, 이 세상은 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르 클레지오 석좌교수는 강연을 마치며 캐나다 북부 퀘백 지방의 로메인강 사진을 보여줬다. “이렇게 아름다운 강이 전력공사의 댐건설로 인해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소수의 인디언들은 어머니 만큼 중요한 터전을 잃게 됩니다. 강 뿐 아니라 2만년 역사의 문화도 사라지게 됩니다.”

가장 아름다운 불어로 작품을 쓰는 작가로 꼽히는 르 클레지오 석좌교수는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적 시각, 자연예찬을 견지하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대표적 저서로는  「황금 물고기」, 「섬」, 「사막」 등이 있다.
                   
조정희 기자 jeojh0502@ewhain.net
사진제공: 홍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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