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안(左岸)」, 「우안(右岸)」으로 돌아온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의 문학적 동거

‘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 초청 강연회’가 ‘소설로 소통하기’를 주제로 14일(목) 오후3시 신세계관 101호에서 열렸다. 이 강연회는 소담출판사가 주최하고 반도문학회, 문학회 새벽, 이화문학회가 협력해 마련됐다.  강연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강연은 에쿠니 가오리씨의 이야기로 시작됐다. 에쿠니씨는 자신이 소설을 쓰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다른 세계에 가보고 싶어 소설을 쓴다”며 “타인이 쓴 책 속에 내가 갈 수 있고, 내가 쓴 세계에 타인이 들어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에쿠니씨에 따르면 모든 책에는 특유의  공간, 시간, 삶이 녹아있어, 그런 책을 스스로 창작하면 책 속 세계에 닿을 수 있다. 그는 또 “나보고 메시지 없는 작가라고 하지만, 난 소설이 꼭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시공간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에쿠니씨는 “나는 종이로 만들어진 책을 좋아한다”며 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종이를 한 장씩 넘기고 책장을 덮을 때 느껴지는 두께감에서, 그는 이야기를 ‘물질적’으로 느낀다. 책 냄새도 마찬가지다. 나라마다 인쇄기법이 다르지만, 에쿠니씨는 모든 책에서 기본적으로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했다. 그는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컴퓨터로도 책을 읽을 수 있지만, 두 매체는 굉장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어 츠지 히토나리씨의 강연이 시작됐다. 그는 자신을 “소설가, 영화감독이자 음악가”라고 소개했다. 그는 “다양한 방법으로 창작하고 있지만 이 표현들은 모두 ‘영혼’이라는 하나의 길로 향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와 음악, 소설을 모두 독학했다. 그런 그의 작품들이 여러 나라에서 주목받으면서 그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무언가를 전하고자 하는 마음, 즉 영혼이 있다면, 기술은 그 다음 문제죠. ‘영혼을 구성하는 마음과 열정’을 갖춰야 해요.”

그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접하면서 이런 생각을 갖게 됐다. 그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처음 읽던 순간 ‘영혼의 강한 떨림’을 느꼈다. “저항시인, 부르조아 등 윤동주에 대해 많은 견해가 엇갈리지만 제가 접한 윤동주는 순수하고 강한 에너지를 가진 시인이에요. 작품으로 사람의 영혼을 떨리게 하는 건 엄청난 문학적 힘입니다.”

에쿠니 가오리와의 합동소설작업도 그에게 중요한 경험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부터 「좌안(左岸)」, 「우안(右岸)」까지, 그들이 문학적 교류를 해온 지도 벌써 10년이다. 이 교류에 대해 츠지씨는 “마치 한 손을 꽁꽁 묶어놓고 남은 한 손으로만 작업하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의 창작열이 만나 발산하는 파괴적인 힘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츠지씨와 에쿠니 가오리씨는 떨어질 수 없는 정신적 동지다. 츠지씨는 “다시 태어나도 에쿠니씨와 소설을 쓰고 싶다”며 강연을 마쳤다.     

최아란 기자 sessky@ewhain.net    
사진: 고민성 기자 minsgo@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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