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시갤러리 사업 추진 단장 박삼철씨의 ‘바깥으로의 초대­일상성과 도시미학으로서의 공공예술’ 강연이 12일(화) 오후5시 신공학관 B161호에서 열렸다. 이 날 박씨는 ‘라이프 캐스팅(Life Casting)’의 의미, 그가 참여한 공공디자인 사례, 재구성이 필요한 공공디자인에 대해 강연했다.

박씨는 711개의 문이 다닥다닥 붙어 벽처럼 구성된 작품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서울대 병원에서 성균관대로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가림막’이다. 그는 “이 작품은 라이프 캐스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라이프 캐스팅은 사람의 몸에 석고를 바른 뒤 몸의 모양대로 굳어진 석고를 떼어내는 조각기법이다. 박씨는 “굳이 사람의 몸을 통해 만들어 내지 않아도 우리의 삶에서 무언가를 떼어내 만드는 작품은 모두 라이프 캐스팅”이라며 “공공디자인에는 라이프 캐스팅이 조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 인수초등학교의 담벼락 ‘꿈꾸는 피아노’ 사진을 보여줬다.
박씨는 2008년, ‘학교갤러리’ 사업을 추진해 초등학교의 콘크리트 담벼락을 동심에 맞춰 변화시켰다.
담벼락에 초등학생 키보다 3배 정도 큰 피아노 건반을 달았고 건반 아래에는 아트 타일과 학생들의 그림으로 꾸며진 타일을 붙였다. 그는 “미래 희망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도 공공미술을 펼쳐야 하는 장소”라고 말했다.

현대 사회는 공공성에 대한 관심을 공공미술과 공공디자인에까지 확장하고 있다. 박씨는 “세계적 도시는 공공성을 증대시키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하다”며 과거에 재조명이 필요했던 공공디자인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높이 21m의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앞 설치작품 ‘망치질 하는 남자(Hammering Man)’의 주변 사진을 보여줬다. 이 작품은 1979년 폴라 쿠퍼 갤러리(Paula Cooper Gallery)에서 처음 전시된 후 독일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미국 시애틀 등에 이어 7번째로 서울에 설치됐다. 그는 “우리나라의 작품은 독일 작품에 비해 2높이만 22m로 높아졌을 뿐 빌딩 앞 ‘거리’와 조화되지 못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작품 앞의 인도 폭을 넓히는 서울시 갤러리 사업을 전개해 작품과 거리의 모습이 조화되도록 재구성했다.

끝으로 박씨는 니체의 ‘걸어라, 사랑하라, 운명을 받아들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이성으로써만 살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많이 창조해 보는 것이 좋다”며 학생들에게 “내가 만든 집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다가갈지 먼저 생각하는 건축가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도시 디자인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그는 “학부 시절에는 도시에 대한 인문학적 관심을 가져야 하고 드로잉도 많이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을 들은 장유진(건축학·07)씨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의 공공디자인 작품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사람의 삶이 어느 디자인에든 표현돼야 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강연은 본교 건축학과가 주최한 ‘이화렉처(Ewha Lecture)’의 일환이다.
이화렉처는 2007년부터 매 학기마다 세 달 동안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초청하는 강연회다. 강연은 매달 두 번째 주 화요일, 아산공학관과 신공학관에서 열린다. 3월10일(화)에는 현대미술작가 정연두씨가 ‘이야기와 이미지’라는 주제로 강연했으며, 4월28일(화)에는 국립문화재연구소 김봉건 소장이 ‘황룡사 복원’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윤희 교수(건축학 전공)는 “건축에 관한 주제가 아닌 다양한 창작 분야의 강연이 진행되므로 건축학과가 아닌 다른 분야의 학생들도 들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2학기 강연은 9월8일(화) KAIST 장성주(건설 및 환경공학 전공) 교수의 강연으로 재개된다.

황윤정 기자 gugu0518@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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