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가르치며 영어회화 실력 길러요”
“한국어 가르치며 영어회화 실력 길러요”
  • 이한나 기자
  • 승인 2009.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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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멘토링’, 학습지도부터 한국생활 적응까지 책임져

<편집자주>
외국인 유학생들의 한국어 학습, 한국 생활 적응을 돕는 ‘외국인 멘토링’ 제도가 4년째 시행되고 있다. 국제교류처가 주관하는 이 프로그램은 본교 학부생 멘토를 EGPP(Ewha Global Partnership Program), 정부초청 외국인 학생에게 일대일로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 학기까지 각각 약 60명의 학부생 멘토와 외국인 학생이 참여했으며 이번 학기에는 각각 37명의 멘토와 외국인 학생이 활동하고 있다. 멘토 모집 경쟁률은 약 2.5~3:1이다. 본지는 6일(수) ‘외국인 멘토링’ 활동을 하는 한 팀을 직접 만나봤다.

“자, 시작해볼까?” 6일(수) 오후 5시 ECC 지하3층 원탁 테이블. 콜롬비아에서 유학 온 루페(LUPE)씨가 노서영(경제·07)씨의 말에 한글교재, 노트, 사전, 프린트 등을 꺼내기 시작한다. 정부초청 멘토 프로그램을 통해 노씨는 지난 4월부터 루페씨의 멘토로 활동해왔다. 
두 사람은 일주일에 2시간씩 두 번 한국어를 공부한다. 공부는 언어교육원 수업 복습으로 시작된다. 루페씨가 그날 배운 한글 문장들을 읽기 시작했다.

“창문에…이쓴?”  “‘이쓴’이 아니고 ‘있는’이지.” 루페씨가 한글 문장을 읽으면 노씨는 그가 틀린 부분을 지적하고, 올바른 발음을 들려준다. 루페씨는 한국어의 발음과 표기가 달라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어는 들리는 것과 쓰는 것이 달라서 어려워요. ‘무엇입니까’를 발음할 때는 ‘무어심니까’로 바뀌잖아요.” 또 그는 한국 사람들의 말이 너무 빨라 알아듣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국어 공부를 어려워하는 루페씨를 위해 노씨도 열심이다. 루페씨가 반복적으로 틀리는 단어는 형광펜으로 줄을 긋고 암기시킨다. 교재 곳곳에 형광색으로 칠해진 단어들이 눈에 띈다.

공부 막바지에는 언어교육원에서 내준 숙제를 시작한다. 이 날의 과제는 같은 문장 안에 다양한 사물과 사람 이름을 넣어보는 것이었다. 그의 한글 쓰기 솜씨는 제법이다. 연필을 꼿꼿하게 잡은 손끝이 야무지다. 루페씨는 자음, 모음을 또박또박 써내려갔다. 글자를 쓰면서 발음을 연습해 보기도 했다. 루페씨는 과제를 마치고 난 후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성을 지른다. “문장을 다 써내면 나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져요.”

노씨는 나날이 한국어 실력이 늘어가는 루페씨를 볼 때마다 뿌듯하다. “처음에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가르쳐야 한다는 게 굉장히 부담스러웠어요. 지금은 루페와 의사소통도 원활하고, 특히 루페가 한국어를 재밌어해 힘이 나요.”
루페씨는 처음에 한국어를 전혀 몰랐지만 불과 한 달 여만에 많이 발전했다. 그는 “수업시간에 놓친 부분을 이해할 수 있게끔 서영이(멘토)가 반복해서 알려줘 이해하기 좋다”고 말했다.
실력이 향상되는 것은 루페씨의 한국어 실력만이 아니다. 노서영씨는 “평소 생활에서 영어를 쓸 기회가 생겨 생활영어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어 공부 외에도 노씨는 루페씨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루페씨의 기숙사에 들러 함께 공부하고 수다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한번은 학교 앞에서 함께 피어싱도 했다며 귀의 피어싱을 보여줬다. 루페씨가 친구들과 놀러가기로 약속한 날, 노씨는 그의 머리손질과 화장을 도와주고 옷가게에서 옷을 골라주기도 했다. “같이 돌아다니니까 한국 친구들같이 편해졌죠.”

앞으로 노씨는 루페씨의 한국어 실력의 향상을 위해 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할 계획이다. “루페는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무척 좋아해요. 그래서 이 드라마를 같이 보고 싶어요.”
노씨는 “외국인 멘토링을 통해 유학생들이 현지 학생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얻는 것 같다”며 “외국인들이 멘토와의 자연스러운 회화를 통해 한국어 구사 능력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제교류처는 외국인 멘토링으로 ‘EGPP (Ewha Global Partnership Program)멘토’와 ‘정부초청 멘토’를 실시하고 있다. 멘토 모집은 매 학기말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선발 공지를 하고, 서류 심사 및 면접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최종 합격한 멘토 학생들은 별도로 교육을 받은 후 한국어 학습 도우미 역할을 하게 된다.

외국인 멘토링 담당자인 국제교류처 직원 최진이씨는 “외국인 멘토링에는 한국어 학습 도우미의 역할 수행에 더불어 외국인 유학생의 생활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필요하다”며 “이 때문에 선발과정에서 언어실력보다는 그 학생의 성실성과 남을 도와주는 마음을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이한나 기자 hjnh87@ewhai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