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이화글빛문학상 심사평

올해는 두 편의 작품이 응모됐다. 투고작이 감소한 탓인지 작품 자체도 예년에 비해 다소 우려점이 많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에 대한 자의식과 존중이다. 주인공의 성격과 환경의 표현을 위한 구어체,  유행어 사용은 좋으나 작가 의식을 담보하기 위해 품격과 일관성도 배려해야 한다. 하지만 장편소설에 대학생으로서 도전하고 일정부분 성취를 이뤄낸 점에서 흔쾌히 수상작 선정에 동의했다. 투고작은 모두 죽음, 자살, 실업과 젊음의 우울 등 시대적 주제를 형상화하는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미운 백조 스물 셋」은 전형적 가족 서사에 어우러진 젊은 여성의 자아 찾기를 그린 소설로, 23살 난 전문대 졸업반 여대생의 취업난, 원나잇 경험 등 동시대 문화 아이콘들이 적절히 배치됐으나 소설 자체가 몰개성에 빠지게 됐다.
아마 현대 여대생들에게 상투적인 에피소드나 인물의 성격을 중심으로 소설을 쓰라고 한다면 이런 류의 소설을 쓰지 않을까라는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언니의 갑작스런 귀국과 상처도 중요한 전환 계기인데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못한 점, 필요 이상으로 자극적인 설정을 통해 사건을 묘사한 점이 한계였다.

「Andante, 안단테」도 결점은 있다. 비논리적 구성, 인물들의 정형성, 예측 가능한 결말, 인물에 부합되지 않는 대화나 상황 묘사는 읽기를 방해한다. 하지만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을 계기로 쓴 소설답게 아동 살해 등 사회성 짙은 소재를 죽음, 용서와 같은 본질적, 철학적 문제로 승화시킨 능력이 탁월했다. 신인다운 패기로 다루기 힘든 주제를 정면 돌파한 배짱이 인상 깊었다. 어린 딸을 유괴범에게 잃은 아버지의 슬픔을 절제해 표현한 것은 좋았으나 유괴범을 용서하는 마지막 부분이 문학적으로 옳은가는 딜레마로 남는다.

수상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내년엔 더 많은 투고자의 다양한 소설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이화글빛문학상은 이화의 문청들을 위한 진정한 축제니까.
 
배수아(소설가) 
김미현 교수(국문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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