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가정 내 대화 단절에서 오는 소외감은 사회문제의 원인”

김혜인(언론·07)씨는 3학년이 된 후 집에 있는 시간이 줄었다. 교외 활동과 공부의 병행으로 늦게 귀가하는 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전보다 부모님과 대화하는 시간도 자연스레 적어졌다”고 말했다.

작년 1월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이 대학생 1천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학생들이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42분으로 드러났다. 부모님과 따로 떨어져 생활하는 경우는 하루 평균 대화시간이 11분 정도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 정서발달에 가족간 대화단절은 좋지 않다”며 가족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유성경 교수(심리학 전공)는 “대학 때는 자아정체감을 확립해 안정적 성인으로 거듭나야 하는데, 이 때 주변 어른과 가족의 지지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또 유 교수는 “가족 간의 부족한 대화와 소원한 관계를 극복하려면 가족원 사이의 관계와 역할을 넘어 서로를 다른 인간으로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가족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적은 가장 큰 이유는 대화상대로 부모님보다 친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알바몬이 올해 1월 대학생 1천1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5.4%가 주요 대화상대로 친구를 꼽았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한다는 ㄱ씨는 대학 입학 후 가족과의 대화 시간이 더 줄었다. 그가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은 아침을 함께 먹는 10분이 전부다. ㄱ씨는 “진로문제 등은 부모님과 상담하고 싶지만, 서로 얼굴 볼 시간이 없어 결국 주변 친구들에게 털어놓게 된다”며 “부모님처럼 연륜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 친구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지는 않겠지만, 하소연이라도 하며 답답한 마음을 푼다”고 말했다. 기숙사생 김윤정(경제·06)씨는 “일주일에 4번 정도 부모님과 통화하지만 고민을 자주 털어놓지는 않는다”며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고, 세대차이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행복가족상담소 임영옥 상담원은 “대학생들의 정신적 성장을 위해 가족과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임 상담원은 “요즘 대학생들은 대입 후 부모에게서 독립했다고 여겨 자유롭게 행동하고 싶어하는데, 입시준비를 하느라 정서발달이 미뤄진 상태에서는 자기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가족은 잘못을 따끔한 지적을 해줄 수 있는 동시에 어떤 잘못이든 감싸줄 수 있는 안식처”라고 말했다.

동아대학교 설기문 교수(심상치유학과)는 저서 「인간관계와 정신건강(1997)」을 통해 “가출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가정불화, 자녀학대, 대화단절을 겪었다”며 “가정에서의 대화단절로 인한 소외감이 사회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가족 간 대화가 원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대 권석만 교수(심리학 전공)는 “대학시절은 부모자녀 관계를 재정립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활습관이나 가치관 문제로 부모와 갈등을 빚을 수 있으므로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가족과의 대화단절 문제나 부모와의 관계는 서로에게 억지로 다가간다고 해서 좋아질 수 없다. 서로의 차이를 알고 기술적으로 다가가야 하며, 때로는 거리도 둬야 한다. 억지로 가까워지려다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권 교수는 “현재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어떠냐에 따라 대화 단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다르다”며 “부모는 자녀를 지나치게 제재하거나 자녀에게 의존하지 말고, 자녀와 건강한 상호의존적 관계를 형성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quikson@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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