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 탄생 200주년, 진화를 말하다
찰스 다윈 탄생 200주년, 진화를 말하다
  • 조정희 기자
  • 승인 2009.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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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의 저자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탄생 200주년을 맞아 '피터 크레인 경, 최재천 석좌교수와 함께하는 다윈의 진화 탐구' 강연이 4일(월) 오후 4시 ECC 이삼봉홀에서 열렸다. 이번 강연은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WCU)'의 일환으로 에코과학연구소, 에코과학부, 자연사박물관이 주최했다. 강연자로는 식물과 식물화석 비교연구의 대가인 피터 크레인(Peter Crane) 경과 최재천 석좌교수(생명과학 전공)가 참여했다.

피터 크레인(Peter Crane) 경은 '다윈과 식충식물의 진화(Darwin and the Evolution of Botanical Carnivores)'를 주제로 강연했다. 피터 크레인 경은 다윈이 1875년 식충식물을 연구해 '식충식물'을 발간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다윈은 1859년 '종의 기원'을 발간한 후 논란들을 뒤로한 채 1860년 영국 남서부의 하트필드(Hartfield)마을로 여행을 떠났다. 그해 여름 다윈은 점액성 물질로 곤충을 잡는 드로세라(Drosera capillaris)를 발견했고, 약 9개월간 식충식물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다윈은 1861년 가장 복잡한 식충식물인 비너스 플라이트랩(Venus's Flytrap)을 연구하게 됐다. 피터 크레인 경은 "납작한 잎 가운데 달려있는 촉수는 촉각에 매우 민감해서, 벌레가 자극하면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잎들이 닫힌다"며 "자극은 잎이 서로 닫히고, 빠르게 움직이도록 형상(state)을 바꾸는 전기적 신호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곤충을 잡는 '함정 매커니즘'이 식물에게 나타나게 된 이유는 자연선택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는 "식육성(carnivorous) 적응은 주요 영양분인 질소와 인이 주위에 없을 때 발견 된다"며 "주변 환경이 좋으면 식충식물에게는 오히려 좋지 않다"고 말했다. 영양분이 풍부하면 주변 식물들도 잘 자라기 때문에 식충식물이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는 뜻이다. 

피터 크레인 경은 식충식물 개체수의 감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비너스 플라이트랩은 생태계 교란과 수질 변화 등으로 수가 줄고 있다. 그는 화재가 정기적으로 일어나지 않은 점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가 비너스 플라이트랩의 서식지를 관찰한 결과 이 식물은 화재가 발생한 지역 부근에서 발견됐다. 물속에 사는 식충식물인 알드라밴드라(Aldrovanda vesiculosa) 역시 서식지가 크게 줄었다. 이어 크레인경은 "지질학이 말해주듯 희귀성은 멸종의 전주곡이다(Rarity, as geology tells us, is the prelude to extinction)"라는 다윈의 말을 인용하며 강연을 마쳤다.

최재천 석좌교수의 강연도 이어졌다. 최 교수는 '과학자 다윈, 사상가 다윈, 인간 다윈'을 주제로 다윈의 삶을 재조명했다. 그는 "다윈은 흔히 생물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서양에서는 그를 사상가로서 존경한다"고 운을 뗐다. 다윈은 미국 지식인들이 꼽은 '지난 1천 년간 큰 영향을 미친 1000인(1,000years 1,000 people)' 가운데 7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 교수는 2005년 미국의 저명한 인터뷰 프로그램 '찰리 로즈 쇼(Charlie Rose Show)'에서 DNA 구조를 처음 규명한 왓슨(Watson)교수가 "다윈은 인류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우리 어머니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말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다윈이 「종의 기원」을 내놓던 시기의 상황을 설명했다. 「종의 기원」을 발표할 당시 다윈은 친구 조셉 후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종이 변하지 않는다고 믿지 않는다"며 "이런 생각은 마치 살인을 저지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당시 서양에는 플라톤의 '이데아 철학'이 기독교와 합쳐져,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신을 믿으며 진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사상체계에서 다윈은 「종의 기원」을 어렵게 내놨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윈은 '자연선택론'을 체계적으로 제시해 지금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윈은 1798년 발간된 맬서스의 '인구론'에 영향을 받아 자연선택 이론을 주장하게 됐다.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은 인위선택(artificial selection)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선택자 없이 자연스러운 선택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최 교수는 "다윈의 '자연선택론'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시간에 따른 개체군의 유전자 빈도 변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사람들은 결혼을 해 서로 다른 수의 자손을 낳는다. 그렇게 되면 다음 세대 개체군의 유전자 빈도가 변하게 된다. 이것을 멈추려면 모든 사람들이 번식을 하고, 똑같은 수의 자식을 동시에 낳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진화가 계속 일어나게 된다.

 그는 다윈의 이론에도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윈은 빨간색 금어초와 흰색 금어초를 교배했을 때 1세대에서 분홍색 붓꽃이 나타나는 실험결과를 통해 '유전물질이 있다면 물감처럼 섞인다'고 유추했다. 반면 동시대에 살았던 멘델(Gregor Mendel)은 '완두콩 실험'을 통계학적으로 분석해 우성과 열성으로 나뉘는 유전법칙을 발견했다. 최 교수는 "현재 밝혀진 유전법칙에 의하면 다윈의 이론은 완벽하게 틀렸지만, 절묘하게도 전반적으로 그의 이론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변이(variability), 유전(heritablity), 생존경쟁(competition for survival), 차등번식(differential reproduction)을 진화의 4가지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변이가 일어나야 하고, 그 변이는 다음 세대로 유전돼야 한다. 한정된 자원을 두고 살기 위한 경쟁도 벌어진다. 차등번식은 서로 다른 개체의 적응에 따라 자손을 낳는 수가 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는 "진화는 사실(fact)이자, 현상(phenomenon)이고, 결과(consequence)"라고 말했다. 그는 "'자연선택'은 다윈, 윌리스, 맬서스가 진화의 매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한 이론"이라며 "이 이론이 뒤집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원리가 특정 생명 현상에 잘 맞지 않는다고 해서 진화가 부정되지는 않는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