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직장’이 아닌 ‘직업’을 꿈꾸라
대학생, ‘직장’이 아닌 ‘직업’을 꿈꾸라
  • 황윤정 문화·학술부 차장
  • 승인 2009.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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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정 문화·학술부 차장.
이화인, 당신의 장래희망은 무엇입니까? 초등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우리는 대부분 ‘뭐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 ‘선생님’이나 ‘아나운서’등의 대답을 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작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국의 초(4565명), 중(4441명), 고(6972명)교 재학생 중 초등학생 15.7%, 중학생 19.8%, 고등학생 13.4%가 교사를 장래 희망직업 1위로 꼽았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생, 우리는 어떤가. 누군가 나에게 ‘뭐가 되고 싶냐’고 물어왔을 때, 자신 있게 나의 장래‘희망’을 말하는 대학생이 몇이나 될까.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꿈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쩌면 버거운 일일 수 있다. 치열한 입시경쟁을 지나 일류대학을 가고,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취업의 문을 통과해야하는 시점에서 20대는 30대 이후의 삶을 위한 준비 기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 때문에 우리가 치열해야 하는 가이다.

지난 방학, 이화인 중 인터뷰이를 찾다가 한 미대생을 알게 됐다. 학부생이 세계적으로 이름나 있는 갤러리에서 단독 전시회를 연 일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판단해 그에게 전화상으로 인터뷰를 부탁했다. 이후 그와 인터뷰를 하게 됐을 때 무척 놀랐다. 그는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의 ‘대학생’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대학생보다 조금 특별한 인터뷰이를 맞아 준비해갔던 인터뷰 질문지의 내용은 모두 바뀔 수밖에 없었고, 뒤늦게 시작된 그의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급히 사회에 나와 은행 일을 하던 중,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그에게서 필자는 무언가 큰 감명을 받았다. 많아야 스물다섯, 스물여섯에는 얼른 졸업해 취직하겠다는(이왕이면 대기업에) 현 대학생들의 생각을 인터뷰이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회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스물네다섯이 그에게는 인생의 시작점이었다.

커리어다음에 등록된 이직희망자 13만4810명을 보면 입사 1∼2년차가 51.5%를 차지한다. 3년차 이하까지 합하면 이직희망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사회인이 이직을 원했으며 특히 대졸자의 45.6%가 이직을 원했다. 그들이 이직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치열하게 벗어난 입시경쟁과 취업대란을 뚫고 얻은 값진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데에는 분명 우리가 꿈꾸어온 ‘꿈’과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사회 초년생이지만 입사한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더 나은 조건을 갖춘 직장이 있으면 첫 회사는 과감히 포기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본교 공과대학을 졸업한 한 이화인의 이야기가 있다. 힘든 가정생활 속에 휴학 없이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소위 말하는 대기업에 입사했다. 영어공부를 위해 학원도 다닌 적 없었고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준비해 간 대기업이 현재 그에겐 전혀 기쁘지 않은 ‘직장’이다. 그에게는 ‘변리사’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정도 사회생활 후 다시 변리사 공부를 할 예정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이화인도 지금 어떤 회사, 어느 기업을 위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사람이 평생 어떤 업을 가지고 살 것인가를 고민해 볼 시점이 지금, 바로 대학 시절이다. 평생 그 일만 하며 살았을 때, 그 일을 아주 잘하게 되었을 때, 자신의 인생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만일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당신이 원하는 일일 것이다.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구본형 저)」라는 책은 ‘우리는 미래를 계획할 수 없다. 우리가 진심으로 바란 그 곳, 몸도 마음도 정신도 참으로 가 있고 싶어 하던 그 곳에 다다를 수 없다면,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직장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에 주제를 갖지 못하면 실패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 나의 인생에 책임을 지고 싶다면 직‘장’을 찾기보다 먼저 내가 원하는 직‘업’을 찾는 일부터 시작하자.

황윤정 (문화·학술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