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간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봉사해 온 이화인이 있다. 대통령 표창을 수여하는 ‘2008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한 양진영(수리물리·09)씨다. 그에게 있어 봉사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행복한 일상이다.

그의 봉사 정신은 중학교 시절부터 남달랐다. 16세의 양씨는 한 TV프로그램에서 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환자를 보고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부모님께 죄송스러워하며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승낙해주셨죠.” 양씨의 가족 모두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그러던 2007년 설 연휴,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매일 울기만 했어요. 다시 일어서기 힘들었죠.” 고등학교 입학 후 한 달을 슬픔에 잠겨 보냈던 그에게 어머니는 봉사활동을 권했다. 어머니의 권유로 탐라장애인복지관을 찾아가 1대1 장애우 결연 프로그램을 신청했고, 12살 난 성현이(지체장애 1급·가명)를 만났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봉사로 이겨냈다.

성현이는 태어날 때부터 손과 발을 잘 쓰지 못하는 아이였다. “삶이 많이 불편할 텐데 제게 늘 웃어주는 성현이를 통해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성현이보다 건강하니까요!”
매주 주말, 성현이와 만나며 그의 아픔을 치유하기 시작했다. “섣부르게 성현이에게 말을 걸었다가 상처를 줄까봐 겁이 나기도 했죠.” 처음엔 부담스러워 말도 잘 걸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서로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됐다.

매주 주말을 성현이와 함께 숙제를 하고 놀이공원을 가는 등 알차게 보냈다. “성현이 학교 방학숙제로 ‘친척집 방문하기’가 있었는데 성현이가 저희 집이 친척집이라며 찾아왔었어요.” 그때 성현이가 자신을 무척 가까운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성현이가 저를 한 가족으로 생각하고 느끼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었죠. 그 후 저도 성현이를 소중한 친동생처럼 생각하게 됐어요.”

양씨는 성현이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선물로 전국학생발명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발명품은 책가방 어깨끈에 달린 주머니에 우산 손잡이를 고정시킬 수 있는 ‘우산 잡는 가방’이다. “손이 불편한 성현이가 늘 비를 맞고 다녀 만들어서 선물했어요. 친구들과 함께 우산을 쓸 수 있게 돼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기뻤죠.”

성현이와의 추억은 조랑말타기, 해수욕장 가기 등 셀 수 없이 많다. 서울에서 생활하는 요즘도 성현이와 자주 연락하며 지낸다. “얼마 전에는 중학교에 입학한 성현이가 교복 입은 사진도 보여줬어요.” 그의 휴대전화엔 성현이가 교복을 입은 사진이 저장돼 있다.
성현이와의 결연 외에도 그는 월드비전에서 시행하고 있는 해외아동결연을 맺어 용돈의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 2년 전부터는 유니세프가 주관한 ‘동전 모으기’ 운동에도 참여했다. “동전 좀 기부해 달라고 아파트 단지를 집집마다 돌아다녔죠.”

9일(토)부터 그는 ‘메이크 어 위시’ 프로그램의 소원 전도사로 나섰다. 불치병이나 난치병 환자들의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는 활동을 하게 된다. 또 이번 방학부터 중앙교육봉사동아리 ‘이화로타렉트’에서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다.

현재 머리카락 기부를 계획 중인 양씨는 단 한 명의 소아암 환자에게 선물할 가발을 위해 3년이 넘도록 머리를 기르고 있다. “머리카락이 30cm이상 길면 가발을 만들어 소아암 환자에게 선물해 줄 수 있대요. 30cm를 잘라도 이상하지 않을 길이가 되도록 길러 선물할거예요.” 허리까지 오는 그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글·사진: 황윤정 기자 gugu0518@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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