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만들어가는 미디어세상, 장애인 전문 인터넷 방송 ‘바투라이브’

 <편집자주>
본지는 지난 4월20일(월) 장애인의 날을 맞아 국내 최초 장애인 전문 인터넷 방송국 ‘바투라이브’를 방문했다. 장애인미디어센터 ‘바투라이브’는 올해 처음으로 장애인의 날 행사현장 생중계 방송을 실시하기도 했다.

<원맨투걸 시즌2> 생방송을 준비 중인 장애인미디어센터 '바투' 사람들.
“1번 카메라 높이가 너무 낮아! 사람들 얼굴이 안 나와요!”
휠체어에 앉은 노재옥 PD가 구미선 엔지니어에게 소리친다. 구씨는 왼쪽다리를 절뚝이며 1번 카메라로 달려가 각도를 맞춘다. 4월29일(수) 오후3시 장애인미디어센터 ‘바투’의 종합교육실은 <원맨투걸 시즌2> 생방송 준비로 분주한 광경이었다. 구부정한 손으로 애써 카메라를 고정시키는 엔지니어, 전동휠체어에 의지한 배우들, 눈을 뜬 모습이 어색한 장애인 방송국이지만 이들의 열정만큼은 전문가 못지않다.

국내 최초 장애인 전문방송국 ‘바투라이브’에서 방송되는 <원맨투걸 시즌2>는 장애인 16명이 진행에서부터 작가, PD, 엔지니어까지 맡아 제작한다. 방송제작에 참여하는 장애인들은 장애인미디어센터 ‘바투’에서 방송제작 관련 교육을 받고 실전에 투입됐다.

‘바투’는 한국장애인총연맹이 장애인의 미디어 권익실현을 위해 2006년 설립됐다. 이곳에서는 장애인들에게 방송제작기술, 영상편집 등 미디어 관련 강좌를 무료로 제공한다. 또 인터넷 방송 ‘바투라이브’를 통해 교육받은 장애인들이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을 송출하고 있다. ‘바투라이브’를 통해 방송되는 프로그램은 <원맨투걸 시즌2> 외에도 <시사 따라잡기>, <그림으로 보는 뉴스>, <수화복지뉴스> 등 12개다.   

<원맨투걸 시즌2>는 이창기 총감독의 지휘로 촬영이 진행 중이다. 3급 지체장애인인 이 감독은 목발을 짚은 채 촬영장을 누비며 각종 장비들을 점검했다. 휠체어 때문에 이동이 쉽지 않은 노재옥 PD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그가 모니터 앞에서 지시를 내리면 지체장애 3급인 아내 구미선씨가 그의 손발이 돼준다. 둘은 촬영장 ‘환상의 콤비’다. 구씨는 “신랑 따라서 일한지 3개월 됐다”며 “1달 동안 교육도 받았지만 모르는 것이 많아 남편에게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준비가 끝나고 이 감독이 “큐!”를 외치자 “어? 창숙씨, 다음 주에 나온다고 해놓고 오늘 왔네요(웃음)”라고 너스레를 떨며 진행자 김지윤씨가 능숙하게 멘트를 시작했다.  

김지윤씨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어릴 적 앓은 홍역으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후 유리파편이 눈에 튀는 사고로 정상이었던 눈의 시력마저 잃었다. 김씨는 “보이지 않아 카메라 사인을 말로 주고받는 것 등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여러 사람들과 방송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획, 프로그램 제작,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전담하다보니 어려움도 많았다. 이 감독은“처음에는 손볼 곳이 너무 많아 전체프로그램 중 10분짜리 콩트 편집만 이틀이 걸릴 정도였다”며 “힘들어도 장애인들이 영상편집 기술을 익혀 자립하도록 돕겠다는 의지로 버텼다”고 말했다. 이날 NG는 4번 밖에 없었다. 작년 10월부터 시작해 7개월에 접어든 촬영으로 진행자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장애인들 모두 방송 실력이 향상된 결과다.

장애인들은 방송제작에 참여하면서 베테랑 방송인으로 거듭났을 뿐 아니라 자신감, 사회성도 길렀다. 이 감독은 “수강생 중 일반 고등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 실어증에 걸린 장애인, 우울증이 있는 장애인도 있었다”며 “그런 분들에게 일부러 농담을 많이 하고 몸이 불편한 분들에게는 손이라도 쓸 수 있도록 유도했는데, 상태가 호전된 경우가 많았다”고 뿌듯해 했다.

아나운서 출신 이예진 사무국장(언론홍보학 석사과정)은 “장애인의 방송 접근권 향상, 미디어 참여보장을 목표로 관련 교육프로그램과 인터넷 방송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교육 받아 KBS 제3라디오 진행자, 복지TV 자막요원 등 직업을 갖게 된 장애인들이 20여명”이라고 말했다.

‘바투라이브’는 센터 홈페이지(batu.or.kr)나 이 감독이 운영하는 홈페이지(dramacast.co.kr)에서 볼 수 있다.
                             
이은지 기자 eunggi@ewhain.net
사진: 김하영 객원기자 0501122@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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