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연극회 가을정기공연작 11월7일(수)부터 소극장 올라

“전… 이제 치료가 다 된건가요?”

아버지를 사랑했던 데이지는 자살했고, 반항아 리사는 다시 병원으로 잡혀왔으며, 조지나는 여전히 ‘오즈의 마법사’에 빠져있다. 그리고 그들이 미쳤다고 생각하게 된 수잔나는 그제야 퇴원하게 된다. 그러나 마지막 대사처럼, 과연 ‘수잔나’는 치료된 것일까.   

우리 학교 중앙동아리 총연극회의 가을정기공연작인 <처음 만나는 자유>가 7일(수)부터 9일(금)까지 생활관 소극장 무대에 올랐다. 위노나 라이더,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동명의 영화를 각색․극화한 이번 작품은 보편적인 세상의 기준과 성(性)에 대한 거침없는 담론, 학생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막이 오르자 새하얀 무대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무대 위에는 세 개의 문과 침대 두개가 놓여있을 뿐이다. 환자복을 입은 한 배우가 무대에 주저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수잔나, 에메랄드 병동에 온 것을 환영한다” 정적을 깨는 수간호사의 목소리가 무대 뒤쪽에서 울리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간호사 ‘발레리’와 함께 등장한 주인공 ‘수잔나’는 아스피린 한 통을 삼키는 자살시도 끝에 ‘오즈 병원 에메랄드 여성 전용 병동’에 왔다. ‘경계성 인격 장애’ 판정을 받은 그녀는 이곳에서 리사, 데이지, 폴리, 재닛을 만나게 된다. 그들 모두는 내밀한 비밀과 상처를 지니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비웃으며 말하지, 넌 너무 초라해 작고 형편없다고, 하지만 지금은 쓰러지면 안돼” 그들은 노래를 부르며 서로에게 용기를 주기도 하고, 볼링을 하며 잊지 못할 추억도 만든다.

“내가 정말 미쳤을까” 그들의 대사처럼, 관객도 그들의 정체가 혼란스럽다. “병원을 나가 플로리다에 가자. 난 월트디즈니에서 새로 개장한 테마파크의 신데렐라가 될거야, 너는 백설공주가 될거고” 그들 스스로 치료가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게 된 ‘리사’와 ‘수잔나’는 꿈에 부풀어 병원을 떠나, 데이지의 집에 도착한다. 그러나 이것은 비극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였을까.

욕쟁이 ‘리사’와의 언쟁 끝에 아버지와의 관계가 폭로된 ‘데이지’가 방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한다. 그럼에도 ‘리사’는 가책 없이 죽은 ‘데이지’의 몸을 뒤져 돈을 꺼내 떠나려 하고, ‘수잔나’는 그런 그녀에게 충격을 받아 병원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주치의 ‘윅 박사’와의 대화를 한 결과, 그녀는 퇴원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은 정말 치료가 필요했던 것일까. 연극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말한다. ‘수잔나의 병실’이 ‘데이지의 집’, 또는 ‘윅 박사’와 ‘레즈비언 박사’의 사무실이 되는 등 중의적인 무대를 사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연출을 맡은 윤영수(경제․06)씨는 “관객을 환자로 가정하고 간호사가 관객석을 돌아다니며 약을 주고, 같은 모습의 무대를 계속 사용했던 것은 세상이 정신병동과 다르지 않음을 말하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향과 조명효과도 눈여겨볼만했다. 특히 ‘데이지’의 자살 장면은 극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공포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곡조 가운데 ‘수잔나’가 ‘데이지’를 부르며 문을 열자, 음악이 격변하고 조명이 붉은 빛으로 변한다. 그리고 목을 맨 ‘데이지’의 그림자가 크게 드러난다. 이 부분에서는 객석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꼭 음울한 이야기만 나타난 것도 아니었다.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조명이 여러 번 꺼졌다 켜졌다 하는 동안, 인물들은 하나의 사진처럼 정지해 행복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더욱이 이번 연극의 ‘테마송’과 ‘배경음악’은 송인선(국문․03)씨가 직접 작곡해 큰 호응을 얻었다.

남자친구와 함께 공연을 보러온 채혜림(불문․06)씨는 “처음 총연극회 공연을 봤는데, 연출과 연기가 기대 이상이었다”며 “좋은 추억을 만들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조연출을 맡은 윤영수씨는 “극이 쉬운 내용은 아니라서 어려운 점도 많았는데, 관객들의 박수를 받는 순간 마음이 뿌듯해졌다”며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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