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사업으로 119년 역사 사라질 수도

동대문감리교회(동대문교회) 부지가 서울시가 추진하는 ‘역사문화 공원화 사업’에 포함돼, 건물이 이전될 위기에 처했다. 역사문화 공원화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동대문교회와 병원 부지에는 약1만4천700제곱미터의 녹지가 조성된다.

서울시는 6월경 녹지 공원 설계를 끝내고 올 하반기에 건물 철거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28일(화) 서울시는 도시계획시설(공원) 결정을 발표했다.
작년 초부터 최근까지 동대문교회 측은 서울시에 교회의 전통과 역사성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해왔다. 동대문교회 대책위원장 박길준 장로는 “120년 된 교회를 허물겠다는 서울시의 발상이 의심스럽다”며 서울시의 태도를 비판했다.

동대문교회는 1891년 윌리엄 스크랜튼에 의해 동대문병원(당시 동대문부인진료소)의 기도처로 마련됐다. 윌리엄 스크랜튼은 이화학당의 설립자 메리 스크랜튼의 아들로 의료, 교육 분야의 선교에 힘썼다. 건립 이듬해, 동대문교회는 한국 최초로 남녀가 한 공간에서 함께하는 첫 집회를 가졌다. 당시 성인 남녀가 한자리에 있는 것을 금기시 하는 풍조가 강해 일반적으로 다른 장소에 모여 예배를 드렸다. 그러나 동대문교회는 휘장으로 예배당의 공간을 나눠 남녀 신도들이 서로는 볼 수 없지만 각각은 설교자를 바라보고 예배를 볼 수 있게 했다. 윌리엄 스크랜튼은 이외에도 남대문의 상동교회와 서대문의 아현교회를 세워 구한말 빈곤했던 민중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동대문교회는 1월28일(수) ‘서울 근현대사와 함께한 역사교회를 보존해야 한다’는 취지로 서울행정법원에 도시계획시설 결정취소청구소송을 냈다. 이 행정소송으로 6월5일(금) 첫 공판이 열린다.

한편, 동대문교회 옆에 위치한 본교 동대문부속병원(동대문병원)은 이 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감정평가 결과 약1천1백억 원에 매각됐다. 곧 철거에 들어가는 동대문병원은 1880년 윌리엄 스크랜튼의 집을 개조한 병원에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이 병원은 가난한 민중들을 치료하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더불어  여의사를 초빙해 부인들로부터 인기를 얻기도 했다.                  
     
글·사진: 황윤정 기자 gugu0518@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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