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에 대한 기업들의 만족도가 낮다. 기업과 대학이 생각하는 대학교육이 서로 달라 빚어진 결과다. 교수와 학생들은 대학의 본래 기능이 ‘기본 소양 함양’에 있다고 보는 반면, 기업들은 실무교육을 원하고 있다.

인크루트가 4월27일(월)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내기업 인사담당자 337명의 ‘대학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5.6점이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설문조사에서 대졸 신입사원에게 가장 부족한 능력으로 ▲실무능력(43.6%) ▲인성 및 태도(39.8%) ▲전공지식(12.5%) ▲외국어능력(2.1%)을 지적했다. 또, 대학 교육에 가장 바라는 점으로 ▲실습 및 현장 학습 위주의 교육(43.6%) ▲보다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교육(33.2%) ▲인성 중심의 전인교육(19.0%) 등을 꼽았다. 인크루트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는 대학교육에 대한 기업의 불신감을 엿볼 수 있는 결과”라고 밝혔다.

△기업, 대학에 실무교육 원해… 실무능력 부족한 대졸자 기피하기도
기업들은 대학교육에 ‘실무능력’ 교육이 가장 부족하다고 밝혔다. ㄱ제약 인사팀 관계자는 “기획력이나 문서작성 실무 능력이 기업의 요구에 못 미치는 실정”이라며 “신입사원이 들어올 때마다 실무교육을 새로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대졸 신입사원들의 실무능력이 부족한 이유가 전공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기업도 있다. ㄴ카드 인사담당자는 대졸 신입사원들이 이수한 전공 과목 수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생들이 기본적인 과목을 이수하지 않고 졸업하기도 한다”며 “경영학과 졸업자 중 회계나 재무 관련 기본 과목을 이수하지 않아 재무재표, 분개 등 기본적인 개념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별한 전문기술이 필요한 기업은 대졸 신입사원을 기피하기도 한다. ㄷ건설 김중권 과장은 “업무 특성 상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고 같은 직종에서 일해본 경력자만 뽑는다”며 “경력자도 업무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데, 실무능력이 없는 대졸 신입사원은 더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수, “대학이 학생들의 기본소양 길러줘야”
교수들은 대학이 기업의 요구에 어느 정도 맞출 필요는 있지만, 대학의 역할은 ‘학생들의 기본 소양 기르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정권 교수(경영학 전공)는 “전공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업무에 잘 적응하고 협동정신을 발휘하는 능력”이라며 “대학은 현장에 바로 투입할 사원이 아닌 ‘양질의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경영대는 기업과 협력해 실무 관련 과목을 개설하고, CEO 초빙 특강을 여는 등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학생들의 기본소양을 기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직업능력 교육에만 치중하는 4년제 대학은 전문대학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김영미 교수(사학 전공)는 “학생들이 대학교육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인간적으로 성숙하면 직장생활이나 새로운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업들이 지적한 ‘인성 부족’에 대해 “인성교육은 원래 중등교육이 담당했어야 하는데, 중등교육이 ‘입시준비과정’으로 변질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며 “대학은 인간적 도덕성을 키울 수 있는 마지막 교육기관이기에 인성교육을 책임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과 대학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학생들은 다양한 의견을 보였다. 노정연(컴퓨터·04)씨는 “대학에서는 실무능력을 기르기보다 기초학문에 충실해야 한다”며 “영어나 글쓰기 능력은 기본이므로 재학생 때 스스로 갈고 닦아야겠지만, 그 외 실무능력을 길러주는 건 기업의 몫”이라고 말했다.
유호진(언론·06)씨는 “실습과목에서 배우는 내용은 취업 후 현장에서도 배울 수 있어 장기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학에서는 인문학적 지식을 쌓아 사회 흐름을 읽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인희 경력개발센터장은 “기업들이 갈수록 효율적인 인재활용을 원하고 있고, 대학도 순수학문뿐 아니라 사회 인력도 양성하는 등 기능을 다원화하고 있다”며 “대학이 학문의 상아탑으로서만 기능하기보다 사회 인력 양성에도 신경 쓰고, 기업 또한 당장 활용할 인력보다 기본기를 갖춘 장기적인 인재를 찾는다면 둘 사이의 접점이 어느 정도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quikson@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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