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용 총장.
본교 이배용 총장이 취임한 지 2년 9개월이 지났다. 모든 분야에 앞장서 주도하는 이화를 뜻하는 ‘이니셔티브 이화’ 기조 아래 본교를 이끌어온 이배용 총장을 1일(수) 본관 총장실에서 만났다.
한국사를 전공한 이 총장은 인터뷰 내내 “과정 없는 결과는 없고 준비 없는 미래는 없다”며 “항상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이화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6년 7월 총장 취임 후 여섯 학기 째를 맞이했다. 소회를 밝혀 달라
이화라는 집단의 책임자로서 이화의 역사를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해 2006년 7월 취임사에서 이를 밝혔다. 이 방향이 단계적으로 잘 실행되고 있어 뿌듯하다. 이는 나의 노력뿐만 아니라 ‘이화’라는 공동체 속에서 많은 구성원이 함께 협력한 덕분이다.

-취임 후 이화의 ‘글로벌화’에 가장 큰 관심을 둔 것 같다. 글로벌화를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본교는 스크랜튼 여사가 세운 최초의 근대식 학교다. 창립 때부터 본교는 이미 글로벌화된 셈이다. 이는 어느 다른 대학보다 앞서서 글로벌화를 외칠 수 있는 좋은 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세계화라는 역사적 조류를 무시할 수 없다. 이제는 어디를 가든 이메일로 전 세계인들과 소통할 수 있지 않은가? 
이화도 이 흐름을 무시할 수 없다. 19세기에 스크랜튼 여사는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하며 양성평등을 주장했다. 20세기에는 남성들에 의해 둘러싸인 전문직의 장벽을 깨뜨리고 여성으로서, 이화인으로서 전문직을 개척하자는 ‘프론티어(frontier) 정신’이 발휘됐다. 21세기에는 세계화가 그 흐름이다. 그러나 세계화라는 목표가 있어도 전쟁과 갈등이 증폭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글로벌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평화’다. 21세기에는 모든 사람이 희망과 용기를 갖고 살 수 있는 ‘평화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이화는 그동안 쌓아온 역사적 경륜과 전통으로 평화의 시대를 이끌어나가는 선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화의 글로벌화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다
오히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이나 외국에 나갈 기회가 적은 학생을 위해 본교가 적극적인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세계 20개 지역의 거점 대학을 마련하기 위해 나는 세계 각 총장들을 만나고 있다. 그때마다 나는 파견 학생 수를 최대한 확보하고, 학생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적절한 파견 비용을 협의하도록 노력한다. 파견 학생을 10명 내외로 제한하면서도, 본교 등록금 외에 추가 비용 없이 파견될 방법 등을 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

-글로벌화를 위해 학생들이 ‘영어’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영어가 글로벌화의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방법론적으로는 어쩔 수 없다. 현재 영어가 세계 공용어다. 학부 시절 외국어를 습득하면 외국에서 적응할 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언어 실력을 갖추고 외국에서 한국과 이화를 알리게 되면, 외국인들도 한국 문화와 본교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요즘 대학생 취업이 상당히 어렵다.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경력개발센터가 있다. 이곳에서는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키우는 역할을 한다. 또 나는 기업인, 공무원과 직접 접촉해 각 기관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알아내도록 노력한다.
경력개발센터의 분석 결과, 이화인 개개인은 개별적으로는 매우 우수하지만 ‘팀워크’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래서 전공과목을 통해 전문인으로서의 소양을 갖추도록 하고, 교양과목을 통해서는 서로 이해하고 도와주는 인재를 키우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 ‘취업 지도교수 제도’를 작년에 신설했다. 담당 지도교수는 학생들의 진로 개척을 도와준다.

-학생들은 총장님과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이화인 모두를 개별적으로 다 만나고 있지는 않지만, 다양한 형태로 소통한다.
먼저 매주 ‘채플’을 통해 만난다. 중대한 일이 없는 이상 나는 꼭 매주 채플에 참여한다. 대강당에서 공동체적인 정체성을 함께 느낀다는 것도 크게 보면 소통의 현장이라 볼 수 있다.
또 다양한 공동체를 통해 직접적인 소통을 하려고 노력한다. 이화 캠퍼스 리더, 미래 장학금 장학생 간담회 등 여러 형태의 만남이 있다. 최근에는 ‘총장과 함께하는 역사 문화 체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러한 만남의 범위를 점점 더 넓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간접적인 소통도 있다. 학장이나 지도 교수를 통해 학생들의 원하는 바를 듣는다.
간혹 나의 이메일(bylee@ewha.ac.kr)로 직접 건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총장님, 힘내세요’에서부터 ‘수강신청 못 했으니 강의를 열어달라’는 내용까지 있다. 내가 답변할 수 있는 건 내가 하고, 담당 부처와 관련된 내용은 각 부처에 보내 처리한다.

-파주캠퍼스는 어디까지 진행됐고, 파주캠퍼스는 어떤 용도로 이용될 예정인가
아직 토지 매입 단계에 있다. 진행 단계라 첫 착공 날짜는 정확히 밝힐 수 없다.
파주캠퍼스의 지역명은 ‘월롱면 영태리’다. 여기서 ‘월롱’은 ‘달 바구니’라 해석되는데 이는 여성을 상징한다. 여성 대학인 본교를 위해 예비 된 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파주캠퍼스는 교육연구 복합단지로 만들어질 계획이며, 신촌캠퍼스를 보완해줄 수 있는 기능을 할 것이다. 파주캠퍼스는 ‘평화, 글로벌, 평화 속의 통일’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파주는 북한과 바로 인접한 지역이며 앞으로 한반도가 통일되면 세계가 주목하는 요지다. 분단의 현장에 120여년의 역사를 가진 이화가 양성평등과 평화를 위한 ‘세계평화센터’를 건립하고자 한다. 이 센터에서 다문화, 빈곤 퇴치, 북한 여성 교육 등의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학생, 교수, 외국 인사들이 이곳에 모여 평화를 논하는 담론의 장을 펼치기도 할 것이다.
또 글로벌화가 되려면 기숙사가 확보돼야 한다. 파주에 기숙사를 설립해 외국 학생들의 주거를 보장할 것이다. 물론 본교 학부생도 이용할 수 있다. 교통이 편리해 통학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본교 등록금이 다른 대학에 비해 높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본교는 예체능계, 공대, 의대 등 다양한 전공을 포함한 종합대학이다. 특히 예체능계는 학생과 교수 간 개별 교육이 필요해 등록금이 비쌀 수밖에 없다. 이러한 단대가 없는 대학들과 등록금 평균을 비교하면 본교의 등록금이 더 비싸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각 대학의 인문대를 비교해보면 본교와 타대의 등록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여자대학 등록금은 남녀공학보다 높은 편이다. 여대는 시설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 캠퍼스를 깨끗이 유지하고 치안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여대를 꺼리고 있는 이 시점에서 본교가 여대로서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가
본교는 여성의 리더십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개발해왔다. 최근 북경대, 워싱턴대 등 세계 유명 남녀공학 대학 입학생 중 여학생 수가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대학은 여성을 키우는 프로그램에 익숙하지 않다며 이미 검증된 이화의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고 싶다고 본교에 요청하기도 한다.
제작년에는 웰슬리 대학 총장을 만나 세계 여성 리더십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개발하자고도 제안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이화-웰슬리 리더십 프로그램’이다.
여대를 졸업한 학생은 남녀공학에 다닌 여학생보다 사회 적응력이 훨씬 빠르다. 또 여대의 장점은 학교 내에 ‘멘토’가 있다는 점이다. 이화에는 여자 교수가 많고 심지어 총장까지 여자다. 이를 자연스럽게 봐온 학생들은 지금이 여성의 시대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고, 여성의 역할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
여학생만을 위한 교육을 받은 이화인들은 기회를 만나면 그 잠재력을 분출한다. 이번 힐러리 장관과 타운홀 미팅에서 학생들이 각본 없이 진솔한 대화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김활란 선생님은 여성과 남성의 국회의원 수가 같아질 때까지 여대는 존재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3%밖에 안 된다. 그러기에 이화는 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소중한 힘이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어떤 사업에 주력할 계획인가
지금까지 주력했던 사업을 확장하겠다. 크게 네 가지다. 먼저 이화의 글로벌화를 위해 현지 지도교수 제도를 체계화하겠다. 연구년인 본교 교수, 한국학 전공 현지 교수들이 다양한 나라에 파견된 본교 학생들의 지도교수가 돼, 학생들이 외국에서 잘 적응하고 학문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도와주도록 만들겠다.
또, 이화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가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 우리 학생들의 인성을 좀 더 학문적으로 다듬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여러 교양 프로그램과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더 확대하겠다. 또 학생들의 전공에 맞는 적합한 리더십을 개발할 수 있도록 단과대학 차원에서 여러 교양 프로그램을 연구할 것이다.
파주캠퍼스 조성 부분도 좀 더 구체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WCU 연구 육성 사업 등 연구 분야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 이화에서 노벨상을 받을 인재가 나올 것이라 희망해본다.
 
-마지막으로 이화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화는 오랜 역사로 이뤄진 공동체다. 그래서 이화 동문의 힘은 더욱 크다. 이화의 발전을 위해 소통은 방편일 뿐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화가족 간의 협력과 화합이다. 서로 보듬고 힘을 합쳐야 이화의 명성이 높아질 수 있다. 불평하는 것은 이화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화라는 소중한 공동체를 위해 서로 이해하고 보듬자.
 
송현지 기자 yoyyos@ewhain.net
사진: 고민성 기자 minsgo@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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