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터미널에서 왕복 버스비 5천원으로 가는 바다여행

고깃배가 다가오고 있는 모습의 대명항(김포시 대곶면 대명리) 풍경.
꽃샘추위가 가신 4월, 이제는 봄바람이 제법 따뜻하다. 성큼 다가온 봄향기에 흠뻑 빠지고 싶다면 신촌터미널(강화운수신촌사업소)에서 한 번에 갈 수 있는 대명항을 찾아보자. 왕복 버스비 5천원이면 눈부신 봄바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기사님, 대명항 앞에서 내려주세요.”
신촌터미널에서 강화행 버스에 오른 지 1시간 쯤 지났을까. 차창 밖으로 정겨운 어촌 풍경이 가득하다. 햇볕에 말리기 위해 널어놓은 노란색 그물망들이 장관이다. 버스는 ‘대명항’ 세 글자가 큼지막하게 걸린 아치 앞에서 정차한다.

하차한 곳에서 왕복 4차선 도로를 횡단하면 바로 포구 입구다. 비릿한 바다냄새가 코끝에서 가시지 않는 이곳.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포구인 대명항(김포시 대곶면 대명리)은 강화해협을 가운데 두고 강화도와 마주보고 있다. 쭉 늘어선 횟집들 사이로 언뜻언뜻 바다의 푸른 빛이 비치고 멀리 뱃고동 소리가 들린다. 바구니에 막 캔 나물과 채소 등을 담아 파는 노점상들을 지나 대형 수산물직판장(대곶신협 365코너) 안으로 들어선다.

현덕호, 동영호, 강화호…. 주인이 가진 선박명과 같은 이름의 상점들이 다양한 종류의 해산물을 좌판에 내놓고 손님들을 부르고 있다. 선주와 어부들이 직접 운영하는 직판장이니만큼 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값이 싸다. 농어, 광어, 숭어 등 생선회가 한 접시에 1만원이고 주꾸미, 바닷가재 등이 한 소쿠리에 5천원∼1만원이다. 회를 뜨고 남은 찌개거리(5천원)를 사서 상가 음식점에 가면 1인당 5천원을 내고 얼큰한 해물탕을 먹을 수 있다.

대명항 수산물직판장에서 각종 생선 회가 1만원에 팔리고 있다.

기자는 회 한 접시와 초장을 사들고 선착장으로 향했다. 바다의 풍미를 즐기며 배를 채우기 위해서다.
때마침 밀물이 드는 선착장 위로 봄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철썩, 철썩…. 잔잔하게 물결치던 파도가 점점 거세진다. 바닷바람이 부드럽게 볼을 스친다. 이 눈부신 광경을 바라보며 회를 먹다보면 물때에 맞춰 나갔던 고깃배가 물살을 일으키며 다가온다.

“빠앙.”
뱃고동이 울리고 고깃배가 한 대, 두 대 정박할수록 사람들이 모여들며 포구는 활기를 띤다. 펄쩍펄쩍 뛰는 생선들이 몇 상자에 한 가득이다. 뱃전을 기웃거리는 갈매기 떼와 나른하게 드러누운 선박들, 생선을 나르는 뱃사람들이 정겨운 항구 풍경을 만들어낸다.
포구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취해 있다보면 오후가 무르익는다. 이제 포구를 벗어나 해안가 산책길을 밟을 차례다.

다시 수산물직판장 쪽으로 나와 직진하면 함상공원이 나온다. 그곳을 거쳐 1분여만 걸으면 흰 철문 앞에 다다른다.
대명항 끝자락에서 덕포진(사적 제292호)까지 뻗은 이 길은 본래 군사지역이지만 오후6시까지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바다와 인접해 있는 길이 산책로로 안성맞춤이다. 편한 신발을 신고 약2km를 30분 정도 걷다보면 덕포진 입구에 도착한다. 그곳에 갈색 벽돌 건물의 ‘덕포진교육박물관’이 있다.

덕포진교육박물관은 전직 부부 교사인 이인숙(초교·70년 졸)씨, 김동선씨가 1996년 개관한 사립박물관이다. 초등학교 교사 재직 중 사고로 시력을 잃은 이씨를 위해 박물관을 연 김씨의 이야기는 언론에도 여러 차례 소개됐다.
입장료 2천500원이면 두 부부 교사의 수업을 30분∼1시간 정도 들을 수 있다. 이씨가 직접 풍금을 치며 노래하고 김씨는 오래된 교과서, 양은도시락 등으로 1960∼1970년대 옛수업을 재현한다.

김동선 덕포진교육박물관장이 어린이 관람객에게 책보를 메어보게 하고 있다.

“자, 모두들 3학년 2반으로 모이세요!”
이씨가 손뼉을 치며 관람객들을 모으고 김씨가 ‘땡땡땡’ 학교 종을 친다. 1층에 위치한 인성교육관의 이름은 3학년 2반. 수업이 시작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이씨의 반주와 함께 ‘고향의 봄’ 등 정겨운 동요를 부르고 나면 김씨의 구수한 입담이 펼쳐진다. 쑥스러워하는 관람객에게 양은도시락을 두드려보고 낡은 책보를 메어보게 하는 김씨는 영락없는 선생님이다. 어른들은 아련한 향수에, 아이들은 낯설고 신기한 체험에 즐거워한다.

2층 교육사료관에서는 1905년부터 최근까지의 교육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3층 농경문화교육관에는 곡괭이부터 키까지 농사도구, 생활용품 등이 전시돼있다.

박물관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나면 하루가 다 간다. 표지판을 따라 시골길을 15분쯤 걸어 나가면 대명초등학교 앞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시외버스 60­3번을 타면 지하철 2호선 당산역으로 갈 수 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목련꽃이 뚝 뚝 떨어질 때, 대명항으로 봄바다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최아란 기자 sessky@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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