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로스쿨 만들려면, 금남(禁男)제도 없애야
세계적 로스쿨 만들려면, 금남(禁男)제도 없애야
  • 최원목 교수
  • 승인 2009.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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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교수
‘여성’만 입학할 수 있는 본교 로스쿨이 ‘역차별’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올해 첫 개원한 25개의 로스쿨의 총 정원은 2천명인데, 본교 로스쿨에는 100명이 배정돼 있다. 로스쿨 시험을 준비하는 남학생들은 본교 로스쿨 때문에 애초에 1천900개의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셈이므로 남녀차별을 금지한 헌법정신에 반한다고 한다. 또한 로스쿨의 취지는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이고 각 학교별로 특성화된 교육을 제공하는데 있는데, 본교가 특성화하고 있는 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남성이 관련분야를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이라는 이유로 지원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도 한다. 

본교의 입장은 명확하지는 않으나, 다른 학교들과 공정한 경쟁에 의해 로스쿨을 유치하였고, 이화의 설립목표와 학칙상 여성만이 입학가능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 전체 법조인 중 여성 비율은 아직 17%정도에 머물고 있어 부족한 여성법조인의 진출통로를 마련한 의미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의 입장은 로스쿨 인가신청 학교 중 본교의 교육성과와 경쟁력이 우수했기 때문에 인가했다는 것이어서, 금남주의 이슈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의 발단은 애초 정부가 로스쿨 정원과 변호사시험 합격생수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한다는 전제하에, 로스쿨 졸업생 중에서 일정 수만 법조인으로 선발하는 것으로 제도를 변경한 데 있다. 그런데, 우리 로스쿨에서 금남주의를 고수하게 되면, 전체사회를 놓고 볼 때 여성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남성의 경우에 비해 유리하도록 수량적으로 고착시키게 된다. 여성은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2천개 자리만큼 발생하는데 반해, 남성은 1천900개 만큼인 셈이다. 아울러 판ㆍ검사와 같은 법조공무원도 변호사자격 보유자 중에서 선발되므로 우리 헌법상의 공무담임에서의 남녀불평등 문제와도 관련되게 된다.

물론 헌법상의 평등권은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어서, 공공복리를 위한 합리적 제한을 남녀 직업활동 과정에 대해 차별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교 로스쿨의 금남주의와 같이 직업선택이나 법조공무원 진입 자체에 대해 구조적 차별을 설치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즉 내부승진 등에 있어서의 여성의 우대는 가능하나, 공무원 선발 자체에서의 우대는 금지되는 것이다. 본교가 사립학교일지라도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고 있으므로 헌법상의 기본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순수학문을 하는 일반대학원의 경우 이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남성이 본교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해당분야의 석사과정을 밟을 수 있는 길은 열려있기 때문이다. 로스쿨 이외의 전문대학원인 국제ㆍ경영전문대학원의 경우에도 본교의 금남주의가 헌법문제를 야기하지는 않는다. 반드시 이러한 전문대학원을 나와야 국제공무원이나 경영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본교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에도 여성의사의 수를 상대적으로 증가시키는데 기여할지는 몰라도, 최소한 헌법상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 

로스쿨제도 시행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기존의 사법시험제도도 병행해서 실시될 예정이므로, 남성의 경우 당분간은 로스쿨을 통하지 않고도 일반 사법시험을 통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은 열려있다. 그러나, 몇 년 후에는 사법시험제도가 폐지되고 로스쿨 일원화체제가 완성되므로 역차별은 제도적으로 고착된다. 이러한 문제점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본교 로스쿨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남성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세계적 이화(Ewha)를 이뤄내는 과정은 로스쿨의 국제화 없이는 달성될 수 없다. 국내사회를 선도적으로 품을 수 없는 이화 로스쿨은 세계로 나아갈 수 없다.

남성도 입학이 가능하도록 적절한 시점에서 조치가 취해져야 마땅하며, 그래야 남성과의 공정한 경쟁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차세대 여성 법률지도자가 양성된다. 이런 조치가 사회적 비판과 법적 쟁송 등의 불필요한 과정을 겪지 않고, 우리 스스로의 사회적 책임감과 미래에 대한 비젼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취해지기를 기대한다.

최원목 교수(법학전문대학원) wmchoi@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