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여성건강증진센터 김정숙 센터장.
“여성 환자들의 몸과 마음을 모두 치료할 수 있는 참의사가 되고 싶어요.”
김정숙 교수(영상의학 전공)가 이대목동병원 여성건강증진(건진)센터의 첫 센터장을 맡은 소감을 밝혔다. 이대 여성건진센터는 3월9일(월) 국내 종합전문요양기관 중 최초로 여성검진을 남성검진과 분리해 새롭게 개소했다. 본지는 2일(목) 이대여성암병원(이화의료원 별관) 3층에 위치한 여성건진센터에서 김정숙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가 일하는 여성건진센터에 들어서자 보랏빛 소파와 벽지로 꾸며진 인테리어가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김 교수는 검진자들을 위해 이곳 인테리어에 직접 참여했다. “검진자들이 센터를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편안하고,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받도록 꾸몄어요.”

그는 26년 동안 의사 생활을 하며 알고 지내던 서현숙 이화의료원장의 제의로 올해 여성건진센터장을 맡게 됐다. 건진센터장 자리는 그에게 One-Stop Service 협진체계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이전에는 환자가 여러 전문의를 찾아다니며 치료 받아야 했다. 여성건강건진센터는 여러 전문의가 한 곳에 모인 협진시스템 구축이 가능했다. “백병원 의사 시절 ‘의사가 환자를 직접 찾아와서 봐주는 협진체계’를 바랐어요. 그토록 꿈꿔왔던 의료진 협진체계를 실현할 수 있게 돼 너무 행복해요.”

김 교수는 1985년 상계백병원에 입사한 후 영상의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알게 됐다. 그 후 영상의학 전문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영상의학은 영상 장비를 이용해 진단이나 치료하는 의학 분야다. “지역사회 의사로 일하면서 어느 분야든 영상의학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영상의학은 여성 건강진단에 특히 유용하다. 여성에게 발병률이 높은 갑상선암, 유방암 등이 주로 초음파를 통해 진단되기 때문이다.

상계백병원에서 전문의로 근무하던 1990년, 의사로서의 직무를 다시 깨닫게 한 사건이 있었다. 실습 나온 학생들에게  늑막에 물이 찬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을 가르치려다 창피를 당한 것이었다. 김교수는 종래의 관행대로 환자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았고, 환자는 그에게 자신은 실험동물이 아니라고 화를 내며 병실을 나가버렸다. “그 사건 이후 환자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했죠. 지금은 늘 환자와 눈부터 마주치려 노력해요.”

김 교수는 부임 이후 새로 메뉴얼을 만들고 시스템을 구축해 센터를 운영하느라 쉴 틈이 없다. 여성건진센터는 하루에 검진자 30∼40명, 많을 때는 60여 명까지 진료하고 유방, 갑상선, 복부 등의 초음파 검사와 결과 판독을 한다. 그는 검진 결과 판독 후 15분∼30분에 걸쳐 검진자에게 결과를 설명해주고, 문의사항에 꼼꼼히 답변하고 있다. “명의는 환자와 의사소통을 잘해야 해요. 환자의 작은 목소리까지 들어주는 일이 그들의 병을 치료해 주는 지름길이죠.” 현재 건진센터는 35명의 의료진으로 구성돼 있다. 규모가 크지 않아 검진자의 세심한 관리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매일 바쁘지만 검진자들이 행복하게 센터를 나서는 모습을 보면 그의 지친 심신에 활기가 넘친다. “하루 한 명의 검진자라도 감동시키고, 한 건 이상 본인들이 몰랐던 큰 병을 찾아내는 게 제 목표예요.”

검진자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목표에 맞춰 그는 검진자들에게서 더 많은 얘기를 들으려 한다. “오늘도 벌써 제게 감동받았다는 검진자가 둘이나 있었고 선천성 심장 판막 질환도 발견했어요. 앞으로도 환자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더 들으려 노력할거예요.” 김 교수는 오늘도 검진자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있다. 

황윤정 기자 gugu0518@ewhain.net
사진: 김하영 객원기자 0501122@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