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플래너 최미선(신문방송학·88년 졸)씨.
“여행에서 내가 얻어가는 것은 속도에 반비례해요. 차타고 다니는 여행은 절름발이 여행이죠. 걸으면 지나치는 것이 없으니 우리 부부는 어디를 가나 걸어요.”

10년 간 일하던 본업을 그만두고 세계 각국을 걷기 시작한 사람이 있다.
여성동아 기자직을 그만두고 2003년부터 시작한 산티아고 800km 순례길 도보 여행, 49일 간 자전거 해안 일주 등으로 10권의 책을 출판한 여행플래너 최미선(신문방송학·88년 졸)씨를 만났다.

한창 기자 일에 재미를 느끼던 2003년 여름. 그는 당시 동아일보 사진기자였던 남편 신석교씨와 함께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계획은 없었다. 단지 여행이 하고 싶었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남편은 사진 찍는 사람이니까 둘이서라면 뭔들 못하겠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무 대책없이 회사를 그만뒀죠.”
주변 사람들은 “부부가 둘 다 일을 그만두다니 제정신이냐, 어떻게 먹고 살라고 그러느냐”며 최씨를 만류했다.

“다들 취직도 힘든 시기에 직장을 왜 그만두냐며 한 사람이라도 직장에 남으라고 했어요. 하지만 그러면 죽도 밥도 안 된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부부 여행작가의 긴 여정이 시작됐다.
“우리가 동시에 사직서를 내니까 화제가 됐어요. YTN과 인터뷰를 하고, 여기저기서 글을 기고해라, 책을 내라는 제안이 쉴새없이 들어왔죠.” 여행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는 국내를 누비며 1년간 매일경제와 동아일보, 여러 기업 사보에 여행 글을 기고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이었다.

“둘이 나란히 일하면서 이것이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자유롭게 여행을 하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둔건데….”
매일 아침 출근하고, 밤에 퇴근하는 생활로부터 벗어났지만, 최씨는 문득 당시의 삶이 지루한 일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뭔가 색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탈출구는 ‘네팔 트래킹’이었다.

“그때는 책 낼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트래킹을 해보니 남편은 사진기를, 나는 녹음기를 손에 들고 있지 뭐예요. 제버릇 개 못준다더니…” 이렇게 해서 나온 책이 ‘네팔예찬(안그라픽스)’이다.
무작정, 무계획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그의 여행은 언제나 갑자기 이루어진다. 인터넷, 신문, 잡지 등을 보다가 ‘이거다’하면 바로 집을 나서곤 한다.
2007년에는 “한바퀴 휭 하고 돌아볼까?”라고 말을 꺼낸 뒤 남편과 함께 겁 없이 자전거로 49일 간 전국해안 일주를 떠나기도 했다. 그 당시 그는 자전거 생초보였다.
“남편과 자전거를 사러 갔을 때 난 출발도 못했어요. 막상 여행을 시작하려니 차도에 다니는 차들이 왜 그렇게 무섭던지…그래도 강원도 미시령쯤에 도착하니까 이 여행이 끝난다는 사실이 아쉬워 눈물이 나던걸요.”

그들이 출판한 국내 여행책 안에는 낯익은 명소들이 많다. 위 아래가 뒤집힌 안성아트센터 마노, 경기도화성 타조목장은 최씨가 책에서 소개한 뒤 매스컴을 통해 유명해졌다. 

 

최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로 2006년 3월에 찾은 쿠바를 꼽는다.
“처음에 쿠바를 간다고 했을때 우리 부부에게 왜 그런 곳을 가냐고 주변에서 많이 말렸어요. 하지만 쿠바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겠구나 하는 마인드를 느끼게 하는 곳이에요. 사람들이 항상 웃고 있거든요. 동양인인 제가 신기한 듯 저에게 말을 걸곤 했어요.”
쿠바는 최씨에게 행복이 상대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
“궁핍한데도 사람들이 모두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 참 좋았어요.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삭막한 환경에서 사는 것 같아요. 부유한만큼 행복한건 아니잖아요.”

최씨는 차를 타는 여행을 하지 않는다. 순례길 도보 여행, 자전거 해안일주, 1주일 코스의 히말라야 트래킹 등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한다.
그는 “체질인지, 장거리를 걸어도 별로 힘든 게 없어요. 난 나가면 그냥 다 좋아요. 나간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 같아요”라며 도보 여행이 자신의 천성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40대 후반으로 접어든 지금, 그는 남은 일생도 여행하며 살고 싶다.

“내 목표는 죽을때까지 남편이랑 둘이서 건강 유지하면서 계속 돌아다니는 거예요. 그리고 틀니 할 돈만 남겨 놓으려고요. 그게 내 목표죠.”
최씨는 언제나 떠나고 싶다.
       
정이슬 기자 iseul1114@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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