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맞춤식 대학 생활 지양하자
‘취업’ 맞춤식 대학 생활 지양하자
  • 강애란 사회·국제부장
  • 승인 2009.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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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애란 사회·국제부장
‘실업자 100만 시대’ 일간지 사회면을 장식하는 취업 관련 기사는 더 이상 충격적이지 않다. 이번 학기 이대 학보 1548호~1551호에도 취업 관련 기사가 빠진 적이 한번도 없다.

지난달 10일(화)~17일(화) 실시한 이대학보 관련 설문조사에서 ‘이대학보에 어떤 주제의 기사가 실리길 바라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취업’이라고 답한 수가 가장 많았다. 이처럼 요즘 대학생들의 관심은  취업에 쏠려있다.

필자 또한 취업 재수생, 취업스터디 등 취업에 관한 기사를 썼다. 취업준비생(취준생)을 취재하던 중 취업에만 얽매여 보낸 대학생활이 후회스럽다는 취재원을 만났다. 그는 상경계열을 전공하면 취업에 유리하다는 말에 경제학 복수전공을 결심했다. 그러나 본인의 적성과 맞지 않아 수업을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매 학기마다 복수전공을 포기할까 고민했지만 결국 ‘취업’을 위해 참았다.

그는 신입사원 채용 시 ‘상경계열 전공자 우대 조건’을 제외하면 자신에게 이 전공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컴퓨터자격증을 따기 위해 방학동안 학원을 다녔다. 그러나 배우고 싶은 의욕 없이 스펙을 위해 딴 자격증은 아무런 성취감도 주지 못했다.

어느 한 사람의 특별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대학생들은 전공이나 동아리활동 등에   있어 취업에 유리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실제 2008년 전기 졸업생은부·복수전공으로 경영학을 가장 선호했다. 경제학과 부·복수전공자는 154명으로 주전공생 77명의 두배나 된다.

취업을 위한 선택은 새내기들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이대학보 23일(월)자 ‘대학생, … 스펙 관리’ 기사에는 저학년부터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소개됐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학점관리뿐만 아니라 토익점수, 자격증, 인턴십 등 취업에 도움 되는 ‘스펙’을 쌓기 위한 전력질주가 시작된다. 대학생이 된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09학번의 “취업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에 가입하고 싶다”는 말은 ‘취업’이 대학생들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실제 동아리들 간에는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빈부격차가 나타난다. 공모전준비나 자격증시험공부를 하는 취업동아리, 기업이 후원하는 학생활동에는 모집인원보다 지원자가 많이 몰려 지원서나 면접을 통해 신입부원을 뽑기도 한다. 15일(일) 신입부원 모집을 마친 한 대기업이 후원하는 대학생봉사단에는 자원봉사자 500명을 모집하려 했으나 2천 5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반면 2008년 11월10일(월)자 이대학보에 따르면 공연분과 동아리는 지원자 부족과 회원 탈퇴로 동아리 존폐위기에 처해있다. 체육분과 동아리의 한 회장 역시 “이번 신입부원 모집에 지원자가 작년보다 반이 줄었다”며 “요즘은 취업에 관심이 많아 스펙에 도움 되는 동아리들에 지원자가 몰린다”고 지원자 부족을 토로했다.

얼어붙은 취업시장을 보면 ‘취업’에 휘둘리는 대학생들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15세~29세 청년실업률은 올해 들어 두 달 연속 8% 대를 웃돌고 있다. 18일(수)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8.7%로 2006년 3월(8.8%)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대학시절에 내린 결정들의 이유가  단지 ‘취업’만이여서는 안된다. 자신의 적성과 관계없이 취업에 유리한  부·복수전공을 선택하거나, 의미 없이 자격증 취득에 열을 올릴 필요는 없다. 대학 캠퍼스는 ‘취업입시’의 전쟁터가 아니다.

필자는 취업은 잊고 대학의 낭만을 꿈꾸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생활을 ‘취업’이라는 정답을 찾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이다. 취업 때문에 ‘해야 할 일’을 억지로 만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취업’이란 조건이 아닌 자신의 의지에 따르는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강애란 사회·국제부장 rkddofks@ewhai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