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시행할 예정이던 총학생회비 회계감사 제도가 후보가 없어 무산됐다. 총학생회는 작년에 개정된 학생회칙에 따라 학생회비 감사단 후보를 모집했으나,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 홍보가 부족했다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지만, 총학생회 투표율이 50%를 간신히 넘는 현 상황에서 회계감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이화인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학생회비를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좋은 취지로 개정된 회칙이라지만, 개정된 회칙 조항 중 학생회비 감사조항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지난 학기 개정된 회칙대로라면 학생회비를 운영하는 사무국 외 총학생회 집행부도 감사를 할 수 있다. 총학생회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학생회비를 감사한다면, 투명한 감사일 수 없다.

또한, 학생회비를 감사하려면 회계감사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어야 한다. 본인이 후보로 나서서 선출됐다고 하더라도, 회계를 전공하지 않은 이화인이 제대로 된 감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차라리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 위원들이 전공 교수나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총학생회비를 감사하는 것이 현실성 있어 보인다.

개정된 총학생회칙의 더 큰 문제는 당시 개정된 회칙이 적법한 절차를 통해 개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학생회칙은 의사시행세칙 중 일사부재의의 원칙을 어긴 채로 진행됐다. 전학대회 의사시행세칙에서 말하는 일사부재의의 원칙이란 회의에서 부결된 안을 그 회기 중에 다시 상정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단, 필요한 경우 번안을 사용하여 의결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있다.

당시 40대 총학생회는 “처음에는 회칙개정안이 부결됐으나, 번안을 통해 재상정했다”고 주장했다. 번안이란 안건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즉 재의결된 회칙개정안이 번안되려면 한번 부결됐던 내용이 회칙개정 반대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바뀌었어야 한다. 그러나 40대 총학생회 홈페이지(ewha2basic.net)에 있는 2008년 하반기 전학대회 서기록을 살펴보면 재의결 전까지 부결된 회칙 개정안에 대해 처음 학생회칙 개정안을 반대했던 대표자들의 수정 요구는 없었다. 번안을 하지 않고 재의결에 부쳤으므로 의사시행세칙을 어긴 것이고, 의사시행세칙을 어겼으므로 개정된 학생회칙은 무효다.

2008년 1학기에 걷힌 학생회비는 약 7천600만원, 2학기에 걷힌 학생회비는 약6천400만원이었다. 납부율에 따라 다르지만 1년 학생회비 규모가 1억 이상이니,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41대 총학생회는 속히 제대로 된 학생회칙 개정 절차를 통해 학생회칙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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